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법, 바른인연(49)

우리 불교 교단내에서는 승단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승가(僧伽, Sangha)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불교 이전부터 인도에 이미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sangha는 본래 gana와 함께 인도사회의 상공업자들의 동업조합 (동업조합, guide) 등을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던 말이다.

부처님 당시 종족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정체(共和政體)의 정치조직을 sanga 또는 gana 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당시 여러 종교집단을 일컫는 말로 이 단어가 사용되었었다.

불교 교단에 대해서도 초창기에는 이들 두 용어가 동등하게 사용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sangha 라는 말이 점점 우세하게 되었고 교단의 율(律)이 확립될 무렵에는 sangha가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승가는 오늘날 그 구성원으로서 흔히 사부대중, 말하자면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로 구성된 출가 승려의 단체였다.

여기서 출가 승가의 본래적 의미인 출세간적 집단의 개념으로 한정해 보고자 한다.

불교의 승가는 한마디로 열반(涅槃)이라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출가한 수행자들의 종교적 집단이다. 그러나 승가의 존재 이유가 단지 개인적인 목표의 성취에만 있다고 보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승단을 조직한 이유는 자신의 정신적, 지적 발전뿐만 아니라, 또한 타인에 대한 봉사에 일생을 기꺼이 바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가족이 딸린 재가신자가 타인을 위한 봉사에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치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반면에 가족 부양의 의무나 여타의 세속적 유대관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승려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깨달음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타 승단을 조직한 이유와 역사 속에서 사찰이 정신적 삶의 요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교단 내 승가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석존께서 일찍이 전도의 선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유행(遊行)하라. 또 두 사람이 함께 가지 말라”고 한 가르침이라든가, “나는 언제나 일체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 편안하게 하고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을 칭찬하느니라.”고 한 [장아함경]의 말씀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또한 [중아함경], [목적유경(木積喩經)]에서 석존은 목적유(木積喩)를 비롯한 여러 비유를 통해 출가인들의 자세에 대해 설법 하셨다.

그때 석존은 “그대들 최상의 범행(梵行)을 성취하고자 하는 자는 차라리 역사(力士)로 하여금 시뻘겋게 달군 구리쇠판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싸게 할지언정 술을 먹는 등등.. 계(戒)를 범하고 나태하여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하고, 오늘날 술을 곡차라 하는 것 등등.. 사문이 아닌데도 사문이라 일컬으면서 찰제리, 바라문, 거사 등으로부터 의, 식, 주에 필요한 것 등등을 절대 보시 받지 말라” 고 하셨다.

“남의 시물(施物), 즉 의복, 음식, 상욕(床褥), 탕약을 받는 것은 모든 시주로 하여금 큰 복을 얻고 큰 과보를 얻고 큰 광명을 얻게 하기 위한 것이다”는 등의 법문을 설하였다. 이 설법이 끝나자 이 설법들 들은 120명의 비구 가운데 60명은 퇴보심(退步心)을 일으켜 환속하고 말았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석존은 분명 출가자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설했던 것이다. 60명의 비구들이 환속한 것은 이러한 의무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카루나라트네(karunaratne)는 사회적 의무에 투철했던 불타의 생애를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불타의 삶은 충분히 발전된 사회의식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권력자들과 어울렸으며 비천한 사람들 곁을 떠나지도 않으셨다.

그는 마가다의 빔비사라와 코살라의 파세나디 같은 국왕들과도 함께 활동하였으며 또 아나타핀디카와 같은 부유한 자본가(長者)와도 교제하였다.

그의 문하에는 비사카, 케마, 움팔라반나와 같은 귀부인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교제가 마왕 앙굴리말라와 같은 강도, 수니타와 같은 청소부, 암파발리, 파타차라, 순다리와 같은 매춘부등과 친분을 맺는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병자를 보살피고, 버림받은 자와 가난한 자를 구제하였으며, 약자를 위로하고, 불행한 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사회를 회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에서 빈부와 천민을 가리지 않고 그들과 더불어 살았다.

여기서 오늘날 우리 출가자들은 어떻게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석존 재세시의 불교 승가는 세간, 세속과의 교섭을 단절하며 수도원적 생활을 영위하지 않았으며 다방면으로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승가의 사회의 유대 때문에 불교 교단의 비구를 영역(英譯)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승가의 사회적 의무와 유대를 배경으로 석존은 무엇보다 사회적 화합, 또는 사회적 통합을 중요시 했던 것이다.본 납자는 이 사회통합을 승가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으로 인식하며 여기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승가가 “사회통합”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승가 자체가 화합되고 통합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승가를 화합중(和合衆)이라고 하는 것처럼 승가의 생명은 화합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한 죄라고 하는 것은 오역죄(五逆罪) 가운데서 “파화합승(破和合僧)”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석존은 Anguttara-Nikaya에서 승가의 화합에 대해 직접 설하고 있다. 세존은 승가적 집단을 분류하여 “제일중(第一衆), 불화합중(不和合衆), 화합중(和合衆)” 등으로 나누고 이 중에서 화합중을 이루어 나갈 것을 제자들에게 재차 당부하셨다.

“비구들이여! 비구가 화합하고 환희하며 다투지 않고 마치 젖과 물처럼 서로 친애(親愛)의 눈으로 바라보며 지낸다면 그대들은 그때에 많은 복을 짓느니라. 비구들이여! 비구는 그 때에 범주(梵住)에 머무나니 즉 환희로운 심해탈(心解脫)에 머물고 환희로운 자에게 기쁨이 생기고, 마음이 기쁜 사람의 몸은 경안(輕安)하며, 몸이 경안하면 즐거움을 받고, 즐거운 사람의 마음은 정을 얻느니라.”

이와 같이 승가 자체의 탄탄한 화합의 기반위에서 승가는 다시 사회적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설사 불교 교단이 불이익을 당하고, 교단의 발전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더라도 사회적 화합과 사회적 질서를 위해서는 관용의 미덕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방송매체에서 어는 성직자 한 분이 하시는 말씀이 귀에 또렷이 들려온다.

“지금 한국 불교 교단 내에 불교는 찾을 수 없고 이미 권력과 돈 앞에 어느 성직자도 자유롭지 못함을 물론 우리의 양심마저도 마비시키는 것이 돈이고 권력이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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