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창 기
/거제대 교수(관광통역과)

무릇 유명한 관광지는 나름대로의 이미지가 있다. 사람들은 이 이미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곳이 오지라도, 탄광촌이라도, 보잘 것 없는 낡은 건물이라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있으면 사람들은 그 곳을 찾는다.

그래서 모든 관광지가 관광객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디즈니랜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꿈속에서 동경했던 아름다운 성과, 공주, 왕자를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1955년 개장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이었다. 놀이공원은 당시 손님이 점점 줄고 있었고, 허구(虛構)와도 같은 디즈니랜드가 성공할 것이라고 여긴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대성공이었고 아직도 끝이 보이질 않을 만큼 뭇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관광지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그래서 유명관광지는 이미지 관리와 강한 이미지 창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사활을 건다. 그렇다면 관광거제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포로수용소인가, 해금강인가, 외도인가? 아니면 이 세 가지 모두인가? 그렇지만 이 세 개의 이미지는 강력한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포로수용소는 큰 테두리에서 볼 때 문화관광 상품이며, 해금강과 외도는 자연관광 상품이다. 나아가 해금강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의 미인 반면, 외도는 잘 꾸며놓은 인공의 미이다. 이 세 개는 분명 거제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임에도 불구하고, 세 개가 통합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도시사람들에게 거제도의 이미지는 외도로 대변된다. 거제도의 이미지가 외도라면 이에 만족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한 외도가 관광객의 머릿속에 늘 환상으로 남아줄 수는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일부 사람들에게 외도의 환상은 지속될 수 있지만, 보통 한두 번 찾아왔던 손님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다시 찾아오는 경우는 매력성이 워낙 뛰어나 고객에게 감동을 준 경우거나 새로운 매력을 추가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즉 두 번, 세 번 와도 또 오고 싶고, 새로운 볼거리가 생겨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관광지의 방문객은 줄게 돼있다.

그래서 관광지도 사람과 똑 같이 생명주기 -라이프사이클(life cycle) - 이 있다고 한다. 흥하면 쇠퇴하기도 하고, 새롭게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도 말고 거제의 관광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찾아야겠다. 외도도 홀로 서기에는 벅차며, 다른 이미지가 가세되어야 서로 도움이 된다. 거제관광과 관련한 이 화두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거제도의 수려한 자연관광자원을 대표하는 상징물은 없을까?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거제도의 수달이다. 수달? 이름도 새롭고, 어감도 좋으며 친근감도 간다. 이 동물은 사람 기척이 있으면 나타나지 않는 야행성 야생동물이며, 깨끗한 담수가 있는 곳에서만 서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달의 존재는 그 지역이 생태학적으로 건전하다는 표징이라고 한다.

무주군은 반딧불로 지역의 청정 이미지를 한껏 고양시켜 이제 무주하면 반딧불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가 수달을 거제의 이미지로 하면 청정해역 이미지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잘 부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수달은 멸종위기의 동물이며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1983년 수달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수달의 출현에 대한 보고가 없다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하천의 오염으로 서식지가 점점 줄고 있다. 멸종 위기의 수달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면 거제도는 한국 제일의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관광지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지만 훌륭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물다. 제주도는 과거에 갖고 있었던 이국적인 이미지를 국민의 해외여행 러시로 태국 등 동남아의 국가에 내준 이후 별다른 이미지를 갖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제주도나 거제도나 「환상의 섬」이라는 말로 관광객을 유인하려 하지만 무엇이 환상인지 불분명하며, 자칫 유흥으로 가득 찬 「환락의 섬」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거제도의 환상을 수달을 통해 전할 수는 없을까? 「환상」의 원래 뜻이 「실물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느끼는 생각」이라 하니 수달의 이미지와 꼭 맞는 것 같다. 깨끗한 자연 속에 극히 제한된 지역에만 서식한다 하니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할 수 있다. 야행성동물이라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니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혹 거제도에 하루를 묵어가는 관광객은 수달이 살고 있다는 상상에 더 포근한 기분으로 잠을 자게 되지는 않을까?

수달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지키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거제시의 상징물로 수달을 지정하고 수달생태보존지구를 만들며, 수달의 서식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체계화할 때 외도를 뛰어넘는 관광거제의 또 다른 미래가 있다. 무릇 생명력 있는 관광지는 항상 이미지로서 승부하기 때문에 한 지역을 잘 가꿔 거제 전체의 이미지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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