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일 동상 철거 문제에 팔을 걷어부친 거제시의회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폐회된 제145회 1차 정례회에서 ‘친일파 김백일 동상 철거 촉구 결의안’을 채택, 사실상 거제시에 철거 명분(?)을 실어줬음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따른 압박 조치인 것.

시의원 7명(김은동·박장섭·옥영문·유영수·이행규·전기풍·한기수, 이상 가나다순)으로 구성된 ‘친일파 김백일 동상 철거 추진위원회’(위원장 한기수, 이하 추진위)는 지난 4일 오후 2시 고현동 버스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민호 시장은 친일파 김백일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추진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거제시민단체협의회 성명서 발표, 옥영문 의원 1인 시위 등 앞선 사례를 근거로 “여러 단계의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권민호 시장은 동상 철거에 대한 의지 표명을 하지 않기에 의원들이 나서 시민들에게 호소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 “역사의 땅 거제에 민족의 반역자 친일파 동상이 서 있는 것은 거제시민의 자존심을 심히 훼손하는 행위로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상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치된 점도 짚었다. 추진위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문화재구역으로 이 구역 안에 새로운 구조물을 설치할 경우에는 경남도 관리 하에 ‘문화재영향검토’ 등의 절차에 따라 ‘현상변경’ 허가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는데 거제시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른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특히 “행정사무감사에서 담당자는 문화재 구역에 동상 등 시설물을 설치하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면서 “문화재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게 거제시 행정의 현주소”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선 “의원들이 직접 나서 김백일 동상 철거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거리 곳곳에서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권 시장이 철거 의사를 밝히거나 언제까지 철거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있을 때까지 철거 운동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백일 동상’은 지난 5월 27일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세워진 뒤 친일행적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시의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거센 철거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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