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I ♡ GEOJE
만첩벚, 늦게 피어 더 예쁘다열세 번째 나무-마전초 겹벚나무

▲ 겹벚나무 그늘 아래서 만난 마전초 우쿨렐레 방과후수업 학생들과 김혜란 지도교사
“아직도 벚꽃이 피네요”

마전동 마전초등학교에 뒤늦게 벚꽃이 피었다. 거제의 산천초목은 이제 다들 연녹색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말이다.

마전초 벚꽃은 이달 초 연분홍 꽃비를 내렸던 것들과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 먼저 분홍색이 그들보다 짙고, 진달래보다는 연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꽃의 모양이다. 일반 벚꽃은 5개 꽃잎이 다섯 방향으로 퍼져 핀다. 꽃을 그릴 때 가장 흔하게 표현하는 형태다. 이처럼 2개, 혹은 3개, 5개 꽃잎이 바퀴처럼 둥글게 퍼지는 꽃을 ‘홑꽃’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마전초에 핀 벚꽃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꽃잎이 겹겹이 쌓여있다. 이런 꽃을 ‘겹꽃’이라 부른다. 이는 속씨식물의 꽃에서 수술이나 암술, 꽃받침조각이 꽃잎 모양으로 변한 것인데, 이를 ‘판화(辦化)’라고 한다.

꽃잎이 겹겹이 핀 벚나무, 그래서 ‘겹벚나무’라고 부른다. 한자로 만첩(萬疊)벚나무라고도 한다.


기자가 겹벚나무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이맘때인 4월 말쯤이다. 하청면 와항에서 실전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일자로 쭉 뻗은 내리막길이 있고, 왼쪽에는 조선 관련 업체가 도로를 따라 금속 패널로 길게 담을 두르고 있었다.

내리막에서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 홀로 꽃비를 뿌리는 나무가 있었는데 당시엔 벚나무의 한 종류인지 모르고 ‘예쁘다’라고만 생각했다. 그 뒤 ‘섬을 사랑한 나무’ 코너를 시작하면서 개화시기를 맞춰 그 나무를 꼭 소개하리라 벼르고 있었다.

하청면 와항에서 실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겹벚나무

올해도 그 나무는 꽃을 피웠다. 아직 만개하기 전이었지만 꽤 볼만하다. 실컷 카메라에 담은 뒤 장목, 옥포, 장승포를 돌아 마전동 주민센터에 이르니 맞은편에 겹벚나무가 한 그루 더 눈에 띄었다. 마전초 체육관 뒤편 담장이었는데, 마전초에 도착하고 보니 비단 한 그루가 아니었다.

그중 학교 남쪽 담장에 있는 세 그루가 가장 크고 꽃이 무성하다. 분홍빛 벚꽃이 어찌나 흐드러지게 피었는지 그 그늘조차 붉은 것 같다.

만개한 겹벚나무가 유독 짙어 보이는 까닭은 꽃 자체 빛깔이 일반 벚꽃보다 진할뿐더러 개화와 동시에 꽃 사이로 붉은색의 어린잎이 돋아서다. 잎은 자랄수록 녹색을 띤다. 이 때문에 꽃이 진 뒤 잎이 나는 일반 벚꽃보다 개화시기가 늦다고 알려졌다.

꽃송이는 앞서 말한 대로 꽃잎 여러 장이 겹겹으로 꽉 차있다. 작지만 묵직한 꽃송이가 한 가지에 수백 송이 달려있어 나무 수형(樹形)이 아래로 축축 처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힘 있는 가지들은 하늘로 쭉쭉 뻗어 마전동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게다가 달걀 모양의 꽃잎은 그 끝이 살짝 갈라져 있어 이 잎들로 장식된 꽃은 마치 레이스(lace) 달린 치마를 두른 듯 더욱 화려함을 더한다. 벚꽃이 봄의 여왕이라면 겹벚나무는 여왕조차 초라하게 만드는 ‘여신(女神)’이 아닐까.

이 세 겹벚나무는 마전초의 자랑이다. 나아가 거제의 보물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겹벚나무의 키는 10m 정도이다. 그러나 추위와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수명도 짧아 거목으로 자라기 어렵다.

그런데도 마전초 겹벚나무는 맨눈으로 짐작했을 때 키가 150~160cm인 사람의 7배 정도인 거목이다. 옆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어깨를 견준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자료 사진을 봐도 이 정도로 크지 않다.

특별한 나무엔 특별한 사연도 있다. 마전초 교사들이 이 나무를 매우 사랑해 학교를 떠난 뒤에도 매년 꽃이 피면 꽃그늘에 모여 추억을 얘기했다고 한다.

수령은 나무 전문가가 아니므로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1회 졸업생에 따르면 1975년 마전초가 개교할 때 학교 공사가 미완성이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세숫대야 등을 챙겨와 공사를 마무리 짓다시피 했다. 정원의 나무들도 학생들이 가꿨는데 그 가운데 겹벚나무도 있었을 거로 추측했다.

기자는 지난 17일 마전초를 찾았다. 그 뒤 주말에 비가 내렸다. 이번 주말에야말로 만개한 만첩이 붉은 꽃비를 뿌리는 장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행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