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계룡수필
일기 검사는 싫어요
제226호

나는 6살 때부터 일기를 썼다. 그 때는 날마다 일기 쓰는 것이 재미있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내가 글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엄마도 대견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얼마전에 그 일기장을 꺼내본 적이 있다. 위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그 밑에 두세줄 글을 썼는데 철자법도 틀리고 내용도 뒤죽박죽이지만 나는 다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때를 머리속에 다 기억해 낼 수 있다. 다애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다애의 새 스케치북과 크레용이 부러워서 엄마한테 심통을 부렸던 일, 엄마가 운전면허 시험에 붙던 날은 노란 자동차 그림을 그리고 이제부터는 엄마가 운전 학원에 가지 않아서 안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소아과 병원에서 예방 주사를 맞던 조마조마하고 끔찍한 기억도 다 생각난다. 1학년때 선생님은 내가 일기를 잘 쓴다고 여러 번 칭찬해 주셨다. 그래서 일기를 더욱 더 열심히 썼고 이 다음에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일기 쓰기가 점점 싫어진다.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안네의 일기’를 읽은 다음부터 일기 쓰기가 싫다. 안네는 일기장에서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키티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다. 안네는 일기 첫 장에 ‘키티, 당신에게라면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디 나를 위해 마음의 기둥과 위안이 되어 주기를…’ 이렇게 썼다. 그러나 내 일기장에는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다. 그리고 내 생각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번씩 검사하시기 때문이다. 아빠랑 엄마도 내가 잠 잘때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내 일기를 몰래 꺼내보신다. 그래서 일기장에다 내게 불리한 내용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어금니가 흔들려서 밥 먹기가 힘들 때,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걱정했지만 나는 일기에다 그 사실을 쓸 수 없었다. 엄마가 아시면 덧니가 나오기 전에 빨리 빼야한다고 내 어금니를 억지로 아프게 뽑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엄마한데 혼나 것도 쓰지 않는다. 선생님이 아시면 또 혼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쓰기 싫은 일기를 억지로 쓰고 있다. 나도 내 일기장이 안네의 일기처럼 내 비밀과 걱정거리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만의 일기장을 갖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홈페이지http://wonjae.pe.ly <방이초등 4년>

토요저널  hhr@toyonet.co.kr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요저널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