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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간에는 당산제 코스가 있었다오”40번째 나무-거제 내간 포구나무

▲ 마을 한복판에 있는 포구나무
거제면 내간마을은 원래 외간과 아울러 맑을 청(淸), 물가 호(滸)를 써서 청호리라 불렀다. 간덕골이라고도 했는데 일제강점기에 행정구역을 구분하면서 내간·외간으로 나뉘었다고 마을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소개했다.

어르신은 백 씨인데 300여 년 전 문 씨와 백 씨가 이 마을에 정착했다고 했다. 원래 살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변 씨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아무튼 그때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마을이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성 씨별로 윗마을과 아랫마을에 살았다고 한다. 당시 마을에 커다란 포구나무가 있어 섣달그믐날 밤 12시경에 당산제를 지냈다.

지금 그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어도 후손들이 당산제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온갖 음식과 술을 올리던 큰 행사에서 축소돼 이제는 마을 뒷산 꼭대기에 거처하는 한 스님이 내려와 밤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내간마을 당산목은 3곳이다. 마을 아래쪽 내간 교회에 포구나무 두 그루가 있고, 아랫마을 길 한가운데 세 줄기의 거대한 포구나무가 있다. 여기서 마을 위로 한참 올라가면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 아름드리나무 4그루가 모여 있다. 이 중 한그루는 불에 타 반쪽이 됐다.

마을에선 산 쪽 나무에 먼저 제를 지내고, 가운데 나무로 옮겨 또 지내고, 교회에 있는 나무에서 마무리했다. 교회는 1979년에 지어졌다.

마을에 상을 치를 때도 상여를 나무에 모셔다 놓고 술을 올렸다. 마을 수호신에게 사망을 알리는 신고인 셈이다.

세 곳 모두 나름의 특징이 있다. 먼저 산 쪽 나무는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인근에 민가가 있지만, 너무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다. 나뭇가지에는 색 끈이 묶여 있고, 뿌리 주변에는 주먹만 한 돌들로 정성스레 돌담을 쌓았다. 떼 지어 다니는 까마귀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마을 길에 떡하니 자리 잡은 포구나무는 누가 봐도 기이하다. 세 그루가 합쳐진 것인지, 아니면 한 그루가 뿌리에서부터 갈라진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 가장 큰 줄기의 둘레가 4.1m다. 세 줄기가 뭉친 뿌리의 둘레는 8m를 훌쩍 넘었다.

교회에 있는 두 나무는 암수 나무라 부른다. 건물에 붙은 나무가 수놈인데 둘레가 3.2m다. 입구에 있는 암컷은 3m다. 몇 해 전에 조경업자 두 명이 교회에 들러 나무를 팔라고 했단다. 한 그루당 25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준다고 했는데 교회 상징이기 때문에 팔지 않았다. 그들 말로는 이 두 나무는 땅 속으로 손을 잡고 있는 형상이라고 했다.

내간 나무들은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았다. 마을에서 잘 관리하고 있을 뿐더러 보호수로 지정되면 주변에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마을에선 보호수 지정을 원하기도 했는데 여기선 다르다. 나무를 대하는 생각이 저마다 다양하다고 느낀 대목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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