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영 민
/본지 편집인

3년전 12월 중순으로 기억된다.
청소년을 선도한다는 좋은 뜻으로 청소년 선도위원을 자청했던 한 뉴질랜드 교민이 경찰에 입건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학생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자주 눈에 띄어 이들을 바로잡아 보려는 마음에서 건장한 청년들을 대동하고 밤늦게 배회하는 학생들을 귀가시키는가 하면 때로는 완력으로 아이들을 훈계하기도 했다.
이 교민에게 어느 날 한 유학생 모친이 방문했다. 본인의 아들이 방탕하니 교육 좀 시켜달라고...
아이 엄마의 허락도 받았겠다 싶어 이 교민은 청년 몇 명을 대동하고 문제아이를 붙잡아 매질을 가했다. 폭행을 당한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자, 체포된 그는 법정에 서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클랜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당신의 행동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행한 좋은 명분이라고 했지만, 과연 폭행이 좋은 명분인가? 정당한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청소년 교육전문가는 여러 방법의 청소년 선도의 길 중 이러한 방법도 있다고 한다. 흠이 보이는 학생 전체를 문제학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중 80%는 동기가 부여되면 훌륭한 청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실증된 기록으로 남아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학생보다 부모와 사회에 있다.
문제학생들의 귀감이 되도록 더욱 모범학생들을 격려하고 육성하는 것이 사회적인 관행으로 정착한다면 청소년 문화의 변화 속에 문제학생들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을 선도한다는 사람들은 우선 자기 자식에 대한 동일한 사랑을 이들에게 전이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인격을 갖추어야 하며 사회는 장학제도를 포함하여 건전한 놀이시설, 카운셀링 서비스 및 부단한 청소년 체육, 문화행사를 펼치고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기성세대의 자세로 문제학생들을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교육은 선도가 아닌 「폭행」이다. 이러한 무식한 자들이 학생들을 완력으로 선도하려고 든다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몇 해전 아들이 다니는 뉴질랜드 북섬 타우마루누이 고등학교의 요청에 의해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들이 학교생활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교장이 학부형인 필자에게 면담요청을 했던 것이다.
교장은 지나치도록 상세하게 기록한 한 학기 동안의 아이 생활기록표를 보이면서 아이의 학습태도 향상에 협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교장은 이어서 아이를 교장실로 불렀다.
그는 흰색의 A4지 종이 위에 볼펜으로 까만 점을 하나 찍고 나서 종이를 들어 보이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아 무엇이 보이느냐?』
『까만 점이요』
『왜 네눈에 까만 점만 보이느냐? 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느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까만 점은 이 하얀 종이 위에 0.1%도 차지하고 있지 않다. 왜 네눈에는 아주 작은 이 까만 점만 잘 보이고 전체를 뒤덮은 하얀 면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
『그렇다. 사람들은 하얀 면보다 이 작은 까만 점이 더 눈에 띄게 마련이다. 현재 너의 학습태도는 이 까만 점과 같기 때문에 선생님은 물론 다른 학생들 눈에도 잘 띄어 오늘 너를 부른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잘 알겠는가?』
『....예』
『아들아 그러면 네가 까만 점이었다는 것을 느꼈으면 지워야겠지?』
『예...』
교장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화이트」를 아이에게 주면서 점을 지우라고 했다. 「화이트」를 건네 받은 아이는 쉽게 하얀종이위의 조그만 까만 점을 지우려 했지만 액체가 말라있어 잘 지우지 못했다.
이에 교장은 『까만 점을 지우기가 쉽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렇지 못하다. 정성껏 「화이트」를 흔든 후 까만 색깔이 보이지 않도록 또한 정성껏 지우거라...』
까만 점을 없앤 아이는 교장에게 종이를 넘겨주었다.
『아들아 이제 무엇이 보이느냐?』
『전체가 하얀색인걸요?』
『맞다. 고맙구나 이 종이는 네가 가지고 가거라 명심할 것은 사람들은 큰 면적의 하얀 면보다 남의 흠이 되는 작은 까만 점을 더 잘 보게 마련이다. 이제 남의 눈에 잘 띄는 조그마한 까만 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거지?』
『예』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꾸중을 들을 줄 알았던 아이는 변함 없이 「아들(Son)」이라고 부르는 교장선생님의 훈계가 한국에서 종아리 몇 대 맞은 것 이상으로 아팠음을 느끼는 듯 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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