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한 주
/변호사

지난해 여름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휴가를 외국으로 가보고 싶다고 졸랐다. 그래서 필자는 외국(?)으로 가는것에 동의해 줬다. 물론 나의 금강산여행 제의에 북한이 외국이냐고 따지는 애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가장의 권위(-사실은 금강산 안가면 방학내도록 학원에 보내겠다는 협박이 통했지만)로 「그리운 금강산」에 가게 되었다.

거제도에서 금강산은 멀고도 먼 길이었다. 우선 북한으로 가는 관문인 강원도 임진각까지가 9시간 가까운 인내의 길이었다. 나는 요즘 인기있는 코미디프로의 「김기사」가 되어 운전대만 잡고 있었지만 애들은 금강산 문턱에 가기전에 파김치가 되었다.

가까운 외국보다 시간적으로 길고,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마치 분단에서 지금처럼 남북이 제한적이나마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처럼 긴 여정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임진각에서 북녘땅 온정리 까지는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독일의 통일도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시간은 순간이었겠지만 그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동,서독이 노력한 시간은 수십년이 걸렸듯이 우리 또한 철조망을 걷어내는 시간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북한땅으로 들어가는 절차는 여느 외국의 입국절차와 비슷하다. 다만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점에서 정감을 준다. 통관 절차를 담당하는 북한 관리는 필자의 직업을 확인하고는 『좋은 변론 많아 하시라요』라고 덕덤을 던졌다.

현대측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금강산 일대를 현대에서 50년정도를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게 계약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금강산일대는 호텔과 골프장, 펜션까지 갖추어져 있고, 마트, 식당, 주유소, 횟집등 우리의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 없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이야 필자가 이 지면에서 설명하는 것이 사족일 것이므로 생략한다.

우리헌법은 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북한땅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다. 이 규정에 근거하여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현재의 북한정권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점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헌법 4조는 평화통일추진을 대한민국의 정책으로 규정하고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은 북한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법학자들중에는 이 두 헌법조항과 법률은 상충되고 모순된다고 주장한다.

필자로서도 이 모순되는 듯한 헌법과 법률의 규정이 마치 지금의 남북문제를 그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고 느낀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유엔가입국가이며 국가로서 인정되고 있다. 휴전상태라는 불안전한 상황이지만 끊임없이 대화해야할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어떠한 희생없이 평화적으로 통일에 이르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자 남북한 주민 모두의 여망임도 이론(異論)이 없다.

지금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남북대화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해법은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관광과 개성공단사업, 이산가족상봉, 민간문화교류,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남북을 단절시키지 않고 전쟁을 방지하는 소중한 안전핀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가을에 단풍이 불타는 풍악의 금강산을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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