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거제시장이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 문턱을 넘었다. 그의 시선은 경남도지사 출마로 향하는 분위기다. 입당하기까지는 제법 시끄러웠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가 입당을 극구 반대하는 등 논란이 빚어져서다. 권 시장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면서 입당을 둘러싼 신경전도 만만찮았다.

결과적으로는 권 시장이 되레 ‘노이즈마케팅(Noise Marketing·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를 만들어 인지도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 덕을 본 모양새다. 숱한 의혹 제기에도 결국 입당은 이뤄졌고, 이 지난(至難)한 과정에서 권 시장의 인지도만 올라간 형국이다.

입당(15일) 이튿날 권 시장을 만났다.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을 나와 한동안 무소속이었는데, 다시금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됐다. 그간 보수 진영에서 누린 따스한 여당의 ‘품’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당에 들어가려 한 이유가 궁금했다.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는데 말이다.

권 시장은 힘겨운 ‘여행(與行)길’에 오른 까닭을 사실상 명예 회복에서 찾았다. 그는 “지금까지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입당이 안 되면 결과적으로 저를 둘러싼 의혹이 인정되는 셈이라 그건 제 정치 인생에서 가장 불명예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에 입당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애향심(愛鄕心)은 탈당의 기폭제로 꼽았다. 권 시장은 “저는 고향 거제를 누구보다 사랑한다. 지난해 대선 전에 고향 출신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기쁜 마음으로 탈당해 도왔다. 이미 재선한 후 3선 안 한다고 선언한 터라 오직 거제 발전이라는 저의 초심을 되새기면서 남은 임기 시정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일념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각오도 전했다. 그는 “민주당에 입당했으니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과 열정을 쏟을 것”이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지사 도전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나 곁에서 돕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자 ‘정치 인생 마지막 길’이라고 부연했다.

권 시장은 다만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한 후 향후 행보를 밝히겠다”면서도 “출마하는 게 오히려 당에 부담이 되거나 짐이 된다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또 “장고하기는 무리다. 다음 주쯤 도지사 출마 여부를 포함해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거제에서의 정치는 시장 재선이 끝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시장 3선 도전 안 한다. 이미 오래전에 선언했는데, 일부는 안 믿는 눈치였다. 사람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고향에서 선출직 공직자로 나가는 길은 다 접었다. 다음 총선도 포함해서다. 더는 경계심이나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입당 반대가 심했던 만큼 기존 민주당 세력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저의 입당을 반대한 분들과 화합·소통하는 데 노력하겠다. 내부 갈등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밖에 안 된다. 지방선거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제 입당을 계기로) 측근들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 시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이념 갈등이나 사감(私感)은 다 버리고 위기의 거제를 극복하는 데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평당원으로) 백의종군(白衣從軍)도 할 생각이다. 당 안팎으로 거부감을 주면서까지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도 밝혔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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