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한 주
/변호사

노무현대통령은 며칠전 자신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지난 대통령선거과정과 당선 이후에 그가 사자후를 토하며 국민에게 보여준 비전, 서민들을 생각하며 흘리던 눈물, 불합리한 제도와 부정한 방법으로 부와 권력을 다져온 기득권세력을 향한 개혁의지가 묻어났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런 하소연을 하게 하였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그와 그의 참모들에게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건대 그의 정치력과 그에 바탕한 정책의 추진력은 이미 상실한 것 같다.

그렇게 된 것의 원인을 찾는다면 복합적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치가 그렇듯 근본적인 원인은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수구 기득권세력이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나 신자유주의의 대두와 그것을 세계화 시키려는 강대국들의 간섭이 개혁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일정부분은 그러한 측면도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딱한 지금의 노무현’을 초래한 본질이 아니다.

필자는 노무현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천하게(!) 노무현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가 고졸학력이라서 그렇다고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것이 태생적 한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기실 학력우월주의자이거나 아직도 사농공상을 논하며 봉건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오히려 그의 태생적 한계는 그에게 개혁적 마인드가 있었는가? 그를 지지해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고나 있었는가? 진정한 개혁을 할 의지가 처음부터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노무현은 위의 질문에 대한 마인드나 의지, 능력은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해가는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과연 방법론의 문제였을까?

물론 치밀한 분석과 대안 없이 쏟아 낸 그와 그의 참모들의 말잔치에서나, 아마추어적 행동들, 우선순위가 뒤 바뀐 정책 등을 보면 어느 정도는 방법론이 잘못된 측면도 있다.

필자는 과거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선, 후배, 동료들이 노무현의 옆에서 국정을 펼치는 것을 봐왔다. 때로는 그들과 격론을 벌이기도 해 봤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에게서 그들이 청년시절에 가졌던 개혁마인드나 개혁의지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수구 기득권세력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몇 해 전 그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그가 탄핵심판대에 올랐을 때 국민은 그에게 힘을 주었다. 그가 다시 한번 대통령으로서 진정한 개혁을 해 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와 그의 참모들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온갖 문제들-부동산문제, 한미 FTA협상,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국제정세, 사법개혁등 국내의 수많은 개혁과제들-앞에서 그는 그의 남은 임기를 걱정했다.

필자는 지금 와서 판단컨대 그는 개혁을 이끌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고 감히 판단한다.

그의 그 말을 들은 국민들은 그의 중도사퇴를 바라지 않으며 끝까지 국정을 잘 마무리 해 주기를 바랬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11월28일 여론조사기관인 ‘디 오피니언’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74%의 국민이 대통령의 중도사퇴에 반대한다고 했다.고 한다-11월 30일자 연합뉴스 보도)

안타깝다. 대통령인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오히려 이성적이고 차분하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국민이 ‘대통령님’보다 훨씬 이 계절에 추위에 떨고 있음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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