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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치고 굽이치는 기세가 용을 닮다열한 번째 나무-학동 용송(龍松)

사진/ 최대윤 기자
학동 몽돌해변 남쪽 끝자락 갯바위를 ‘용바위’라 부른다. 학동 주민에게 물어보니 바다로 툭 튀어나온 모습이 용 대가리 같다고 해서 부르게 됐단다. 이 바위에 대해선 ‘거제 설화를 찾아서’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 바위 뒤(육지 쪽)로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검푸른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이 절경을 더 아찔하게 하는 것이 벼랑 끝 거송(巨松)이다. 평편한 지면을 놔두고 하필 벼랑 모서리에 뿌리를 내려 바다로 줄기를 늘어뜨린 이 소나무는 ‘용송’ 또는 ‘용솔’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이 이름이 금시초문이다. 그저 용바위 위로 머리를 늘어뜨린, 자태가 기이한 소나무일 뿐 특별히 이름 붙여 부르진 않은 모양이다. 한 주민은 “용송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 없다. 다만 나무 모양이 특이해서 매스컴에서 자주 취재 왔었는데, 그러다 보니 부르기 쉽게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식당이나, 행인, 어르신들에게 물어봐도 용송 또는 용솔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반면 인터넷에는 관련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사진 중심의 블로그들인데, 추측하건대 풍경을 좇는 사진가들이 이 절경을 담아내고, 그럴싸한 제목으로 ‘용송’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 사연이야 어찌 됐든 힘차게 굽이치는 이 나무는 말 그대로 용과 닮았다. 벼랑 끝에서 바다 쪽으로 뻗은 몸통은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흐르는 듯 하다가 용이 솟구치듯 하늘로 다시 뻗는다. 그것도 대가리가 여럿 달린 용이다. 몸통만큼이나 굵은 가지들이 비슷한 형태로 부채처럼 퍼져서다.

대세를 따르지 않고 몸통에서 갈라지자마자 위로 자란 가지들도 있다. 정확히 ‘ㄴ’ 형태이다. 저 나름대로 벼랑을 붙들기 위한 균형 잡기인지, 아니면 땅에서 하늘로 자라는 식물의 본성인지 모를 일이다. 삐죽삐죽한 솔잎과 잔가지는 마치 지느러미나 손톱을 닮았다.

용송의 화룡점정은 피부다. 검붉은 수피(樹皮)에 새겨진 무늬는 악어, 혹은 거북이의 등껍질과 흡사하다. 뱀의 몸통을 가졌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 용이 실존한다면 이런 피부를 갖지 않았을까.

이 나무는 절벽에 자리하고 있기에 가까이서 감상하기 힘들다. 나무 아래를 보려면 6~7m 높이의 갯바위를 넘어야 하는데, 그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검푸른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빨려들 듯 아찔하다. 이 방법은 상당히 위험하므로 근처에 있는 그물개 오솔길을 이용해야 한다.

덱(deck)으로 조성한 이 길을 따라 숲속을 걷다가 첫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좁은 평지가 나온다. 용송의 뿌리가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벼랑의 지면이다. 안전을 위해 가장자리에 울타리가 쳐져 있다.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용송의 전체 수관(樹冠)은 볼 순 없지만, 용의 등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둥치는 어느 정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용의 등을 타보려는 욕심에 울타리를 넘으면 매우 위험하다. 땅에 솔잎이 깔려 있어 미끄러울 뿐 아니라 이 때문에 지표면이 가려져 발을 잘못 디딜 경우 중심을 잃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땅 위로 드러난 채 뒤엉켜있는 뿌리에도 걸릴 위험이 크다.

낭떠러지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파도가 갯바위에 세차게 부딪혀 절벽 위까지 물보라를 튀긴다. 여기에 사람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뼈도 못 추릴 듯하다. 괜한 호기심에 위험을 자초하지 말고, 적당히 울타리 너머를 감상한 뒤 오솔길을 마저 걷는 것을 추천해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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