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덕 규
/거제대학장

한국 조선업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대, 삼성, 대우 등, 3대 조선소의 올 한해 수주액(受注額)만도 각각 100억불이 넘어, 수주총액이 300억불을 크게 상회(上廻)한다. 세계 10대 조선소 중에는 상위 5개가 모두 우리 조선소들이며 10위내에 7개가 우리나라 기업이다. 이제 전 세계 발주(發注)선박의 40%이상을 우리나라가 차지한다.

이는 우리 기업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의 결과다. 땅 위에서 배를 짓는 육상건조공법을 개발하고, 바다 위에 띄운 바지선을 이용하여 배를 짓는 플로팅도크공법도 활용하고 있다. 도크(Dock)없이 배를 짓는 공법을 개발함으로서 도크 부족을 극복하고, 불록을 대형화함으로서 도크 내에서의 공정(工程)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더욱이 LNG(액화천연가스)선, FPSO(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드릴십(이동식 해상원유·가스시추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들을 건조(建造)함으로서 원자재 값 상승과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감소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자재 국산화율도 90%가 넘어 타 부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은 현재 전자, 자동차 분야를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수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효자 산업으로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래에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이에 따른 새로운 양상(樣相)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거제시는 울산에서 목포를 잇는 남해안권에 형성되어 있는 조선클러스터의 중추(中樞)에 놓여 있으며, 대우, 삼성 양대 조선소가 자리하고 있어 그 여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이다.

요즈음 눈에 띄게 시(市)주변의 불록을 제작하던 조선협력업체들이 중소형은 물론 대형 선박까지 단독으로 건조하는 독자(獨自) 조선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남해안권에서도 기존 조선소들 외에 C&중공업, 대한조선, 고려조선, 신안중공업 등이 조선업계 중소형 조선소 건립 붐을 일으키며 또 하나의 소(小)조선클러스터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삼성증권에 의하면 한국의 조선 산업은 일본의 퇴출과 중국의 더딘 추격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의 공급자 우위(優位)시장이 형성되면서 장기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저(低)평가 되어왔던 조선 산업이 오히려 과거 일본보다 더욱 큰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상황이 최소 15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3,4년전만해도 대우, 삼성의 CEO들마저 조선 산업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았으며 호황을 누릴 기간을 5년, 길어야 10년 이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므로 매사(每事)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근거 있는 분석과 전망 그리고 불황에 대한 사전 대책이 계획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거제시는 현재 주민의 수가 20만을 넘었고 대략 그의 3분의 2인 13만여명이 조선업에 관련하여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한 올해 거제시민 1인당 GDP가 25,000불이 넘는다는 비공식 통계도 사실일 것이다. 양대 조선소에서 지난해 시에 납부한 지방세만도 319억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가희 우리 거제시는 조선 산업의 성쇠(盛衰)에 따라 시민의 생활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항상 조선과 관광이 시민의 주(主)수입원이라고 주장해 온 우리 시가 조선이외에 관광산업으로의 가시적인 대안(代案)이 보이지 않는 차제에 우리시는 조선에 대한 거시적 장기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전에 우리 거제대학에서는 최고경영자과정 학생들을 주축으로「거제시 조선종합특구지정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자료조사와 연구검토가 충분하지 못했고 진행 또한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기는 했어도 우리 시에 화두로 제기할만한 이슈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거제시가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발 빠른 행보(行步)가 체계적으로 추진됨으로서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조선특구」든「조선특화도시」가 되던 유리한 쪽으로 세미나에서 제기됐던 추진위원회라도 조속히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에서는 이를 위한 인후라 구축에도 힘을 쏟아 교통, 공단조성 등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의 적극적인 투자유치와 원활한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위한 법적장치 및 제도에 대한 정비, 등도 서둘러 마련하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비가 올 때 서두르지 말고 맑은 날에 우산을 준비하자는 이야기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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