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감 대신 아이들과 더 친근해져요"

학생들 급식 도우미 자처…매일 배식 도와 '눈길'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은 스승을 우러러 봐야 한다는 의미로 통하는 반면, 권위적인 선생과 복종하는 학생으로 투영돼 둘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물며 학교 수장인 교장에게 느끼는 학생들의 거리감은 작지 않을 터. 적잖은 기성세대들에게 교장은 단체 조회 시간에 근엄한 얼굴로 훈화를 하는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신현읍 양정리에 있는 거제중앙중학교에서는 마냥 근엄한 교장이 아닌, 넉넉하고 소탈한 인상을 지닌 우리네 큰아버지 같은 교장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4일 낮 12시30분께. 거제중앙중학교 급식실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다른 교사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 도성진(都晟珍·59) 교장은 교무실로 향하는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배식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찬찬히 살피며 말을 건네거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면서 급식실에 머물고 있었다. 학생들이 그에게 대하는 태도도 뻣뻣한 게 아니었다.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거리감은커녕 교장 선생님과 친근하게 대하는 학생들의 풍경은 어디서 연유한 걸까. 밥과 반찬함을 따로 준비하고 밥주걱과 반찬 집게를 챙기는 도 교장의 모습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첫 배식을 받은 뒤 더 먹고 싶어하는 학생들에 대한 추가 배식이 그의 몫. 이날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트볼」이 나온 탓에 도 교장의 손길이 무척 분주해 보였다. 다른 반찬은 외면하고 미트볼만 더 달라며 애원의 눈길을 보내는 학생에게는 『밥이랑 다른 반찬도 같이 먹어야 좋은 거야』 『넌 왜 국이 없냐. 국도 가져와서 먹어야지』라며 웃음 짓는 그의 얼굴은 따스함이 묻어났다.

『오늘처럼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반찬이 나올 때면 서너 번이고 다시 와서 더 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이 더러 있지요. 한창 성장기라 그런지 아이들 식욕이 참 왕성해요』
여학생들은 다이어트를 생각해서인지 추가 배식을 자주 할 필요가 없지만, 남학생들은 정반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가 밥주걱과 반찬 집게를 손에 쥔 것은 올 초부터. 밥이 적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학부모들로부터 전해져 오면서 추가 배식을 손수 맡기로 했다. 추가 배식을 아이들 스스로 하게 하면 골고루 배식하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지만, 평교사가 아닌 교장이 직접 맡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배식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권위 의식을 갖는 것보다 스스럼없이 아이들과 대화하고, 아이들도 저와 거리감을 좁힐 수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지요』
다른 학교 홈피를 통해 중앙중학교의 급식 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을 때 흐뭇하다는 그는 현재 조립식 건물 상태인 남학생 급식실을 개선하는 것이 과제라며 묵묵히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조리사들의 노고에 감사해 하기도 했다. 지난 75년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교편을 잡은 도 교장은 마산 등에서 교사 및 교감으로 근무해 오다 지난 2004년 거제중앙중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가족은 마산에서 교사로 근무중인 부인(정영혜)과 2남.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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