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5월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수백억 원이 발견됐다. 이른바 ‘마늘밭 사건’이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110억 원을 마늘밭에 은닉한 사건이다. 이후 자금세탁을 위한 ‘마늘밭’ 마련은 ‘꾼’들의 경전(經典)에 수록됐다.

며칠 전 경제사범을 주로 다뤘던 형사를 만났다. 그는 10여 년 전 만 원도 안 되는 땅을 10배 넘게 뻥 튀겨 팔아먹어 문제가 됐던 ‘거제 ○○리조트 기획 부동산 사기사건’을 예로 들며 “사기사건은 수사 초기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게 가해자를 ‘잡아넣는 것’보다 어렵다”고 털어놨다.

‘1790만 원 벤츠 사건’, ‘원룸 보증금 사건’과 이번에 접한 ‘투자금 사건’ 등 기자가 마주한 사건만 돌이켜 봐도 피해자들은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에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사건이 불거지면 어떻게든 자신의 피해액을 ‘남보다 빨리’, ‘남몰래’ 찾으려 행동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오히려 ‘꾼’들의 ‘번식’을 부추길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꾼’들은 모든 것을 애당초 머릿속에 그려놓고 작전을 감행한다. 그들은 항상 법망(法網)을 피할 방법을 찾는다. 또 피해자들에게 ‘공범’이라는 인상을 심어가며 소소한 잘못을 부각하거나 피해자 단체를 ‘운명 공동체’로 묶어 입막음한다. ‘마늘밭’ 마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꾼’들이 생각하는 ‘운명 공동체’와는 180도 다른 ‘공동전선(共同戰線)’을 형성해 ‘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압박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한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는 데 동조하거나 ‘꾼’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그들을 ‘공범’으로 의심할 여지도 있다.

이런 점에서 '원룸 보증금 사건' 피해자들의 행보는 눈에 띈다. 그들은 공동으로 형사고소를 하고, 언론사에 제보하고, 행정관청에 해결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이들의 공동대응으로 해당 기관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은 ‘마늘밭’의 소재(所在)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는 꾼들이 ‘마늘밭’을 못 찾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비록 당장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그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뛸 수 있는 ‘큰 힘’이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박용안 기자  yapkorea@gmail.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