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연루 직원 9명 중 8명 유죄 확정

일부 혐의 무죄 1명에 검찰 항소, KDDX 수주전에 파급 전망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의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 설계도 등 방위사업청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중공업 직원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해당 직원은 앞선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고, 검찰은 무죄 선고 부분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었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손철우)는 지난 14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A 씨를 포함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지난 2013년 대한민국 해군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한 뒤, 이를 PDF 파일로 변환 후 회사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한 사실이 들통나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빼돌린 자료는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중 KDDX 개념 설계도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그해 관련 사업을 수주해 해군에 납품한 것으로 KDDX 내외부 구조 도면부터 전투체계, 동력체계 등 KDDX의 핵심 성능과 부품 관련 정보가 상세히 담겼다.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의 핵심이자 3급 군사기밀에 해당한다.

이에 지난해 11월 A 씨 등 연루 직원 9명 전원이 집행유예(징역 1년 ~ 2년에 집행유예 2~3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A씨를 제외한 8명만 형이 확정됐다. 검찰과 피고 모두 항소를 포기했다.

하지만 A 씨에 대해선 검찰이 항소했다. 1심 재판부가 A 씨에게 적용된 혐의들 중 ‘문건 유출’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범죄 사실 입증이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검찰은 서버에 올린 것 자체가 유출과 동일한 개념인 데다, 자료 스캔과 업로드가 사무실 내부에서 일어난 점 등을 제시하며 A 씨가 직접 또는 다른 직원들에게 지시해 문건을 서버 업로드 방법으로 유출한 것이라며 재차 유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A 씨 변호인은 A 씨가 최종보고서를 전달받기는 했지만, 직접 스캔하고 내부 서버에 올리지는 않았다고 항변하며 항소 기각을 주장했다.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11월 30일 열린다.

한편,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기 주력 함정이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이후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방사청은 연내 KDDX의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를 추진한다. 해군은 2036년까지 선체, 전투체계, 다기능 레이더 등을 비롯한 무기체계까지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KDDX 6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7조 8000억 원. 이를 두고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았던 업체가 선도함 건조까지 수행했던 만큼 현대중공업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감점 페널티’에 또다시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유죄가 확정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이 감점되는 페널티를 받았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산 부문 수주전에서 치명적이다.

실제 감점으로 인해 지난달 진행된 해군 차기 호위함(울산급 Batch-III) 5∼6번함 수주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방사청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낙점했다. 한화오션은 최종점수 91.8855점으로 91.7433점을 받은 현대중공업을 0.1422점 차로 눌렀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감점 기준에 관한 규정이 비합리적이라며 방사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 내용과 중대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제재가 약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으로 탐지, 수집하는 것도 모자라 보안 점검을 피하려 방산망이 아닌 비인가 서버에 기밀 자료를 보관했다. 만일 해킹이라도 당했다면 국방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방산업체 지정취소 내지 입찰참가 자격 제한 같은 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바라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고 특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안감점은 사업수주를 위해 국가기밀이나 경쟁사의 지적 자산을 도용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자체 기술개발과 투자를 유도해 방산 생태계를 건전하고 건강하게 유도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기에 더욱 공정, 투명, 정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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