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덕 규
/거제대학장

요즘에 대학(교)들은 일년 내내 입시를 치르고 있다. 그래서 입시철이 따로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연말에 대학의 신입생 모집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지난 13일 수능(修能)성적이 발표되었고, 21일부터는 정시모집이 시작되어 한번에 뽑는 학생수도 제일 많아 입시가 정점(頂點)으로 치달리고 있다.

매년 변화를 거처 온 대학입시는 올해도 각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주로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적절히 조합하는 독자적 선발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들에서는 변별력(辨別力)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논술, 모의테스트와 면접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원래 이와 같이 입시방법을 다양화시킨 것은 사교육비를 줄여 공교육을 살리며, 입시 열기를 다소라도 누그러뜨리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수시모집은 점점 그 수가 늘어 올해에는 대학들이 1, 2학기에 이미 전체 신입생 모집정원의 50%이상을 선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이제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에서 보여주는 좀 더 좋은(?) 대학에 대한 입시생 본인들과 부모님들의 열망은 줄어드는 것 같지 않다. 경쟁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과도한 교육열이 무릇 도가 지나쳐 오히려 학생 개개인의 일생에 멍에가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선, 신입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는 대학자체의 명성보다는 우선적으로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에 따른 전공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장래에 대한 타당한 결정이 될 것이다. 대학의 명성이나 우열보다는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하며, 그 일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오래전 일이지만 대학진학 시, 나 자신도 부모님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본인의 의견이 모두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몇 년간 A대학의 정보통신공학부에서 신입생들을 면접하면서 전공 선택을 잘못하여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 후에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는 개연성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어제부터인가 우리는 대학 응시생들 대부분이 서울지역에 있는 몇 개의 유명학원들이 발표하는 각 대학, 학과의 지원 가능한 점수 가이드라인을 참조하여 가, 나, 다군(群)의 3개 대학에 원서를 제출한다. 이때 너나 할 것 없이 각종 요령이나 눈치작전이 전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군인 A대학 정보통신학부에 응시한 학생들의 면접에서 겪은 경험을 되살려 보자. 가령 피면접자에게 가군과 나군에 응시한 대학과 학부를 묻는 경우 적지 않은 학생이 K대학의 농생명과학부, S대학의 전자공학과, H대학의 경영학부 또는 W대학의 의학부 중에 학군에 따라 한 곳씩을 응시했다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금은 전공에 대한 선호도가 다소 변했겠지만 그때만 해도 학과 또는 학부의 선호도의 역순이 바로 K, S, (A, H), W의 대학 서열이 되는 것이다.
즉 자연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의 교차지원이 가능한 경우 H대학은 서열이 A대학과 비슷하고, K, S대학은 A대학보다 서열이 높고, W대학은 지방 변두리의 서열 낮은 학교정도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도대체 자네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은 무엇이냐고 되물으면 IT를 하고 싶은 것이 자신의 소신이고, 나머지는 담임선생이나 부모가 강요해서 성적에 맞추어 그렇게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이런 학생들에게는 면접점수를 낮게 주고, 많지는 않았지만 가, 나, 다군 모두에 IT 및 유사전공에 지원했다는 학생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대학진학 실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느껴져 씁쓸하다.

이미 우리의 공교육이 돌이키기 힘든 중병에 결려 있고 치료를 위한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내 자식에 대한 이기주의적 사고로 좋은 정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음을 안다.
실례로 지난해에는 학생부 성적이 부풀려지는 부작용이 회자(膾炙)되더니 최근에는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다른 길을 택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예산이나 질적인 면에서 초·중등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민 모두의 교육에 대한 의식변화와 내 자식에 대한 지나친 이기심이 좋은 교육정책마저 훼손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우선이다.
고생하는 수험생들의 소신 있는 전공 선택과 합격의 기쁨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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