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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들판에도 아직 봄은 오지 않는가

-친일명단발표를 보면서

얼마전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에 친일파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예상했던대로 해방이후 지금까지 일제의 지배로 오랬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권력을 누리고 배불리 살아온 세력들과 그 세력에 기생하여 떡고물이라도 얻어온 자들이 공공연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진정한 해방을 이루고,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나아가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라도 친일파 및 친일잔재의 청산이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하는 역사적 당위는 외면하고, 고의적으로 숨겨둔 채 지엽말단적인 이유를 들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정말 어이없어」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돌이켜 보면 1945년 8월 15일 이후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해방된 적이 있었는지 회의스럽다.

누군가 모진 고문과 옥살이에 신음할 때 고문하고 옥문을 지키던 자들 , 누군가 전재산을 독립운동자금으로 헌납할 때 일본군에게 비행기를 바치고 총을 헌납한 자들, 그리고 마지막엔 목숨조차도 민족과 조국앞에 바칠 때 그 목숨을 빼앗은 자들과 그 후손들, 그 자들과 「불의를 같이해온」그 자들의 「동지들」이 그 날 이후에도 이 민족과 나라를 지배했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의 선각자들은 그 날 이후 오히려 역사에서 사라지거나 지금까지도 묻혀 있다.

이렇게 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이나 그 처음은 아마도 독립운동자금 횡령등 갖가지 의혹으로 상해임시정부에서 제명되었던 자가 대통령이 되면서 부터일 것이다.

역사적 정당성이 부족한 그 대통령은 어쩌면 「당연히」도, 독립군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죽인 일본군출신 군인과 경찰(순사)들을 「해방(?)」된 조국의 군인과 경찰로 임명했다.

이러한 이상한 역사앞에 고무된 친일파들은 급기야 해방(?)된 조국의 전반을 장악했다. 조선일보처럼 천황폐화의 생일까지 기리며 친일에 앞장선 신문이 「일등신문」 운운하면서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을 휘두르며 또다시 역사를 왜곡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독립운동가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일본군 장교가 대통령이 되고, 급기야는 친일파 후손들이 땅을 찾겠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정말 어이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빼앗긴 들판에 봄이 오지 못한 것보다 되찾은 강산에도 봄이 왔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우리 현대사를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우문에 이르게 되면 참으로 부끄러워서 하늘을 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이번 친일파 명단 발표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반민특위」사건을 비롯하여 수차례 친일청산의 시도가 있었으나 세기가 바꾸어도 이루지 못했다. 역사학계는 물론이고, 언론 출판, 교육, 문화, 법조등 각계각층에서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으나, 친일잔재가 청산되는 것이 두렵거나 기득권을 잃게 되는 세력들의 집요하고도 조직적인 방해로 좌절되고 말았다.

이번 친일파 명단발표는 좌절되었던 친일청산의 불을 짚히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획이 될 수 있기에 그 의미가 새롭다. 이제는 다시금 좌절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좌절한다면 이는 목숨바쳐 이 민족을 구한 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가 될 것이고 역사를 논할 자격을 상실하는 후손이 될 것이다.

친일잔재의 청산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의 비극들을 바로잡고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는 과거사규명작업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더욱 더 철저해야 할 것이다.

반발과 딴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일 인사명단에 포함된 한용수, 한창수, 한상용의 후손이라고 자신을 밝힌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한진규(23세)씨는 『저의 조상들 때문에 고통받았을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공개 사죄드립니다』라는 편지를 민족문제연구소에 보내 조상을 대신하여 참회하는 가 하면,

서울 홍대부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현직 교사인 이윤(61세)씨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친일인사라고 고백하면서 『당연히 할아버지의 이름이 명단에 있어야 한다』고 말해 친일인명사전편찬을 반대하는 일부 세력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러한 후손들의 반성과 올바른 역사인식은 태풍후에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하늘과 같다.

김 한주/변호사·거제시의회 고문변호사

새거제신문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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