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용 전 시장을 주축으로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김성갑 전 도의원 등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지혜의 바다 도서관(이하 지혜 도서관)’ 건립 현안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최근 거제시의회 시정질문‧답변에서 박종우 시장은 여러 이유를 들며 원점 재검토 방침을 시사해 논란이 일었다.

지혜 도서관 건립 추진을 둘러싼 그간 정황과 여러 시각을 짚어봤다.

▷ 거제 교육환경 개선 간담회 첫 거론

지혜 도서관이 거제 언론 지상에 등장한 건 2021년 2월이다. 작년 2월 2일 도의원 3명(김성갑 송오성 옥은숙)과 박종훈 경남교육감의 ‘거제지역 교육환경 개선 간담회’에서다. 지혜 도서관을 건립해 거제교육지원청을 묶어 재배치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후 물밑 논의가 이뤄지다 업무협약을 위한 회의가 경남교육청 ‧ 거제교육지원청 ‧ 거제시 담당부서 등이 참석해 8월 27일 진행됐다. 9월 14일 변광용 당시 시장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지혜 도서관 신설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때는 도서관 부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업무협약 이틀 뒤인 9월 16일 변광용 당시 시장은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향후 거제시의회와 협의를 통해 시민들의 이동량이 많고, 접근이 용이한 거제시 체육관을 리모델링해 조성할 예정”이라고 공식화했다.

이때 거제시 체육관 이전 신축 예정지는 ‘거제시 공공부지’로 브리핑됐고 세부 위치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변광용 당시 시장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업무협약을 했다.

▷ 체육관 이전 추진, 체육인 여론은?

박종우 시장은 체육관 이전 문제에 대해 지난 9월 28일 시의회 시정질문‧답변에서 “실내 체육활동 장기간 중단에 따른 체육인들의 불만 표출이 예상된다”고 언급했었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업무협약 나흘 전인 2021년 9월 10일 변광용 당시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제시 체육회와 간담회가 있었다.

종목별 회장 및 면‧동 체육회장은 총원 60명 중 이날 22명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이전 예정 부지가 밝혀졌다. 고현항 재개발사업 부지였다.

어떤 견해들이 있었을까.

“체육관과 운동장의 분산 건립 보다는 집적화 필요” - ○○동 체육회장

“현재보다 큰 체육관 이용시 이용료(배드민턴대회, 소형행사 등) 부담이 있으므로, 현 체육관과 신축 체육관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 - △△협회장

“현 거제시 체육관을 지혜의바다 도서관으로 변경시 규모가 너무 크므로 지혜의 바다 도서관은 폐교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현 시설과 신축 체육관 모두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람” - ▽▽협회장

“고현항 항만재개발 부지로 이전시 많은 의견을 반영하여 실시설계 추진 요망” - ▲▲협회장

거제시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선 위와 같이 여러 견해가 나타났고, 기존 체육관을 지혜 도서관으로 사용하는 한편 현재보다 1.5~2배 규모 체육관을 고현항 재개발부지내로 이전 건립하는 계획에 대해 동의한 걸로 돼 있다.

간담회 사흘 뒤인 9월 13일 ‘거제실내체육관 이전 및 신축 관련 체육인 건의서’가 거제시에 접수됐고 다음날에 업무협약(MOU)이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 한 인사는 “체육계 내에서 체육관 이전 추진을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제8대 거제시의회 패싱(passing) 여부

9월 14일 업무협약 이후 여론수렴 과정은 두 차례 진행됐다.

그해 11월 23일 거제시와 거제교육지원청이 진행한 ‘학부모와 소통하는 거제교육 사랑방’ 행사에서 지혜 도서관 랜드마크화 의견이 다뤄졌고, 올해 4월 1일 변광용 당시 시장 및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민주당 정치인, 학부모단체 등이 참여한 ‘거제 지혜의 바다 도서관 건립을 위한 소통간담회’다.

의회 간담회 등 거제시의회와는 교감이 없었을까.

당시 제8대 거제시의회는 ‘여대야소’ 국면으로 16석 중 민주당이 다수 의석(10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8대에 이어 재선 시의원으로 재직중인 김동수 의원은 “공식적으로 제8대 의회에서 이 현안이 다뤄지지 않았다. 저도 언론보도를 접하고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 당시 변 시장의 ‘선거용’ 현안으로 인식됐다”며 “이참에 마산‧김해 기존 지혜 도서관 이용 실태도 파악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타 지역 지혜 도서관은 마산이 면적 2,675㎡에 13만 8천여 권, 김해는 3,449㎡에 12만 2천여 권을 갖추고 있는 걸로 파악된다. 거제시 체육관은 면적 3,637㎡인데 규모는 20만 권으로 발표돼, 마산‧김해와 비교하면 어림 잡은 수치라는 지적이 있다.

지혜 도서관 문제와 관련해 한은진 시의원과 박종우 시장이 시정질문과 답변을 했다.

▷ ‘정권 교체 탓 Vs 공론화 미흡’ 여론 분분

원점 재검토에 대한 여론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이라 되돌린 것이냐는 시각, 선거를 앞두고 급조돼 절차와 공론화가 미흡했다는 시각으로 압축된다.

시각들의 옳고 그름은 판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변광용 전 시장이 재선했다면 원안 추진됐을 것이나 체육관 이전 신축을 두고 예산 등 어떤 난제가 불거질지는 예측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원점 재검토로 인해 경남교육청의 지혜 도서관 건립 예산 100억 원 지원은 없던 일이 됐다.

거제시 공직사회 내부에선 지혜 도서관 취지는 공감하지만 체육계 여론 수렴이나 의회 패싱 문제 등 일련의 과정에서 폭 넓은 공론화는 거치지 못했다는 시각이 있다.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취지가 좋았는데 급하게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기존 거제도서관 폐쇄 문제라든지, 체육관 신축 예산과 시기 및 체육시설 분산 문제 등을 걸러주는 공론화까진 이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풀이했다.

중요한 점은, 추진 강제 효과가 없는 ‘MOU’의 한계다.

좋은 취지의 MOU라 한들 선출직에겐 ‘양날의 검’이다. 추진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민자사업의 재정 문제 등이 얽힐 경우 MOU로만 그친 채 빛을 못 본 사례가 한 둘 아니어서다. 이번 사안을 정권 교체 영향으로만 해석하기 힘든 까닭이다. MOU에 대한 선출직들의 근본적 고민도 필요한 셈이다.

어떻든 공은 박종우 시장에게 넘어갔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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