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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Reshoring)이 필요하다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 소장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1. 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와 카타르 LNG 대박의 착시효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 문제가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애초 일정에서 9월 3일로 미뤄졌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적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어떤 향후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합병 찬반에 따른 갈등은 사회적 비용과 기회비용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건부 승인을 예상한다고 한다. 양사 합병 시 독점의 우려가 있는 LNG운반선이나, VLCC(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부분의 합병은 배제하고 나머지 부분의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이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인수합병을 포기할지는 그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이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찾기는 다시 원점회귀이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의 23조 원 규모의 카타르 LNG선 계약은 분명 낭보였다. 그러나 김칫국부터 마셔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계약금도 오가지 않은 단순 슬롯 확보 계약으로 정식 발주가 아닐 뿐 아니라, 실제 언제, 몇 척이나 정식 발주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론의 장밋빛 슬롯 계약 보도로 당장 일감절벽에 직면한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만 약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올해 하반기에 우리 거제에서만 최대 8,000여 명의 인력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자칫 조선산업 전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되어 온 조선산업 생태계에 있다. 그 생태계에는 다층적 협력업체들과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있고, 전 세계에서 독보적이라 불릴만한 숙련된 노동자들이 있다. 일감절벽이 초래하는 대규모 고용 참사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는 아니지만, 이 사태를 가볍게 다루면 몰락한 일본 조선업의 전철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일본 조선산업 정책의 교훈

2020년 현재 일본 조선업은 몰락하고 있다. 일본 2위 조선업체인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는 최근 신조선 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미쓰비시 중공업도 LNG선 사업을 포기했다. 일본 조선업체의 작년 수주량 점유율은 한국과 중국에 한참 밀렸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신조선 시장에서 1956년 세계 1위에 오른 뒤, 수십 년간 세계 정상을 유지했다. 일본은 1980년대 초반까지도 세계 신조선(新造船) 물량의 절반 이상을 건조하는 압도적 조선 강국이었다.

이처럼 잘나가던 일본 조선산업의 붕괴 이유는 일본 정부의 ‘과도한 구조조정’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석유파동으로 선박 수요가 줄자 조선업을 향후 후발국에게 내어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1978년, 1987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는 일본 조선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의 조선산업 사양 산업론에 고급설계인력과 현장 기술자들이 떠났고, 핵심인력들도 조선업에서 사라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 조선업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정과 같은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조선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기조와 산업침체에 따른 신규채용 축소, 대학의 조선·해양 관련 전공 통폐합 뿐 아니라 조선업체의 직원 수 감소와 직원고령화 현상 등은 모두 다 수십 년 전 일본조선업이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 조선업은 1999년 동경대학교의 조선학과가 폐지된 이후, 현재 일본의 대학에서는 조선학과 해양 관련 학과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선박 설계 분야의 젊은 후계자의 배출이 사라져버린 일본 조선업은 현재 매우 심각한 기술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만약 지금처럼 방치되거나,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통폐합 및 인력의 감축이 이루어질 경우 가장 큰 수혜는 중국 조선업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업 공급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조선산업에 대한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의 조선산업은 일본의 전철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3. 리쇼어링(Reshoring)이 필요하다.

자국 기업의 기술이 해외 투자국으로 이전되어 향후 투자국에서 경쟁기업이 성장해 원 기술보유국을 위협하는 것을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 한국의 전자산업이 대표적이다. 과거 일본이 한국에 이전한 전자산업 기술이 역으로 일본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선산업도 중국에 이전한 기술 때문에 그 부메랑 효과를 절감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일 수 있다.

당초 우리 조선업체들의 중국진출은 누적되는 수주잔고에 맞추어 건조능력 확대에 필요한 부지확보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의 가덕도 조선소 건설과 STX조선의 진해조선소 확장 계획은 막대한 토지보상비용과 환경단체들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이런 부지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국내 조선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게 된 또 다른 동인(動因)은 인건비 문제였다.

실제로 당시 중국의 인건비는 한국의 1/5수준에 불과하였으며 생산성 및 물류비용을 고려해도 중국에서 블록을 생산하여 국내에서 조립 시 20%~30% 이상의 비용이 절감되었다. 당연히 우리 거제의 양대 조선업체도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구축에 나섰다. 중국 영파와 영성, 연태에 도합 4군데의 블록 생산 공장이 설립되었다.

최근 지역 언론에 소개된 이성신 성내공단협의회장의 기고문은 웅장한 울림이다. 이제 조선산업도 ‘리쇼어링(Reshoring)’을 하라는 것이다. 과거(offshoring boom)일 때 수많은 제조업이 동남아 중국으로 나갔다. 제조업 자국 유치 시대가 되었다. 우리 조선산업도 리쇼어링으로 자국 조선업 생태계를 다시 살릴 수 있다. 삼성과 대우의 결단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이미 제조업 리쇼어링을 유도하는 정책을 공식화 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는 결정적으로 각국의 무역정책을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변화시켰다. 선진국들의 리쇼어링은 본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조업을 자국으로 되돌리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 창출 및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리쇼어링)을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복귀 기업을 대상으로 토지·공장 매입비와 설비 투자금액, 고용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마침 정부는 비상경제 회의에서 문 대통령 재임 시 67조를 투자하고, 2027년까지 160조를 투자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고용·사회안전망 구축에 총 28조 4,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 뉴딜 재정의 고용·사회안전망 구축 계정은 바로 조선산업 생태계 유지와 고용 안정망 사업에 투입될 수 있는 항목이다.

우리 거제의 양대조선소 중국법인의 유턴, 즉 중국법인 청산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재무적인 부담을 정부의 리쇼어링 전략과 한국형 뉴딜의 고용·사회안전망 구축 재정에 포함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대 조선소의 중국법인 청산 관련 재무적 문제는 중앙정부가 국내 고용 정책적 측면에서 양대조선소를 지원해야 한다.

4. 조선산업지원특별법에 대한 기대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서일준 국회의원이 발의한 조선산업 특별법도 주목해야 한다. 조선산업 특별법에 양대조선소의 리쇼어링과 고용유지와 관련한 조치를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일준 국회의원과 거제시 그리고 양대 조선사와 조선협력업체 관계자 등 ‘범시민 조선산업 위기 극복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임박한 물량절벽과 고용 참사로 인한 조선업의 위기가 일본처럼 조선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 이는 우리 거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임과 동시에 한국 조선업이 일본처럼 망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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