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업자 ‘부추기고’
입주 예정자 ‘의뢰하고’
거제시는 ‘단속하고

입주전 도로미개설 및 부실시공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대동 다ː숲(구 피렌체)아파트」가 사용승인 후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입주자마다 너나없이 달려드는 이른바 불법구조변경이 그것.

특히 거제시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방침을 세우고 지난 19일부터 실질적인 현장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테리어 업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민들에 대한 구조변경 홍보는 물론 공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실태 - “옆집이 하니 우리도 한다”

사용승인이 떨어진 후 곧바로 이곳으로 이사한 K씨. 새집에 이사왔다는 기쁨도 잠시, K씨는 밤낮없이 울려대는 공사 굉음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유인즉, 입주를 미룬 세대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내부 구조변경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
그는 새 아파트 내부를 바로 뜯어고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제쳐두고 손도 한 번 제대로 대지 않은 아파트 내부를 깡그리 뜯어고치는 「여유」에 또 한번 놀랐다고.
K씨의 증언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지난 19일 오후 신현읍 상동리에 최근 입주가 시작된 대동 다ː숲아파트 단지. 이미 준공검사를 마쳤으나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단지내 주차장에는 공사차량 수십여대가 들어서 있고 수시로 자재와 건설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오가는 터라 일반 차량의 통행에도 지장이 있어 보였다. 불법구조변경이 한창이라는 것은 눈감고도 알 수 있을 정도.

실제로 아파트 각 동마다 거실과 발코니를 이어주는 「날개벽」이라 불리는 비내력벽을 부수는 드릴 소음이 진동했고, 도로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와 뜯어낸 거실바닥재며 시멘트 포대가 즐비했다.
이미 날개벽을 허물고 발코니를 확장한 세대도 일부 눈에 띄었다. 게다가 아파트 불법구조변경은 인테리어 업자들이 공공연히 부추기고 있었다.

이 아파트 전역에 걸쳐 「발코니·방 확장」이라는 광고문구를 새긴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아예 견본주택도 마련됐다.
심지어 일부 업자는 아파트 출입구 인도를 막은 채 버젓이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을 차려놓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파트 외부를 유심히 살피며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대는 기자의 모습이 의심스러웠는지 그늘에서 쉬고 있던 (업자로 보이는)한 남자는 핸드폰으로 『지금 사진찍는다. 창문 닫고 문단속 철저히 해라』고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 곳은 신축공사가 끝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또 다른 신축공사가 진행중인 공사판 그 자체였다.

불법구조변경, 무엇이 문제인가

아파트 구조변경은 지난 2000년 7월 개정된 아파트 구조변경지침이 발코니 화단을 조성할 경우 발코니 폭을 1.5m에서 2.0m로 넓힐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삭막하고 단조로운 아파트 외관에 화단을 설치해 도시미관을 살리고 다양성을 키워나가자는 취지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아파트 서비스면적을 넓히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3베이가 아파트 평면의 기본설계로 자리잡으면서 전면에 발코니 공간을 설치해 면적을 늘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델하우스에서도 아예 화단폭인 0.5m를 서비스면적에 포함시켜 내부공간을 꾸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신축될때 마다 불법구조변경이 통과의례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불법구조변경은 건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아파트 건설시 발코니 확장에 따른 구조안전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코니에 전기 판넬 등의 중량재를 깔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화재 발생시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묘한 수법의 불법개조에는 반드시 법적 제재가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속과 처벌은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아파트 발코니를 불법 개조한 가구가 전국적으로 2백만에 달하고, 원상복구에 1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공동주택 관련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행위 중 가장 성행하는 구조변경은 발코니를 거실이나 방으로 확장하고, 그곳에다 난방 코일을 설치해 콘크리트 등 중량재로 바닥을 높이는 행위다. 내력벽과 일정 부분 내력벽 역할을 하는 창틀 제거는 그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불법구조변경.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건물의 구조적 안전 위험성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소음 공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또 불법구조변경 공사는 법을 준수하는 정직한 입주민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대동 다ː숲아파트에 입주한 한 주민은 『하루 종일 들려오는 공사 소음과 분진으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며 『수면방해는 물론 중·고생들의 학업에도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공사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배출되는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에 대한 처리과정도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불법에 의한 또 다른 불법만 늘어나는 셈이다.

거제시 단속 - 20일 현재 20여건 적발
원상복구 및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

대동 다ː숲아파트의 불법구조변경이 성행한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됨에 따라 거제시는 지난 19일부터 단속반을 편성, 이 아파트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시에 따르면 단속 이틀째인 20일 현재 발코니 확장 등 불법구조변경으로 적발된 건수는 20여건.

그러나 단속과정에서 업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현장확인이 안돼 보류된 세대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세대주에게 1차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15일 가량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에는 고발조치와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업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단속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면서도 『아직 일부 세대만 입주한 만큼 이미 단속된 세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부분의 세대가 입주완료되는 시점까지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주택 관련법(건축법 제69조·제83조, 주택법 제78조)은 발코니 확장 등의 구조변경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혹은 1년 이하의 징역)과 원상회복까지 매년 2회에 걸쳐 이행강제금(위반면적에 대한 건물과세 시가표준액의 50%)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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