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창 기
/거제대학교수(관광통역과)

거제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매우 드물다. 인근 부산에서 큰 국제행사가 열려도 외국인 관광객들은 거제를 찾아오지 않는다. 대부분 시간적 여유가 나면 경주 정도나 방문할까 우리 거제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힘이 적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힘이 아직 미약하고, 아직 부산에서 거제 오는 길이 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육로를 이용한 접근성이 계속 향상되고, 거가대교까지 완성된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부산에서 한 시간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거제를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하고 있는가. 불과 10년 이내면 닥치게 될 이러한 현실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거제시가 표방하는 세계적인 관광해양도시는 분명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관광지는 아닐 것이다. 외국관광객도 능히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국제적 수준의 해양관광지를 의미하는 것일 게다. 지금처럼 국내관광지와 해외관광지가 서로 경쟁을 하는 상황하에서는 더군다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성공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노력은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관광특구를 신청하고, 조선테마공원을 조성하며, 축제를 활성화하고, 장기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그것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어필할 만큼 큰 매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은 남들이 하는 것들을 모방하는 수준이며,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이 한번쯤 생각해보고 있는 것들이다.

2020년도를 목표연도로 하고 있는 거제시장기종합발전계획만 보아도 그렇다. 모든 지역을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그렇거니와, 지역적 자원의 분포에 따라 관광상품을 만들고 콘도, 호텔 등을 짓겠다는 것 정도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이 계획에 나와 있는 모든 사업이 완결된다 해도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까? 필자는 이에 대한 답을 외도의 예에서 찾고 싶다. 현재 많은 도시사람들이 거제도에 아름다운 섬이 있다고 해서 찾아온다. 거제도 전체를 외도와 같이 만들 수는 없겠는가. 그래서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제도에 한번 오고 싶도록 만들 수는 없겠는가.

외도는 이창호씨 부부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자연공원이다. 거제도는 경제가 호황이어서 주민의 세금인 피가 충분하고,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려는 시민의 노력이 있으니, 거제도 전체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못 이룰 꿈은 아니다. 문제는 서두르지 않고 관광개발을 하는 것이며,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의지이다.

많은 경우 관광개발은 관광지의 값어치를 높이기는커녕 장기적으로 보아 오히려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규모 시설투자만을 서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광이 관광을 파괴한다」는 금언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 말은 거제와 같이 우수한 자연자원을 부각하려는 관광지에는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한 지역을 잘 개발하여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수한 자연자원을 부각하는데 실패한다면 이런 개발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자연관광개발은 치밀한 계획과 투자가 요구되는 고도의 하이테크 분야이다.

「국제적」인 관광지라고 하면 모두들 대규모 관광단지를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규모」시설만이 「국제적」인 것은 아니며, 이와는 상관없는 국제적 관광지가 얼마든지 있다. 시설과 규모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자연자원의 훼손뿐 아니라 다른 폐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또한 대규모 시설투자는 큰 외부자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 혜택을 보기 쉽다. 그보다는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리고, 국제적 관광동향에 부응하며, 자연자원을 파괴하지 않고, 다수의 주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개발방식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 관광비전은 자연자원의 가치를 꾸준히 보완하고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제수준에 맞고, 미래의 관광추세에 부합하며, 대규모가 아니라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주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발방식이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식축구선수로 유명해진 하인스 워드의 구단이 있는 미국의 피츠버그시는 과거 심한 공해 때문에 땅값이 형편없이 떨어졌다가 공해를 걷어낸 지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변모하여 땅값이 수십 수백 배나 올랐다고 한다. 거제도도 개발의 비전을 갖고 자연과 조화되는 개발방식을 채택하여 거제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이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모든 주민에게 혜택이 가는 그런 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것은 꿈을 꾸는 자만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꿈도 꾸지 않는데 꿈을 이룰 자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향후 10년 또는 20년 앞을 내다보고 꿈을 꾸고는 있는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거제시도 의회도 민간단체도 해양관광도시를 주창하지만 그 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대비한 것인지 비전을 갖고, 그에 걸맞는 실천계획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비전을 실천하는 데는 그에 맞는 조직과 제도가 완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전은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제는 일단 거제시 당국과 시의회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바뀌고 시위원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관광공무원의 조직을 전문화, 안정화시키고, 향후 거제도의 관광개발에 지침이 될 수 있는 조례 등을 제정하는 일은 비전의 실천을 위한 초석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국제적 수준에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본지 시론 필진으로 참여해 온 민창기 교수의 개인적 사정으로 민 교수의 글은 이번호가 마지막임을 알려드립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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