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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으로 살아난 방하마을 팽나무일곱 번째 나무-둔덕면 방하마을 팽나무

아프리카에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평생 체득한 경험과 지혜를 높이 평가하는 말이다. 둔덕면 방하마을 보호수를 취재하면서도 마을회관 어르신들의 기억이 큰 도움이 됐다.

방하마을은 청마 유치환 시인의 출생지로 이름났다.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생가를 다시 짓고 그 옆에 청마기념관을 세웠다.

기념관 주차장엔 커다란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1997년 보호수로 지정됐고, 지정번호는 마을나무 12-10-6-6-1이다. 나이는 350년, 키 18m, 둘레는 3.5m이다. 소재지는 둔덕면 방하리 709이고, 관리자는 방하마을이다. 나무 둘레는 줄자로 다시 재어보니 4.9~5.4m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나무의 뿌리가 온전히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덱(deck)이 설치된 노거수는 대부분 뿌리가 가려져 있는데, 이 나무는 뿌리에 햇빛과 빗물이 직접 닿을 수 있도록 덱을 멀찍이 떨어트려 놨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마 묘소 산책로 정비 공사’를 실시했는데, 주민들 요청으로 나무의 생육 환경 개선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한다. 보호수 안내판 앞 아스팔트 도로를 걷어내고 넓은 간격으로 보도블록을 깐 것도 빗물이 땅에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란다.

이처럼 이 팽나무는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제형득(86) 할아버지는 10여 년 전 팽나무가 매우 아팠던 때를 기억했다. 인근에 팽나무 한 그루가 더 있었는데 속이 썩어 넘어가 버렸다. 이 팽나무도 속이 썩어가자 마을에선 한바탕 소동이 났다. 주민들은 전문가를 불러 썩은 속을 파내 약품처리하고, 영양제를 맞히는 등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겨우 살려냈다고 한다.

김필인(79) 할머니는 오래전 동부면에 살던 원씨 삼형제 중 첫째가 방하마을에 자리 잡은 뒤 이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가 원씨 가문에 시집올 때 형님(손위 동서)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의 말이 사실인지는 검증하기 힘들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떠나 나무에 얽힌 모든 이야깃거리가 이 나무의 목생(木生)을 증명하는 흔적이 아닐까.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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