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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힘양재성 /전 거제문인협회장

도처에 만개한 벚꽃이 장관이다. 질 새라 대금산 진달래도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한편에서는 방문객이 찾아드는 것을 꺼려 유채꽃밭을 갈아엎었다고 한다. 혼란스런 작금의 세태와는 무관하게 철따라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자못 숙연해진다.

우리는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물이나 조형물 앞에 서면 감탄을 넘어 경외심마저 갖는다. 반면에 작고 미미한 사물들에 대하여는 거의 존재감을 잊고 살다시피 한다. 그런데 작고 미미한 것들이 모여 대규모의 군집이나 무리를 이루게 되면 유형무형의 힘이 생긴다. 벚꽃을 비롯하여 억새풀, 갈대, 진달래, 철쭉 등 군락에서의 감동이나, 수 만 마리의 동물 무리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을 넘어 압도된다. 공항이나 항로를 꼼짝 못하게 묶어놓는 안개의 위력도 미세한 물방울의 모임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작고 힘없는 것들이지만 대규모가 발산하는 위력은 공포를 만들기도 한다. 미생물에게서도 이러한 다수의 힘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지금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 세계가 전쟁 중이다. 작다고 무시했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 같아서 대처가 더욱 어렵다.

불의의 권력 앞에서 봉기했던 사람들이나, 거리를 메웠던 인파에서 비롯된 힘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미미한 개인들이 다수 모이면 군중이 되고 군중은 큰 힘을 갖는다. 그 힘을 생성하는 촉매는 민심과 여론이다. 민심과 여론은 항상 변화하고 이동한다. 고로 동서고금의 통치자는 민심을 추스르고자 조령모개 등의 술수나 강온정책을 동원하곤 하였다.

며칠 후면 민의를 대표할 적임자를 뽑는 날이다. 만장일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인지라 차선책으로 다수결로 정해진다. 다수결이란 보다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쪽으로 전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다수의 횡포를 통한 패권주의가 소수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된다. 따라서 소수의 주장과 의견이 존중되고 자유로이 표명될 수 있음이 전제 요건이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과 전문성,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홍보 및 참여가 부족하여 특정 집단만의 다수결이 되어버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장차 결정될 민심의 향배가 상생의 촉매로 작용할지, 아니면 다수의 횡포로 전락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이미 가슴 속에는 장차 피워내야 할 꽃을 가득 품고 있을 터이니…. 15세기 선승 이큐(一休)의 선시를 옮겨본다. “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그 속엔 벚꽃이 없네./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는가.”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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