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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곶이 수선화와 배려원순련 /미래융합평생교육연구소 '생각하는 사람들' 대표

힘들고 어려운 경우를 당할 때 우리가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본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상대방의 입장에 서지 못하는 것은 그 문제를 예사로 넘기기 때문이다. 그 일의 당사자는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고, 그리고 그 일로 인하여 절망 앞에 서기도 하는 것을 내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슴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유는 바쁜 일정에 쫓겨 그 일이 일어난 과정에 관심을 갖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어떤 일을 바라보며 행하는 것과 마음을 배려라고 한다. 이때 진정한 배려는 그 결과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자체가 진정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4월이 되면 거제도의 팔경 중 공곶이 수선화가 제 몫을 한다. 겨우내 찬바람을 이기고 품격을 자랑하는 수선화는 거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을 공곶이로 불러들였다. 지난주일 공곶이를 찾았을 때 휴일이 아닌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산을 오르고 있었다. 고마운 것은 몇 년 전과는 달리 해안선을 따라 완만하게 조성된 길을 마련해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관광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수선화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좁을 길을 비켜나기 어려울 만큼 밀려드는 사람들이었지만 어느 한 사람 예사로 보내지 않았다. 눈짓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노란 꽃잎을 흔들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바람도 한 몫을 했다. 바다에서 농익은 소금기를 몰고 와 골고루 뿌려주며 봄 햇살과 함께 방문객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공곶이를 이렇게 키워온 강영식 어르신 내외분을 만났다. 프라스틱 상자를 들고 겨우 허리를 펴고 일어선 어르신의 얼굴에 고단함이 가득 스며있었다. 그리고 어르신이 들고 온 프라스틱 상자 안에는 여 나무 송이씩 묶은 수선화 다발이있었고, 곁에는 천리향 묘목도 들어있었다. 수선화 한 묶음도 천리향 묘목도 모두 2천원이라고 싸인펜으로 써 놓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그 수선화와 천리향 묘목을 사지 않았다. 정말 가끔씩 구입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료수 가게로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셨지 수선화와 천리향 묘목을 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노란 수선화에 눈길을 떼지 목하고 황홀함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환호성을 지르던 관광객들이 아니었던가? 강영식 어르신의 프라스틱 상자에서 새로운 주인을 따라갈 준비를 하고 있는 수선화와 천리향 묘목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간 우리 일행은 수선화 화분과 천리향 묘목을 사서 비닐봉지에 넣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찍 핀 동백꽃이 속절없이 떨어져 길바닥에 누웠는데 누군가 주워서 나뭇가지 사이에 올려놓고 간 고운 마음에 가슴이 아려왔다. 좁은 돌계단이라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슬기롭게 비껴가야 소통이 되기에 위에서 내려오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동백나무 가지를 잡고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우리 일행은 구경을 위해 내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우리도 모르게 이런 부탁을 했다.

“구경하시고 돌아가실 땐 꼭 수선화를 사 주세요. 천리향도 사 주세요..”

우리가 수선화를 사 주시길 부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해 주었지만 계단의 중간 쯤 왔을 때 우리는 너무나 놀라운 반응을 들었다. 쉰은 되었을 정도의 어떤 부인은 여기까지 수고를 하고 올라온 관광객들에게 주인이 오히려 수선화를 선물로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함께 오르던 일행들도 그 말이 옳다며 맞장구를 쳤다. 너무나 놀라운 반응에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더 놀라운 사람을 만났다. 잔뜩 짐을 진 한 남자 한 분이 우리 손에 들린 화분을 보고 수선화를 사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가? 그리고는 자신은 그 어른신의 수선화와 천리향의 판매 가격을 붓글씨로 써 주기 위하여 벼루와 먹을 지고 간다는 말을 전했다. 그 분의 말씀에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배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행동을 얼마만큼 하고 살고 있을까? 언젠가 강영식 어르신께서 공곶이 공원을 조성할 때의 어려움을 전하는 자리에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진주에서 맞선을 보기 위하여 들어선 그 곳을 결혼 후 다시 찾아와 돌계단을 쌓고, 밭을 일구며 수선화를 심으면서 평생을 살아온 그 어르신의 일생이 공곶이를 오늘의 거제8경으로 만들어 놓았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공곶이를 들어서는데 입장권도 없다. 평생의 노고를 우리는 그냥 스치듯이 구경만 하고 돌아 나오고, 강영식 어르신 내외는 아직도 그렇게 수선화를 심고 계신다.

수선화가 들어있는 프라스틱 상자를 들고 들어서던 어르신의 굽은 허리가 눈에 밟힌다. 그 어르신의 그 긴 세월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공곶이에서 돌아오는 우리들의 손에 수선화 몇 송이는 따라와야 하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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