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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고슬 잘 지은 하얀 쌀밥열다섯 번째 나무-덕포 이팝나무

긴 연휴로 5월을 시작한 사람이 꽤 많아 보인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닷새 휴가는 무척 길고 달콤했을 것이다. 반대로 대자연에서는 가장 바쁠 때다.

겨우내 잠들었던 생명들이 4월에 기지개를 켰다면, 5월부터는 서둘러 번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 시기에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포 이팝나무도 지난 연휴 동안 급하게 '하얀 쌀밥'을 지어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푸른 잎만 무성하더니, 6일 다시 찾아보니 꽃이 만발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덕포 이팝나무는 1990년 1월 16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95호에 지정됐다. 명칭은 ‘장승포덕포리이팝나무’다. 나이는 300살로 추정하고 높이는 15m, 둘레는 3m, 수관 폭은 동서 16m, 남북 14m이다.

지난 1일 직접 재어보니 흉고(사람 가슴높이)가 3.45m이고, 가장 길게 뻗은 북·서쪽 가지가 10m에 이른다. 기록보다 꽤 자랐다.

꽃은 길고 홀쭉한 꽃잎 4개로 이뤄져 있다. 쌀알처럼 생긴 꽃잎들이 무리를 지어 가지에 앉으니 잎이 가려져 그 큰 나무가 온통 하얗다. 그 모습에 고봉밥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밥나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벼슬에 올라야만 이(李) 씨 임금이 내리는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해 쌀밥을 ‘이밥’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름에 대해선 때에 따른 유래도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팝나무는 5월 초에 꽃을 피웠다. 이 시기는 24절기 중 입하(立夏·양력 5월 6일 쯤) 전후다. 입하에 꽃을 피운다는 의미로 ‘입하나무’라 지은 것이 부르게 쉽게 변형됐다는 설이다.

덕포 이팝나무는 꽃이 얼마나 피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를 점쳤다. 습기를 좋아하는 이팝나무의 특성에 따라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땅에 물이 많다는 뜻이므로 풍년이고, 그 반대이면 물이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흉년이 든다. 이처럼 기후를 점치는 데 유용한 나무를 기상목이라 한다.

덕포 이팝나무는 당산목이기도 했다. 나무 아래서 만난 80대 어르신에 의하면 명절날 마을에서 이 나무와 옆에 있는 돌탑에 색색의 천조각을 두르고 당산제를 지냈다. 그만둔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팝나무를 귀하게 대접하는 곳은 비단 덕포 뿐만 아니다. 전국에 13그루가 천연기념물(7그루)과 시·도기념물(6그루)로 지정돼 있다.

지금 이 시기에는 거제 어디에서도 흰 쌀밥을 지은 이팝나무를 쉽사리 볼 수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가로수로 총 4051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는 동백나무와 벚나무, 후박나무 다음으로 많은 가로수다.

한편 거제시는 덕포 이팝나무가 현재 쇠약한 상태여서 뿌리의 통기성과 배수, 사람 발길에 의한 훼손 등을 고려해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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