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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한곡마을의 보물27번째 나무-연초면 한곡마을 느티나무

27번째 ‘섬을 사랑한 나무’를 만났다. 주인공은 연초면 한내리 한곡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보호수 관리대장에는 1982년 11월 10일 보호수 12-19-8-1-2에 지정됐으며, 나이는 200살로 기록돼 있다.

연재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무는 거기서 거기’라는 고정관념이 취재 전 게으름을 부추긴다. 그러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막상 나무를 만나보면 사람만큼이나 가지각색이라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곡마을 느티나무도 특별한 첫인상을 남겼다.
“여기야말로 마을의 중심이구나”

한내공단 앞 도로변에 한내보건진료소가 있고, 거기서 해안 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전에 취재한 모감주나무숲(14번째 섬나무)이 있다. 반대로 산 쪽 마을 방향으로 가면 이 느티나무가 나온다.

느티나무가 있는 자리는 4개의 마을 길이 만나는 곳으로 주변이 꽤 넓고, 사방을 향해 뻗친 가지가 지붕처럼 덮고 있어 사람이 만든 커다란 야외 공연장에 온 것 같다. 이렇게 큰 나무들은 오래된 성당이나 사찰에 들어선 것처럼 보는 이를 경건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마을 길을 따라 세워진 전봇대 때문에 전깃줄이 나무 경관을 해치기는 하지만, 다행히 반대쪽은 전깃줄이 없어 이 나무의 자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이 나무는 혼자가 아니다. 자기 덩치보다 조금 작은 느티나무 1그루와 현장에서는 수종을 몰랐던 아름드리나무 1그루가 곁을 지키고 있다. 연초면지에는 이 나무가 이팝나무이며 꽃 피는 상태에 따라 풍년을 점쳤다고 한다.

지난봄에 덕포 이팝나무를 취재했었는데 꽃이 없는 나무를 대하다 보니 몰라봤던 것이다. 이 나무도 덕포 나무 못지않게 큰데 만개한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큰 느티나무는 가슴높이 둘레가 5.3m이고, 작은 느티나무는 3.35m이다. 그 사이에 있는 이팝나무는 4.05m다.

그리고 2~3m 떨어진 곳에는 예전 동부면 부춘마을에서 만났던 ‘가랑이 느티나무(줄기가 V자로 갈라졌다는 의미)’를 닮은 작은 느티나무 1그루와 감나무처럼 보이는 나무 1그루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 반대편으로 어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돌담 사이로 난 계단 앞에 서 있다.

이들 덕분에 마을 한복판에 조그마한 숲이 생겼다. 그 아래는 원형의 덱(deck)이 있어 사람이 앉거나 누워 쉴 수 있다.

임정훈 한곡마을 이장에 따르면 이 나무들이 언제, 어떤 목적으로 심어졌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이 워낙 이 나무를 사랑하고 신성시 여겨 한때는 섣달그믐에 고사를 지내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마을에서 가장 신성하다고 여길만한 주민을 뽑아 제주( 祭主)를 보게 했다. 임신한 여자와 집안에 소가 죽은 집은 제사에서 제외했다.

임 이장이 기억하기로 한동안 이 마을을 떠났다가 1991년 돌아왔는데 그때는 그 전통이 끊어져 있었다. 1983~1984년께 사라졌으리라 추측했다.

이 나무는 또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는 광장이었으며,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원래 한내마을은 1·2구로 나뉘었을 뿐 모두가 한 마을 주민이었다. 그런데 행정구역을 구분 지으면서 한내·한곡으로 갈라섰다.

당시는 급한 대로 이 마을에 냇가가 흐른다는 의미로 한곡(汗谷)이라 지었는데 최근에는 마을 이름이 좋지 않아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아 현재 그대로 놔둔 상태다.

연초면지는 1945년 5월 1일 부락구제(部落區制)를 실시하면서 한내에서 한곡으로 분구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마을이 나뉘면서 두 마을의 왕래는 뜸해졌고, 이 나무를 찾는 발걸음도 줄었다. 반대로 공단이 해안가에 있어 원룸이 나무 주변으로 들어섰고,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거하면서 주변 쓰레기가 늘게 됐다.

임 이장은 “마을에서 나무를 가꿔오다가 최근엔 거제시가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면서 수고를 덜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공단에 붙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곳곳에 쓰레기 불법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이 느티나무는 앉아 쉬기 좋아 오고 가는 사람이 늘면서 쓰레기도 늘고 있어 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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