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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을 하다가 불편해서 화폐를 만들었다고?재미 삼아 읽는 경제 이야기 : 화폐 ①

‘재미 삼아 읽는 경제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경제 이야기, 경제학자나 관련 인물들의 에피소드, 극단적인 이분법이나 편향으로 생긴 오해들, 경제의 한 축인 노동과 관련한 이야기 등을 쓰기로 했습니다. 경제와 관련한 내용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으므로 수식과 그래프 등이 나오지 않는 범위에서 알아두면 괜찮은 또는 아는 척하기에 좋은 얘깃거리 위주의 연재물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필자는 생소한 경제학자의 이름이 나오는 건 무시해도 좋으며, 어려운 용어는 쓰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는 내용에서 설명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첫 시작은 상식을 뒤엎는 진짜 화폐 이야기의 마중물입니다. /편집자 주

◑ 성탄절과 화폐

성탄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의 기독교에서는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신일로 삼아 이를 기립니다. 그런데 예수의 진짜 생일이 12월 25일일까요?

12월 25일은 진짜 생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관점 또는 세계관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독교 교리적 그리스도라고 생각한다면 12월 25일은 성탄절이 맞고, 역사 속에서 살았던 인물로서의 ‘역사적 예수’로 본다면 생일이 아닌 거지요.

화폐와 성탄절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비유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독교 교리적 관점에서 예수는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나사렛이 아니라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어야 하고, 호구 조사가 있었어야 하며, 다윗왕의 후손이어야 하고, 12월 25일이 성탄절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리스도로서의 스토리가 완결되는 거죠.

이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수의 탄생과 가르침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또 학문과 종교의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상식만 있으면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12월 25일은 기쁜 날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만일 학문의 영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찌 될까요? 특히 현실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경제학이라는 분과학문에서 그렇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학 교과서는 단군 신화에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가까운 진술들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버젓이 실려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물물교환과 화폐의 기원’에 대한 것입니다.

물물교환을 하다가 불편하니까 교환의 매개수단이 필요해 화폐를 만들어내었다고 적어 놓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이 신화나 종교를 지향하지 않는 이상, 거칠게 얘기해서 ‘새빨간 거짓말’이고, 거의 ‘날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수많은 역사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그저 ‘공상의 세계’에 속합니다.

◑ 화폐의 기원과 본성을 모르면 뭐 어때서?

“그냥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면 되는 것이지 화폐의 기원과 본성이 무엇이든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성탄절을 12월 25일이라고 기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왜냐하면 조지프 슘페터라는 어마어마한 경제학자가 화폐시장을 “자본주의의 총본부”라고 지칭했던 것처럼, 화폐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2007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고, 이 사태는 미국만이 아닌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왔으며, 전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2008년 11월 5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런던정치경제대학의 신축 건물 개관식에 참석했고, 그곳에 모인 경제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아무도 이런 일을 예상 못 했지요?”

여왕은 똑똑한 경제학자들, 명문대학에서 경제학 학위를 따고 수학 방정식과 공식, 경제 법칙(?)과 정리들로 무장한 이 영리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당황한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맸고, 이 사태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였으며, 이후 여왕에게 변명에 가까운 답을 보냈습니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원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화폐의 기원과 본성’을 오해하여 만든 경제분석 모델에 오류가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아무도 예상 못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이먼 민스키라는 천재적 경제학자의 제자들이 민스키의 이론을 토대로 이를 예측하였습니다만, 주류경제학자가 아닌 탓에 무시당했던 거죠. 그리고 지금은 그 금융위기를 ‘민스키 모멘트’라고 부릅니다. 이와 관련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벌어져서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져서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데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게다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만들어 낸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논의가 ‘블록체인 기술’, ‘분산 원장’,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화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들의 가격 등락’ 등에 관심이 쏠린 반면, “‘화폐가 되라고 만든 암호화폐’가 왜 화폐가 되는 데 실패했을까?”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바로 물물교환이 있었고, 그것이 불편하여 화폐를 만들었으며,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 ‘중립적’이어야만 한다는 잘못된 신념을 마치 사실인 양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신념에서 비롯된 화폐 이론을 ‘상품화폐론’이라 부릅니다.

화폐의 기원과 본성을 다루는 다른 이론은 신용화폐론과 국정화폐론이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물물교환으로 시작 ➜ 물물교환 상품화폐(소금이나 보리 등) ➜ 귀금속 화폐 ➜ 정화(금화나 은화) ➜ … ’으로 이어지는 주류경제학의 논리가 왜 모순인지, 왜 역사적 사실이 아닌지부터 먼저 밝힌 후 설명하겠습니다.

◑ 다음 회를 위한 마중물

주류경제학 교과서는 화폐의 기원과 탄생 과정을 설명하는 패턴이 근본적으로 같습니다. 보통은 물물교환 경제를 “상상해 보라”고 얘기합니다. 다음은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그의 동료 존 드리필(John Driffil)이 2000년에 출판한 『경제학(Economics)』엔 이렇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대장장이와 재단사, 식료품 상인과 의사와 물물교환을 하고 있는 옛날의 농부를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간단한 물물교환이라도 가능하기 위해선 ‘필요의 이중적 일치’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 헨리는 감자를 갖고 있지만 구두를 원하고, 조수아는 여분의 구두를 갖고 있지만 감자를 원한다. 이때 물물교환은 두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헨리가 땔나무를 갖고 있는데 조수아가 땔나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조수아의 구두와 교환되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 또는 둘 다가 다자간 교환을 성취할 목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물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돈이 있다면 다자간 교환이 훨씬 더 간편해질 것이다. 헨리는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땔나무를 팔 것이며 이때 받은 돈으로 조수아의 구두를 사면 그만일 것이다.”

어떻습니까? 이해하는데 약간의 장애물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어디쯤 평화로워 보이는 소도시의 풍경이 떠오르지 않나요? <다음 회에 계속>

고영주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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