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업무 두고 ‘신임 보건소장 Vs 기존 직원’ 갈등 양상

치매 약 관련해 의견 대립 … 거제공무원노조게시판 ‘설전’ 빚어져

거제시 보건소가 관리하는 거제시 치매안심센터 업무를 두고 당연직 센터장인 이종훈 보건소장과 기존 직원이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걸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치매 약’이다. 지난 7월 부임한 이종훈 소장은 ‘노인 치매치료 전문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고 나병 치료약으로 쓰이는 ‘댑손(dapsone)’이 치매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걸로 본다. 센터에선 기존 약물인 ‘아립세트(도네페질)’를 써왔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 자유게시판에 직원이 올린 걸로 보이는 글이 29일 올라왔고, 6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종훈 소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잇단 가운데 이 소장도 직접 답글을 올린 상태다. (링크: https://www.kgeu.org/branch/keoje/board/view/BRD_012/42350?page=1)

이번 갈등에 대해 서울대 의대 출신 엘리트의 소신 또는 '무리한 시도'로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고, 기존 직원들 특유의 '복지부동'이 갈등의 단초일 수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본지는 30일 오후 서울 교육 참석을 준비중인 이종훈 소장과 통화로 인터뷰, 20분간의 통화 내용을 정리했다.

※ 보건소 직원들이나 관련 전문가, 보건복지부 등의 입장에 대해서도 제보 바랍니다.

이종훈 거제시보건소장(치매안심센터장) /거제신문 제공

"아립세트, 부작용 크고 치매 완화에 도움 안돼"

올 7월 1일자로 거제시 보건소장에 발령돼 7월 3일부터 근무를 했다.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ANSYS)'이 있다.

제가 거제시 치매안심센터장을 겸직하는데 ANSYS에 한 달 동안 ‘로그인’을 못했다. 거제시의 치매 관리 사항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데 로그인을 못했다. 황당하지 않나? 제가 센터장이기도 한데.

결국 서울에 있는 중앙치매센터 도움으로 로그인을 할 수 있었다.

치매 약물 성분은 ‘아세틸콜린*’을 몸에서 늘리는 게 주요 기능이다.

*아세틸콜린: 신경세포에서 주변 신경세포 또는 근육이나 분비선의 세포로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 분비되는 화학 전달물질(신경전달물질). 세포의 상호 소통을 도와주며 기억, 학습 및 집중에 도움을 주는 걸로 알려짐.

일부 ‘거미’의 독 성분이 아세틸콜린이다. 이 거미들의 독에 중독되면 남자의 경우 눈이 커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정신 착란 상태가 온다. 아세틸콜린이 사람을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장과 폐기능은 나빠진 것이다. 1970년대부터 연구됐고 확인이 된 내용이다.

여기에 착안해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 실험을 거쳐 상품화한 것이 일본 에이자이(EISAI)社의 ‘아립세트(도네페질)’라는 치매 약이다.

이 약을 런칭할 때, 당시 일본에는 유명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돼 검증된 다른 치매 약이 있었다. 그런데 에이자이社와 동경대 노화연구팀이 기존 연구를 부정했고 에이자이社의 아립세트가 치매 약이 맞는다고 선언하게 된다.

이 내용을 20여년간 사람들이 믿었다. 그러나 치매환자에게 효과는 없었다. 겉보기에만 좋아 보일 뿐이었다. 잠깐 반짝하다가 사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유를 잘 몰랐다.

아립세트는 증상만 다소 개선시킬 뿐이지 치료약이 아니었고, 부작용이 많은, 문제가 있는 걸로 제가 확인했다.

그런데 2003~2004년 당시 MRI 발전 등으로 조기검진이 가능해지면서 경증 인지장애 개선제로도 아립세트를 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속히 사용 빈도가 늘었다.

아립세트(도네페질)가 ‘블록버스터’가 된 것이다.

문제는 환자에게 좋은 게 아니라 의사와 보호자가 보기에만 좋아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치매 환자의 최근 기억이나 현재 생활 상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2008년 서울대병원 부원장이자 김영삼 전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던 내과 전문의 고창순 교수님이 ‘중증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 이 분과 제 모친에게 인지기능 개선 및 치료약물로서 90년대 연구로 확인된 ‘댑손(dapsone)’을 복용토록 했다. 누나가 약사, 형이 치과의사라 형이 처방전을 받고 누나가 조제했다.

고창순 교수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경증으로 완화되셨고, 제 모친도 정상생활이 가능했다. 그래서 논문으로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됐는데 ‘경도 인지 장애(경미한 인지 장애)’로 회복된 케이스였다. 이는 이미 특허가 돼 있는 연구이며 란셋(Lancet)에서도 90년대에 발표된 연구로서, 제가 다시 연구를 하게 된거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이 1962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에서 봉사하셨다.

소록도 국립병원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System ‧ 환자 의무기록지에 포함된 의사 오더 내용과 진료기록을 전산 매체에 저장·통합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자 의무기록 시스템)이 설치됐고 모든 한센인 정보의 의무기록이 관리됐다.

EMR을 활용해 소록도의 ‘아립세트 복용 그룹’과 ‘댑손 복용 그룹’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기록을 2020년까지 분석했고, 데이터를 정리했으며 ‘댑손’이 확실한 치매 치료약임을 확인해 세미나 발표를 했다.

그런데도 이견들이 있어 또 다시 분석했다.

소록도에서 아립세트를 먹는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두가 기관지염에 자주 걸린다. 폐렴에도 자주 걸린다. 그런데 댑손을 먹으면 기관지염이 안걸리더라. 폐 질환과 뇌 질환이 같은 유전자 발현 부위에서 나타나는 병으로 추론했고 유전자 분석을 하니 맞더라. 폐랑 뇌가 면역학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도네페질 성분이 면역력을 떨어뜨려 병에 잘 걸리게 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뭔지 알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을 독일에서 다시 발표하고 논문 십여편 시리즈로 SCI 저널에 발표가 되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똑똑하지 않나. 제 논문을 읽고 메일을 보내오더라. 자기들 치매 부모님 어떻게 치료해야 하냐고. 스무 케이스가 넘는다. 그분들 다 회복했다. 도네페질 끊고, 폐기능과 심장 기능 회복시키면서 저의 염증치료제를 투약 하게 했다. 우울증 약 복용법도 구분하여 알려드렸다. 좋은 약만 드실 수 있도록 말이다. ‘루이소체 치매(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도 나아지시더라. 그분들 가족이 거제까지 와서 선물 놓고 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거제시치매안셈센터를 보니, 아립세트만 복용하도록 하고 있더라.

제가 기가 막히지 않겠나. 치매 어르신에게 저 약만 복용케 하고 그냥 보내지 말라고 했다. 추후 다시 오시게 해서 엑스레이 찍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제 지시를 안 듣더라. 왜 의사 말을 듣지 않나? 그래도 꾸준히 설득을 해야지 싶어서 지속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거제면 보건지소도 치매센터를 겸하기에 갔더니 환자 한 분이 전형적 약물 부작용이 보여서 다시 모셔오라 했다. 그런데도 말을 안듣더라. 그래서 (거제시)인사팀에 얘길하니 그제서야 모시고 왔더라. 증상이 도지셔서 입원을 하셨다며 아들이 울먹거리길래, 제 처방대로 하고 약(아립세트) 끊고 모니터링을 하자 했다. 경과를 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좀 바뀌긴 했었다. 그러면서 환자를 봐왔다. 데이터도 쌓이기 시작했다.

치매 환자 관리 안하면 큰일 난다. 역으로 우리가 관리를 제대로 한다고 생각해 보자. 거제시에 95세 이상 어르신이 156명인데 관리를 잘해서 1천여명으로 늘어나면 거제에 투자가 쇄도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환자를 못보게 하려는 게 아닌지 싶을 정도다. 치료를 이렇게 방해할 수 있나. ‘진실게임’을 해야할 듯 하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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