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돈 묵
/거제대 교수

지난 달 25일로 거제시민이 20만을 넘었다. 시에서는 이를 경축하기 위한 행사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 기회에 미래의 거제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명절을 두어 삶의 의욕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마치 대나무가 마디가 있어 한쪽으로 휘어지는 것을 막아주어 곧게 자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번에 우리 거제에서도 20만 인구가 되면서 대나무의 매듭처럼 하나의 전환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이 희망을 가지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 하겠다.

우선 거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원대한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켜줄 산업은 어떻게 변해야 하고, 그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를 심도 있게 고뇌해 봐야 한다. 시민의 입에 당근을 물리는 한시적인 계획보다는 진정한 거제의 미래를 생각한 비전이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한순간에 급조된 발표보다는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즈음 거제의 미래를 추측할 수 있는 몇몇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거제는 관광휴양도시로 발전시킬 것인가, 조선해양도시로 발전시킬 것인가도 확실하게 시민들에게 제시하어야 한다. 그것이 확실해져야 신뢰를 갖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진다. 이 문제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양립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지면 적극적인 투자가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친환경적인 산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우리만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치가 오히려 엄청나게 인식되는 시기가 분명 올 것이다. 지금 눈앞의 소득보다는 먼 미래의 거제의 희망이 될 산업이 무엇인지 찾아 나설 때도 되었다. 자연의 순환을 도우면서도 우리의 생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과연 없는지 찾아볼 일이다.

물론 개발과 보존은 언제나 동전의 앞뒤와 같아서 무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늘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은 보존을 유념해보고, 보존에 욕심을 갖는 사람은 개발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슬기롭게 처리될 것이라 믿는다. 상호 절충하면서도 최선의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계획도시 거제를 일구어나가는 초석을 마련해둠 직하다.

거제의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유념해 둘 사항이 있다. 도로의 문제와 식수의 문제이다.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늘게 되면 자연 비좁은 도로로 비상이 걸리게 된다. 어느 정도 포화상태가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도로를 확보해야 산업의 발달에 힘이 된다. 또 많은 인구가 늘 것에 대비하여 식수 확보가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제 아무리 자연 경관이 수려하다 해도 식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출이 크게 됨으로 많은 예산의 낭비가 초래된다.

미래의 거제를 위한 계획에는 반드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중앙으로만 집결하는 오늘의 세태에서는 더욱 이것이 요구된다. 도서지역인 이곳의 앞날을 짊어지고 나갈 유능한 인재를 기르고 확보하기 위한 교육과 운용의 프로그램이 있어야 거제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또 앞으로 도래하게 될 문화생활에 대한 투자도 서서히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시설 투자도 중요하지만, 고급문화를 받아들여 누릴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투자도 병행되어야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유념할 사항은 전래의 고유문화에 대한 배려이다. 흔히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다보면, 기존의 고유문화를 폄훼하거나 업신여긴 나머지 말살시키는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의 고유문화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존하고 기리는 데에도 게을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더 상실되기 전에 보존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관이 주도하는 사회보다 민이 앞장서서 이끄는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모든 것을 관에 의존하고, 관을 탓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이제는 내가 사는 고장에 대한 나의 사랑이 있어야 하는 때이다. 모든 시민이 미래의 복지 거제를 건설하기 위해 할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 사람의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은 베푸는 것에서 나온다. 나의 능력으로 다른 이를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이제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나설 때가 되었다.

거제 인구 20만에 즈음하여 미래를 위한 단상을 적어보았다. 여하튼 모든 시민들이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되어 살기 좋은 거제 건설에 나름대로 이바지했으면 한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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