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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 옥녀봉, 팽나무 타고 복 전하다26번째 나무-일운면 옥림리 상촌 팽나무

옛날 옛적 하늘나라에 사는 옥황상제가 세상을 다스린다고 믿는 때가 있었다. 중국 도교의 최고신으로 사람들은 그를 천왕 또는 하늘님이라 부르며 칭송하고 숭배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세속(世俗)에서나 있을 만한 골칫거리가 하나 있으니, 말썽만 피워대는 딸이었다. 어느 날 무척 화가 난 옥황상제는 딸을 지상으로 쫓아 보냈고, 그녀는 지금의 일운면 옥림리에 자리 잡았다.

마을 총각과 혼인해 자식까지 낳았지만, 하늘나라가 그리웠던 그녀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녀가 옥황상제의 딸인 것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옥녀라 불렀고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산을 옥녀봉이라 불렀다.

이 이야기는 현재 상촌마을 이장인 부영 스님(65·본명 이경언)이 어렸을 때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마을 전설이다.

옥녀봉은 영험한 기운이 강해 산 아래 사람들은 그 기운이 마을에 복이 되도록 매년 치성을 올렸다고 한다.

옥림리(상·하촌마을) 상촌마을회관 앞에 몸통이 굵직한 팽나무 한그루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옥녀봉의 영험한 기운을 틀어주는 수도꼭지로 삼고 오래전부터 당산제를 지냈다.

정성이 가득하면 반드시 소원 하나를 들어줬다. 옥녀봉의 기운이 신통하다고 알려지자 팽나무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가장 많은 소원이 자식을 갖는 것이었다.

반대로 정성이 모자라면 마을에 사는 각 성씨의 장남들이 일반인보다 지능이 약간 낮은 팔푼이로 태어나기도 했단다. 옥림은 옥녀봉과 마주하지 않고 비스듬히 자리하고 있어 영험한 기운이 비켜가거나 나쁘게 변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다른 마을보다 더욱 극진히 치성을 올렸다.

또 희한하게도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옥녀봉의 기운을 받아 어딜 가든지 성공하는데, 외지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면 살림이 딱히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옥녀봉의 기운이 마을에 잘 전달되도록 예전엔 무당, 만신이 매월 1회, 매년 섣달그믐에 팽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무속신앙이 시들해진 요즘에는 부영 스님이 팽나무에서 참배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팽나무가 선 자리는 그야말로 명당자리다. 상·하촌이 내려다보이고, 보석처럼 빛나는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최고의 전망대다. 고목과 그 뒤의 푸른 바다는 썩 어울리는 사진 모델이다.

나무는 꽤 굵다. 가슴높이 둘레는 5m에 이른다. 주변은 키 작은 풀들이 깔려 정원처럼 잘 꾸며진 듯하다. 이 나무는 1982년 11월 10일에 보호수 12-19-13-6-4에 지정됐다. 나이는 거제시 보호수관리대장에 200살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팽나무는 옥녀 전설이 깃들어 있어 민속적 가치가 높다고 기자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나무 관리 방법에도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나무는 한때 고사 위기에 처했었다. 이에 나무 전문가와 마을 사람들은 그 원인이 뿌리를 덮은 덱(deck)에 있다고 보고 2009년 쯤 이를 완전히 철거했고, 나무는 다행히 다시 살아났다.

2012년에는 거제시가 팽나무 옆에 마을회관을 지으면서 팽나무 아래까지 보도블록을 덮어버렸다. 나무는 금세 시들시들해졌고 다음 해 블록을 모두 걷어낸 뒤에야 건강을 회복해 현재 상태로 잘 유지되고 있다.

나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덱으로 뿌리를 덮으면 빗물이나 바람, 햇빛 등 생육에 필요한 자연 요소가 직접 닿지 않아 어둡고 습한 악조건에서 뿌리가 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주변에는 덱으로 둘러싸인 노거수가 참 많다.

그런 가운데 상촌마을 팽나무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로 발굴됐으니 앞으로 지역 노거수 관리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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