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대표

지난해 가을 필자는 거제시의 캐치프레이즈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의견을 지역신문의 칼럼을 통해 제안한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거제시가 지향하고 있는 도시비전인 ‘21세기 해양관광도시 거제’는 거창한데 비해 구체성과 차별화가 부족하다보니 가슴에 명쾌하게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던 것이다.

필자 외에도 세계 최대의 조선도시라는 거제시의 위상에 걸맞은 캐치프레이즈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다행히 거제시 주관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공모가 진행되고 있어 신년 초쯤에는 세련되게 다듬어진 멋진 문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데 유용한 캐치프레이즈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들이 유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강렬한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모토(motto)나 슬로건(slogan)을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의 개념과 혼동하다보니 도시세일즈 측면에서 구체적인 재화의 유입을 염두에 둔 고도의 이미지마케팅 전략수반이 절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표현에서 그치고 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캐치프레이즈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내세우는 기발하면서도 세련된 문구를 말한다. 주목적이 광고와 홍보, 선전에 있기 때문에 좋은 캐치프레이즈란 짧고 눈에 잘 뜨이도록 해야 하며 인상적이고도 강렬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넘치는 정보 속에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고 더불어 매출도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신안군의 캐치프레이즈는 ‘관광과 휴양의 파라다이스! 淸淨新安’이고 영덕군은 ‘영덕에 오시면 눈과 입이 즐겁습니다’이다. 정말 눈앞에 보일 정도로,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생생하게 그 도시의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사례이다.

우리나라 해양도시들의 캐치프레이즈 속에 나타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문구의 조합을 넘어 다양한 색상이나 글꼴 등의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시각적인 전달효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영어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한자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제주의 경우 휴식과 아름다움(또는 맛있는), 줄거움을 뜻하는 ‘休∥ 美 ∥樂’이다.

또한 ‘최고의 관광휴양도시’, ‘꿈과 희망의 도시’와 같이 막연한 표현이나 상투적 문구에서 벗어나 삼척시의 ‘신비한 동굴세계’와 같이 구체적이거나, 백련지의 연꽃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안군의 ‘Welcome to Green Festival', 감성을 자극하는 남해군의 ’사랑해요. 보물섬‘과 같은 표현들도 주목을 끌고 있다.

세일즈가 흥망을 좌우하는 기업의 경우에 ‘초일류기업 건설’,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 ‘전통과 기술의 중심’ 등과 같은 말들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듣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라면 너무 막연하고 호소력도 없다. 따라서 듣고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게 된다. 효과적으로 시장에 기업을 알리고 생산한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경우라면 이런 구태의연한 표현에 대한 정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행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부적인 만족을 추구하는데서 그칠 일이 아니라면 도시세일즈라는 목적에 합당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일관된 도시의 이미지 창출의 연장선상에서 캐치프레이즈 선정작업이 진행되어야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거제시의 상징물로는 해금강의 일출을 이미지화한 심볼마크, 시화(市花)인 동백, 시목(市木)인 해송, 시조(市鳥)인 갈매기, 시어(市魚)인 대구, 그리고 공식 캐릭터인 몽돌이와 몽순이, 대군이와 대양이 등과 함께 작년에 추진되다 중단되어버린 거제8경 등 많은 이미지들이 있는데 일관성을 잃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새롭게 선정되는 캐치프레이즈는 도시의 중심산업인 조선산업과 해양관광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충분히 강조하되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각종 상징물들과 이미지들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거제팔경의 선정작업을 통해 완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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