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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상화는 교권 확립에서부터
이형.
오랜만입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검은 모자에 선명하게 노란색으로 된「中」자를 달고 다니던 시절에 같이 공부하고 그 동안 못 보았으니, 한 사십 년은 족히 지난 듯싶습니다. 넓은 곳에서 사는 이형으로서는 한국의 최남단에서 살고 있는 나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내가 느닷없이 보낸 글을 받고 이형은 당황하겠지요. 그러나 똑같이 자녀들을 기르고,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을 펼쳐 보이니 함께 고뇌해 주었으면 합니다.

요즈음 보도되는 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속이 답답하여 이형을 찾아갑니다. 왜냐하면 이형은 일찍이 나와 같이 학교를 다녔고, 한동안은 중등교육의 현장에서 교사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한국의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형.
이형도 알고 있겠지만, 지난 17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시험 관리 감독 지침을 마련하여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고 합니다. 이런 지침은 수도권의 것이라 바로 전국의 각급학교에 파급되리라 믿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이번 새 학기부터는 중간고사.기말고사 때에 교사들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의 시험 감독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교사는 자녀의 학년에 해당하는 시험문제를 출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교사에 의한 성적비리가 적발되면 무조건 형사고발하고, 이러한 사실을 교육청에 즉시 보고하지 않는 학교는 교육청 특별감사팀의 감사를 받게 된다고도 합니다.

이형.
어찌하여 우리의 교육이 이 지경에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40만 교사들을 잠재적 부정행위자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결코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교사들은 물론, 그들을 대표하는 교원단체에서마저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교사들에게 남아 있는 교육자적 양심의 소치라고 믿으십니까. 교육계에 그 동안 만연되어 왔기에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는 진작부터 무너져 내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교권으로 인하여 교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까닭이고, 인성교육을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매사를 포기해버린 우리 교사들이 소리 없이 흐느끼며 가슴을 쥐어뜯는 모습일 뿐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결과는 교사들이 스스로 자초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교사들이 급변하는 현실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교사들 스스로 학생들의 성적을 부풀리기에 앞장 선 것도 딱한 일입니다. 이러한 성적 부풀리기가 학생을 위한 것이고,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공헌하는 것으로 판단한 어리석음도 있습니다. 결국은 이러한 일의 거듭됨이 종내에는 시험 성적 조작으로까지 이어졌으리라 추측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몇몇의 자질 없는 교사에 국한된 일이지 40만 교사에 걸쳐져 있는 일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모든 교사들이 이 같은 모욕적인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도덕과 양심이 모두 무너져버린 존재가 되어 교사라는 긍지감마저 상실한 채 모멸감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한국의 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이는 하루 속히 바로잡아 주어야 하고,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형.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고사가 생각납니다. 굽은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말로, 사소한 것을 바로잡으려다 전체를 그르침을 일컫는 말입니다. 물론 교사가 학생의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학생을 교실에 불러다 앉혀놓고 우수한 학생의 답안지를 베끼라고 건네주기까지 한 것은 사소한 일은 아닙니다. 분명 범죄 행위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몇몇의 한정된 자질 부족의 교사에게서 행해진 일일 뿐입니다.

이형.
이것을 바로잡겠다고 교육의 근본 뿌리를 흔들어서는 아니 됩니다.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신뢰할 때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권도 바로 서고, 우리의 어린 학생들도 바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지침처럼 교사를 불신하면 한국의 교육은 무너지고 맙니다. 이는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꼴과 전혀 다름이 없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저는 어쩌다 발생하는 교사들의 비행은 교권의 확립을 위해서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암중 내사하여 일반적인 비행보다 더 무섭게 다스렸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은 압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은 한국의 교육을 위해 다급한 보챔인지도 모릅니다.

이형.
학창 시절, 우리가 선생님을 존경하던 때를 그려 봅니다. 그 때는 왜 그리도 선생님이 무섭고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나는 그 시절이 교육의 효과가 더 있었다는 편견을 지우질 못 합니다. 열린 교육도 좋지만,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억제할 수 없어 글을 띄우니, 한번 깊이 고뇌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구려.

강돈묵/거제대학 교수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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