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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지조'의 자세와 '어목혼주'의 눈빛원순련 /거제대학교 겸임교수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는 그렇게 차이가 나는 말은 아니다. 일단 성어(成語)라는 말 자체가 옛 사람이 만든 말이라는 뜻인데, 굳이 정리해 보라면 고사성어는 그 출처가 어딘가에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나, 신화, 설화, 전설, 역사, 문학 고전 등에서 유래하거나 관련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고사성어는 글자 수가 두자에서 일곱자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사자성어는 옛사람이 만든 말이긴 하나 그 출처가 나와 있지 않고, 글자 수는 말 그대로 4자로 되어 있다. 이 고사성어와 사자성어는 우리들의 삶에 다양하게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2019학년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교육철학과 교육사’를 강의한 1학년 학생들에게 ‘교육철학을 통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 라는 그룹 과제를 제시하였다. 일주일의 여유를 준 후 해당 교재와 관련 없이 지금껏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제를 찾고 문제점과 대안 방안을 제시하며 미래 교육철학의 방향을 발표해 보는 과제였다.

‘포스트모드니즘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교육적 문제의 장단점과 대안 제시’라는 주제를 발표하는 장면이었다. 발표를 맡은 학생은 먼저 그룹 구성원들이 문제점을 찾고, 관련된 사례를 찾는 과정을 아주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조사 내용을 분류하고, 분석하고, 버리는 작업까지를 어떻게 이끌어갔으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 문제를 교육철학과 어떻게 귀결시켰는지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들의 화합은 만점이었다.

반대로 각각의 생각과 분석력이 너무나 뛰어나 그룹 구성원의 한 사람도 자신의 주장을 버리지 못하여 일치 된 길을 찾지 못하는 그룹이 두 그룹 있었다. 그런 그룹일수록 소위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는 구성원이 많은 그룹이었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을 한 교수 1,046명 가운데 가장 많은 347명(33%)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고 밝혔다.공명조(共命鳥)는 여러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새로 공명조, 상생조, 공생조라고 불리기도 한다.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서 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새로 특이하게도 몸체 하나에 머리는 두 개가 달려있으며, 한 마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한 마리는 밤에 일어난다고 한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있고 향기가 나는 과일을 따 먹었다. 그러나 이 향기를 맡은 다른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의 상상새다. 목숨을 공유하는 새(鳥)라는 뜻을 가진 공명조는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공동체'의 뜻을 갖고 있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는 교수신문 측에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면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런 공명조의 진풍경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도, 사회도, 교육도 모두 이런 어려움 속에 쌓여 누구든 물러설 줄 모르고 자신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의 목소리가 던져져서 두 머리만 희생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희망을 빼앗고, 피해를 주며 사회를 혼란시키는 일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데 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라면 이해도 해 줄 수 있지만 공명조의 파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게 더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파국을 건져낼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오천 원이요. 오천 원이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였다. 요즘은 오천 원으로 점심 한 끼도 먹기 어려운데 무엇이 오천 원이라는 말일까? 마침 버스 출발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밝히는 예쁜 여학생이 인조 진주가 박힌 반지를 들고 오천 원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사지 않았다. 당연히 그 반지의 진주는 아주 하찮은 가짜임을 모두가 분별할 수 있었기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외쳐도 아무도 반지를 사지 않기에 안타까워 오천 원을 꺼내어 그 반지를 샀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어느 초등학교의 학부모 연수 강사로 갔다. 여름이라 모시 치마저고리를 입고 ‘바른 가정이 바른 자녀를 만든다’라 는 제목으로 강의를 끝내고 연수장을 나올 때였다. 학부모 한 분이 옆으로 다가왔다. 내 반지가 오늘 입은 옥색 모시 치마저고리와 너무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이 옷이 빛날 수 있는 것은 강사의 손가락에 끼여 있는 진주반지 때문이라고 극찬을 해 주었다. 나는 결국 이 반지 가격이 오천 원임을 밝히지 못했다.

공명지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9%(300명)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물고기 눈(어목)이 진주와 마구 섞여 있으니 어느 것이 진짜 진주인지 분간하기 힘들다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하면 우리 모두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할 수 있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그런 가짜가 함부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무대를 만들어 주어서는 안 된다.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특별히 공명지조(共命之鳥)와 어목혼주(魚目混珠)의 사자성어에 관심을 모아보자.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이든 셋이든 함께 힘을 모아보자. 조금은 부족한 그룹의 구성원들이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힘을 모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 학생들의 주제발표처럼 말이다. 그리고 올해는 오천 원 반지와 진짜 진주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도 길러보자. 내가 낀 오천 원 반지를 구별하지 못한 그 학부모의 분별력은 타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진정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모든 분야의 어목혼주(漁目混珠)의 무분별한 선택은 대한민국 전체를 무너지게 하는 원인이 될 테니까 말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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