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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거제에 부치는 말원순련 //미래융합평생교육연구소 대표

봄이다.

누가 귀띔해 주지 않아도 새싹을 틔우고, 잎을 피우고, 꽃을 벙글게 하는 자연의 순리에 겸손함을 배우게 되는 계절이다. 이 좋은 계절에 동료들과 거제의 봄을 찾기로 했다.

제일 먼저 공곶이 수선화 마을을 찾아가 겨울을 이기고 황금왕관을 머리에 쓴 수선화 앞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탄생 시킨 꽃들을 향해 마음껏 찬사를 보냈다. 내도가 훤히 내다뵈는 바다에서 그동안 쌓인 일상의 먼지를 모두 털어버리고 스스로 마음의 치유를 인정하면서 인생 한 평생을 이곳에 묻어둔 강영식님의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좁다란 골목길로 들어서자 나무로 만들어 놓은 목판에 수선화의 알뿌리, 천리향, 그리고 이름 모를 외국 꽃의 모종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천에 널려 피어있는 수선화에 환호성을 울리고, 그 노란 물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그 좌판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꽃들에겐 잠깐 눈길만 주었지 선뜻 구입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꽃과 꽃모종을 판매하는 사람도 없었고, 돈을 받는 사람도 없었다. 꽃을 산 사람은 싸인펜으로 적어놓은 금액을 보고 양심껏 꽃값을 넣고 가면 되는 그런 무인 판매를 하고 있었다.

천리향 한 분은 3천원으로 적혀있었고, 그 노란 황금빛 수선화 한 묶음도 천원이었다. 그리고 수선화 알뿌리도 10개에 5천원으로 적혀있었다. 언제 심었는지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 수선화 두 봉지를 사고 만원을 무인 판매대 금고에 넣은 후 산을 내려왔다. 그런데 정작 공곶이를 들어서는 입구엔 마을 사람들이 장터를 이루고 있었다. 각종 봄채소를 비롯하여 그 지역의 특산물인 마른 새우를 판매하는 곳에는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봄나물을 구입 하고 있었고, 주변의 번듯번듯한 음식점과 펜션에도 사람들이 줄을 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일주일 후 이수도를 거쳐 매미성을 구경하게 되었다.

매미성이 있는 그 바다를 보는 순간 내고향 배숲개가 머리에 떠올랐다. 바닷가에 펼쳐진 몽돌도,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도 내 고향과 똑 같아 마음은 어느 덧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 논도 그랬다. 해마다 태풍이 몰아치면 파도는 애써 쌓아놓은 논두렁을 사정없이 할퀴고 추수가 가까운 벼까지도 사정없이 쓸어가 버렸다. 우리 가족은 돌무더기를 주워내고 다시 논두렁을 쌓는 일을 해마다 해야 했다. 그러나 무너진 가슴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또 다시 태풍이 몰아쳐 그 힘들고 어려운 일을 거듭 하면서도 그 논을 매몰차게 내 버리지 못하고 그 작은 논메미를 지켜야 했다. 이 성을 일군 주인장도 우리 가족처럼 파도가 쓸어간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한 마음의 표현이 이처럼 귀한 작품을 이곳에 남기게 되었으리라. 긴 세월 이곳에 쏟아 부은 세월의 흔적과 주인장이 흘린 땀방울이 축조된 돌담 여기저기에 숨어있었다.우리가 매미성을 한 바퀴 돌아나 올 때 밀짚모자를 눌러쓴 어떤 분이 벽돌 한 장보다 더 큰 화강암덩이를 기존의 성에 쌓아 올리고 있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얼굴까지도 모두 덮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는데 행여 이 성을 쌓은 분이냐는 질문을 하고는 이내 후회를 하고 말았다.

‘제발 말 시키지 말고 그냥 보고 가시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면서 나와 똑 같은 질문을 했을까? 쳐다보지도 않고 한 마디를 던진 채 시멘트 반죽을 바른 후 화강암 덩이를 올려놓고 위치를 맞추고 균형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성을 도는 잠깐 동안 왜 그분이 이런 대답을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애써 쌓아놓은 돌담 사이사이에 음료수 병이 끼여 있었고, 작은 연못위엔 비닐 과자 봉지와 생수병이 던져져 있었다. 사람들이 이곳에 함부로 던져놓은 쓰레기와 지금 저렇게 햇살을 맞으며 땀흘리는 주인장의 모습을 보는 순간 조금 전 나의 그 무례한 질문이 부끄러워 그 곳을 스쳐지나오기가 너무나 송구스러웠다.

그런데 매미성을 돌아 나와 마을로 나왔을 때 마을은 입구는 공곶이 입구와 같이 붐비기 시작했다. 농사짓던 논에 주차시설을 마련해 안내원이 관광객들의 주차를 돕고 있었으며, 마을 사람들도 정갈하게 준비된 가게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버스 넉 대가 한꺼번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매미성을 구경하기도 전에 마른 미역을 사고, 일찍 캔 양파를 사기 시작했다. 봄 쑥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시금치, 달래, 머위 잎을 앞 다투어 구매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과. 꼭 있어야 할 사람과,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 삶을 알뜰히 일구어 개인적 부를 이룬 사람, 기업을 일구어 여러 사람에게 일터를 주는 사람, 그리고 공곶이나 매미성을 일군 주인공처럼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꾸준한 노력 끝에 주변 사람과 사회에 계산 할 수 없는 이익을 주는 사람도 있다.

공곶이에 수선화마을의 신화를 일군 강영식님 부부와 장목 앞바다에 매미성을 쌓은 주인공은 대단한 공훈을 세운 사람들이다. 이 분들이 가진 가치관과 성실한 삶이 마을을 살찌우고 나아가 거제의 명소를 낳았고, 대한민국의 빼어난 관광지가 되어 우리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거제를 알리고 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 두 분의 영광이 아니라 그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살길을 열어주었고, 거제도 관광산업에 큰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한 이 주인공들에게 정작 우리는 어떤 대접을 해 주었던가? 거제시가 이 두 관광지에 어떤 혜택과 뒷바라지를 해 주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진 않았지만 내가 알기엔 공곶이와 매미성은 입장료도 받지 않았고 안내원도 없었으며, 본인이 그곳에서 경제 행위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두 분의 흘린 땀 덕분에 지금 우리 거제의 봄은 더 황홀하고, 더 행복해 지고, 더 붐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처음부터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이 주인공의 긴 세월 이룬 삶의 가치관과 노력으로 우리 거제시의 관광 산업에 한 획을 긋고 있는 공곶이와 매미성에 우린 이대로 있어도 되는 것일까?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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