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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잃고 홀로 남은 할배나무아홉 번째 나무-능포동 옥명마을 팽나무

인간 영역의 확장은 자연의 동식물에 침략이나 다름없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면서 이들의 서식지를 좁혀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참 애매한 환경에 처한 보호수 한 그루가 있다. 이는 능포동 롯데캐슬아일랜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아름드리 팽나무다.

거제시 보호수 지정 관리 대장에 따르면 이 나무는 2009년 5월 7일 시 보호수 12-09-23에 지정됐다. 나이는 약 300살이며, 높이는 12m, 흉고(사람의 가슴 높이) 나무둘레는 4m이다. 아파트 측이 소유 및 관리자이다.

능포동지에는 1982년 시군나무 12-19-4호에 지정됐다고 나와 있다. 아마 이 나무와 한 쌍을 맺었던 할매나무의 기록이 아닐까 생각된다.

할매나무는 풍수해로 병들어 철거됐다. 현재 옥명마을 표지석이 세워진 자리 뒤편에 할매나무가 있었다. 옆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의 관계자가 기억하기로 5년 전인 2010년쯤 할매나무라 불리는 가지 하나 남은 고목이 있었고, 주변에 아주 작은 공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땅을 소유하던 기획재정부가 고사한 나무를 뽑아내고 주변을 정비했다고 한다.

아마 할배나무는 아파트 벽으로 가려져 할매나무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할배나무는 처음 마주한 순간 두 생각이 엇갈린다. 아파트에 갇힌 것인가, 보호받는 것인가.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있어 나무 양옆으로 고층 아파트가 바짝 붙어 있다. 그렇게 큰 나무가 아파트 그늘에 쏙 안겨 있다.

해의 위치에 따라 볕이 들기도 하지만, 농어촌 탁 트인 들판에서 한가득 햇볕을 쬐는 노거수들에 비하면 턱없이 좋지 못한 생육 환경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나무는 옥명마을의 변천사를 오롯이 지켜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옥명마을은 몇 안 되는 집과 논밭이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옥포조선소가 거제에 들어서자 배후 주거지역으로 4~5층 사원아파트 단지가 조성됐으며, 그 뒤 대우 푸르지오, 롯데캐슬 등 고급 대단지 아파트가 빼곡히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격동의 변화 속에서 이 나무가 옮겨지지도 않고 자리를 지켜낸 것은 주민들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에는 뿌리를 덮고 있던 보도블록을 걷어내는 등 생육환경에도 신경 쓰고 있다.

오래전에는 당산제를 지내는 수호목이기도 했다. 이러한 풍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롯데 아파트가 2006년 10월 입주 완료한 뒤 이듬해 1주년 행사로 이 나무에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아직도 이 나무를 신성시해 간밤에 몰래 제를 지내고 가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고 한다.

▲ 2007년 10월 롯데 아파트 입주 1주년 기념행사로 할배나무에 고사를 지내고 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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