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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배 꺼진다!이승열 /전 거제교육장

젊은 시절에는 갯바위 낚시를 자주도 다녔다.

길도 엉망이던 시절,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학동과 해금강 주변의 갯바위로 내려가 채비를 할 때는, 마음이 급해져서 허둥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낚시꾼들은 공감하겠지만, 고기들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빨리 채비를 내리고 싶은 조바심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은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낚시꾼들은 보이지 않는 물밑에 감성돔과 참돔이 우글거릴 거라는 기대감으로 먹이를 던지는 반면, 바다 위를 헤엄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물밑에 상어라도 있지 않을까 불안하고 겁난다. 반대로 물밑이 훤히 보이는 바다에서는 지나친 기대감과 공포심도 없어진다.

보통,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은 두려움을 주게 마련이다. 거기다 물밑의 어둠처럼 알지 못하는 대상이나 영역에는 더하다.

좀 생뚱맞지만, 신체 활동의 경험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말하기 위해 끄집어낸 경험담이다.

의사들은 어떠한 처방보다도 운동이라는 처방이 최고의 명약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대사질환,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과 함께 오기 쉬운데 근본적인 원인은 늘어 난 허리둘레라고 한다.

결국, 성인병을 비롯한 많은 질병의 원인은 필요 없이 축적된 지방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러한 지방을 줄이는 최고의 방책은 운동이다.

물론 적절한 식이요법도 필요하겠지만 본바탕은 운동이다.

나는 교직 생활 중 교사로서 29년, 관리자로서 10년을 보내고 지난 2월 말에 퇴직하였다.

체육 교사로 재직하던 2곳의 학교에 웨이트트레이닝장을 만들어서 직접 관리하고 지도하며 생활했다. 아마도 합쳐서 5년은 넘는 것 같다.

점심시간과 일과 전, 일과 후에는 개인에게 개방했고 따로 체육 시간을 이용해서 체계적으로 지도하기도 했다.

트레드밀과 싸이클을 이용한 유산소적 운동뿐만 아니라 각종 기구를 사용한 무산소적 웨이트운동도 시켰는데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단기적 수업으로 기대한 것은 운동의 신체적 효과를 얻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목표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릴 때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주자는 것이었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권유도 받게 된다. 스포츠는 크게 단체운동과 개인운동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특히 단체운동은 개별적인 기량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조기축구회에서는 판사나 검사, 의사보다 축구 잘하는 백수가 대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가장 바람직한 현상은 스포츠의 재미 때문에 일상적으로 행하는 경우이다.

따로 건강을 위한 비장한 노력과 결심 없이 흥미로운 게임을 즐기다 보니 건강증진이나 건강 유지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거기다 원만한 사회성과 올바른 인성까지 키워지는 것은 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은 탁구장과 배드민턴장, 피트니스 클럽, 테니스장, 수영장 등을 기웃거리며 입문을 망설이다가 세월을 보내버리기 일쑤다.

만일 그런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긍정적이고 행복한 스포츠 경험을 충분히 했더라면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체육의 중요성은 막중하다.

학교체육은 엘리트 체육의 자원을 공급하는 협의의 과정이 아니라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고 신장시키는 귀한 교육과정인 것이다.

요즘, 체육개혁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엘리트 체육의 가치를 주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사회체육과 학교체육의 혁신을 주장하는 정부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생애주기의 질이 변화됨으로 인하여 체육의 궁극적인 목표도 바뀌어야 하지만 엘리트 체육이 사회체육을 견인한 공은 절대로 간과해서도 안 될 부분이다.

그러나 대세는 소수의 엘리트체육보다는 만인의 스포츠클럽 활성화이다.

물론 두 목소리의 바탕에는 체육활동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분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

결국은 사람의 삶의 질 향상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십수 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영국에서 중학교 자녀를 키우던 사람이 잠시 거제를 방문했을 때 만난 적이 있었다.

영국에 건너간 지 3년이 되었다고 하길래 “영국에서는 아이를 학교 보내는데 어떤 점이 제일 어렵냐”고 물었다.

비싼 생활비나 학비, 학습량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그가 한 대답은

“매일 체육복을 씻어서 준비해 주는 일이 제일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어릴 때, 당대의 어머니들은 별 놀이가 없이 그저 뛰고 솟고 구르며 노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만 뛰어라, 배 꺼진다”

잘 놀아야 잘 큰다는 이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던 지혜로운 어머니들은 배부르게 먹여 주지 못하는 자신들의 빈곤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 표현했으리라.

배부르고 영양가 있게 먹일 수 있는 요즘에도, 혹시 우리들은 뛰고 솟고 구르는 아이들에게 “아서라, 피곤하면 공부에 방해된다”라고 하지는 않는지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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