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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같은 우리 춤, ‘향연’에 빠지다손영민의 거제예술기행

거제문화예술재단이 국비를 확보해 거제 유치에 성공한 국립무용단 공연 ‘향연’은 10개의 전통춤을 기품 잇는 무대 연출로 담아내며 2015년 초연무대를 매진으로 시작한 이후 2016년 공연 전석 매진으로 추가 회차 오픈, 2017년 2월과 12월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지속적인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향연’은 궁중 정재부터 종교의식무, 민속무용까지 한국춤의 대가들이 모여 과거와 현재를 담은 무대다. 한국무용작품으로는 전례 없이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춤 신드룸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종묘제례에서 주어진 궁중무용, 바리춤과 같은 종교의식무, 장구춤과 같은 민속춤 모음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변화로 풀어낸다.

무대 위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한국적 미학과 50여 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압도적 스케일이 관객을 압도한다. 특히 전 출연진이 선보이는 마지막의 ‘신태평무’는 향연의 하이라이트로 한국무용의 품격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작품의 흥행성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호평 속에 행보가 더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우리 춤의 고정 관념을 깨고 절대적인 고정 팬을 만들어내며 한국 춤의 신드룸을 일으킨 ‘향연’이 장승포항에서 6월의 아름다운 밤을 장식했다.

공연에서 자리는 꽤 중요하다. 무대에서 아주 가까운 자리나 아주 먼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매우 가까운 자리라면 공연자들의 호흡과 선율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먼 거리라면 전체적인 연출과 흐름, 구도와 이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좌석 배치가 1층 맨 뒷자리다. 무대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였다. 어쨌거나 장내는 많은 사람들로 꽉 찼다.

1막, 봄. 제의, 진연, 무의

시작은 매우조용하고 경건했다. 작은 움직임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내 숨소리가 들릴까봐, 조심하면서 들숨과 날숨을 쉬었다. 절제의 극치, 질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과 조직적인 구도가 한눈에 들어 왔다. 색깔은 흰색과 검정, 무채색이 주색을 이루었다. 어떤 신에서 길고 지루한 제례방식에 맞추어 기도를 드리듯 조심스럽고, 느리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1막에서 하이라이트는 빨갛고 커다란 대형 매듭이었다. 모양이 있는 먹색치마와 회색빛 원삼을 입고 길고 흰 한삼을 펄럭였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흰색모란꽃이 되는 순간. 다음으로 나올 춤을 생각했을 때, 1막은 향연 공연에서 필수적이다.

2막, 여름. 바리춤, 살풀이춤, 진쇠춤

오랜 시간 왕의 행차를 기다리는 시간 이후에는 흰색 장삼과 은색 바리가 수도 없이 나타났다. 온통 흰색으로 천을 두른 사람들은 검정머리 쓰게를 하고는 눈부시게 빛나는 바리로 수도 없이 손뼉을 치듯, 손바닥을 비비듯, 스치듯 했다. 살풀이춤으로 혼을 달래다가 잡귀를 물리치는 진쇠춤이 연이어 등장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3막, 가을. 선비춤, 장구춤, 소고춤

흰색 포와 푸른 포는 ‘선비’를 떠올렸을 때, 가장 대표적인 색감이 아닌가 싶다. 하늘로 뛰어오르며 팔을 위로 벌렸을 때 금방이라도 학으로 변신할 것만 같았다. 가볍고 얇은 실크옷감이 동작에 따라 이리저리 휘날리고 보이지 않았던 한복이 구석구석 보이는 듯하다. 넓게 펴진 자락, 주름져 날리는 자락, 접혀 돌아오는 자락은 바람에 따라 한쪽 방향으로 정신없이 흘러가는 구름. 장고 춤은 타악기가 주는 속 시원한 느낌과 짜임새 있는 군무대형이 정확히 맞아 들어가는 희열함이 있었다.

흔히 장구춤이라고 하면 아주 익숙한 타악기의 춤이다. 수많은 장구춤 무용수들이 일사분란하게 대형을 만들어 갔다. 곡선과 직선을 자유자재로 그리며, 장구와 무용수와 소리가 순식간에 흘렀다. 불빛이 직선으로 길을 만들면 그 길을 장고와, 소리와 춤이 지났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소고춤은 마치 사물놀이를 보는 것 같았다. 출연진들은 소고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장기를 뽐내기 시작했으며 관객은 이에 열광했다. 그들과 함께 내 몸도 하늘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의 몸이 어쩜 저렇게 가벼울 수 있을까? 소고춤을 보면서 비보이 배틀 공연을 본 듯한 기분은 이제까지 느껴 본 적 없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4막, 겨울. 신태평무

신태평무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으로 공연의 하이라이트. 붉은 원삼과 푸른 관복이 남과 북을 연상케 했다. 최근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 부는 평화의 바람. 아마 과거에 태평무는 나라의 안녕을 바라는 의미에서 선보인 공연일 것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향연’공연 사이트 게시판 후기에 ‘이것이 우리의 춤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란 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공연이 문화예술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위해 ‘향연’공연을 유치했다는 걸 눈치 챈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거제문예재단 관계자는 “전체관람객이 만석에 가까운 1200명 중 초·중·고등학생들이 200여 명에 달했다. 그만큼 거부감 없이 남녀노소 즐겁게 볼만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남편 홍성봉(48) 씨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지유정(43·장평동) 씨는 “국립 무용수들의 화려한 기교로 볼거리를 더했다”며 “무엇보다 피날레를 장식한 신태평무의 50여 명이 펼치는 군무는 압도적 스케일로 나를 사로잡았다”고 했다.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공연관람이 처음인 경우도 많았다. 동네 선배와 온 김재진(37·사등면) 씨는 “전통 한국 춤 공연은 처음인데 격조 높은 우리의 춤이 너무 감동적이고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향연’은 어떤 공연도 이처럼 한국 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내용과 춤과, 주제를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준 높은 국립무용단의 전통성과 새로움, 예술성을 한 번에 앉은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다. 무거운 주제와 신나는 주제, 즐길 수 있는 주제,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주제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보고 나온 공연을 진짜 보고 나온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로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향연’은 모든 국민이,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이 관람해야 할 공연이다.

글: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사진제공: 국립극장·국립무용단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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