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순 련
/오비초등학교 교사

교육부가 교사들의 논술지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논술교육 동아리 1천 팀을 선정해 지원하고 내년까지 모두 1만4,000여명의 교사들에게 논술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5명 내의 현장 교사가 한 팀이 되는 논술교육동아리는 시도교육청별 공모로 선정되며 내년에 500만원씩의 예산을 지원 받아 논술 강좌 운영, 논술 프로그램 개발, 연수 활동 등을 하게 된다.

이에 발맞추어 시도교육청에 교육전문직과 논술교육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논술교육지원단이 설치돼 학교 논술교육과정을 컨설팅하고 논술지도 자료 개발, 보급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정규교육과정에서 체계적인 논술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초중학교의 국어교과에 논술과 직접 관련되는 정보전달 텍스트, 설득 텍스트를 반영하고, 도덕, 사회, 과학 등의 교과에 논술관련 학습목표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교육신문에 실린 이 기사를 접하자 초임교사 시절이 생각났다.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이다음에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희망을 적게 하고, 그 희망을 택하게 된 이유를 적어보라고 했다. 6학년인 아이들은 자신의 희망은 정말 자세히 적어놓았지만. 아무도 그 희망을 택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밝혀놓지 않았다.

글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말로는 표현하겠지 싶어서 다음날 한 사람씩 일으켜 세워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인양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맡으면 말하기만은 몽둥이를 들면서까지 열심히 시켜오고 있다.
위의 신문기사를 읽으면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속엔 논술지도에 관한 과정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논술쓰기 교육과정은 1학년부터 국어과의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교과서에 논술교육 지도에 관한 학습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초등학교 국어과 말하기, 듣기 교과서엔 논술기초를 가르치기 위하여 어떤 장면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게 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땐 꼭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논술의 첫걸음이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었다면 그 말 한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논술이다.
다음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과 읽기 교과서 둘째마당에 나와 있는 논술교육 단원의 내용이다.

음식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은 많이 먹지만, 싫어하는 음식은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제시된 글을 읽고 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잘 드러난 부분을 찾아보는 과정이 바로 초등학교 1학년 국어과 읽기 교과의 논술지도 교육과정이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잘 먹지 않는지?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지를 알아보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이 드러난 부분을 찾아보는 것이 읽기 교과의 논술지도이다. 읽기를 통하여 글쓴이의 생각이 드러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면 이번엔 자신이 어떤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고, 그 말을 글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 바로 논술쓰기의 시초이다.

그러니까 논술은 별다른 글쓰기가 아니고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적는 글이다. 자신의 주장을 적을 때 단지 주장만 적을게 아니라,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근거 제시에도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검정된 결과나, 정보에 의한 정확한 내용이나, 과학적인 예시, 등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탄탄한 버팀목이 되는 보조하는 문장이 뒤따른다면 좋은 논술이 될 것이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학습은 바로 독서에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을 담임했던 제자가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대학교에 1차 합격을 하였지만 2차 논술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논술학원에서 지도하는 교재를 들고 아무 재주도 없는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는 이 교재를 훑어보다 너무나 놀랬다. 그 교재는 독서능력이 형성되지 않고는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시간 내에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쓸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독서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할 수 없는 많은 대리 경험을 하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과학적인 근거와, 상황에 맞는 답을 찾게 하는 사고 능력을 길러주므로 독서야말로 논술학습의 가장 기초가 되는 학습이라고 하겠다. 독서를 통하여 가치관이 형성되며, 독서를 통하여 내 안의 자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고. 그런 나를 통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논술을 잘 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말하는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부모들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옛날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른 앞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가는 혼 줄이 났다. 이유를 말하다가는 어른 앞에 대꾸를 하는 되먹지 못한 아이로 낙인 되기 때문이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근거를 제시해 가면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고, 말하고. 듣는 것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자녀교육에 외국어 공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마음먹고 있는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고, 그 말을 우리글로 표현할 수 없으면 아무리 가슴속에 들은 지식이 많아도 그 앎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국어교과는 모든 교과의 학습을 위한 도구교과가 된다.

전국의 대학교에서 논술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둔다고 하자 학생들과 학부모가 또 한 번 술렁이기 시작한다. 논술지도는 대학 가기 전에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말하기부터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 자신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살아가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그 말을 글로 옮기는 습관을 차근차근 길러갈 수 있을 것이다.
옛날의 관리 등용문이 바로 과거시험장이 아니었던가?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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