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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의 타임캡슐을 찾아서원순련 /거제대 겸임교수

2018년이 열린 1월1일 아침 10시. 15년 전 초등학교 졸업을 시킨 제자들을 머리에 떠 올리며 그 때 졸업생들의 출석부를 찾아서 마흔 여덟 명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보았다. 졸업생들이 280명 쯤 되었는데 이 많은 제자들 중 과연 오늘을 기억하고 있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며 15년 전 졸업을 시킨 계룡초등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정확히 10시에 교문 앞으로 들어서자 졸업생들은 보이지 않았고, 함께 6학년 담임을 맡았던 5분의 선생님들께서 환한 얼굴로 반겨주었다. 졸업식을 끝으로 서로 헤어진 선생님들은 가끔씩 얼굴을 뵙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선생님도 있어 반가운 해후를 했다.

정각 10시가 되자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나타나기 시작했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K. 10센티는 더 될 것 같아 뵈는 굽 높은 힐을 아슬아슬하게 신고 등장한 J, 도대체 외모로는 누군지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눈 코 입이 다 달라진 N. 학생들과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졸업앨범과 학생들의 실지 얼굴을 대조해 가며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2003년 계룡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맡아 졸업식 준비에 바쁜 어느 날이었다. 학생 한 명이 우리가 졸업을 한 10년 후에 만나자는 제안을 해 왔다. 그러자 또 다른 한 명이 계산을 해 보니 10년 후엔 군에 입대할 연령이어서 만남이 어려우니 15년 뒤로 하자는 의견을 내 놓아 모두들 찬성을 하였다.

그날부터 학급마다 15년 후의 만남을 생각하며 타임캡슐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타임캡슐 속에 무엇을 묻어야 할지가 문제였다. 이 또한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15년 후의 자신에게 손편지를 썼다. 그리고 15년 후에 자신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꿈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쓴 학생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한 편의 시와 교장선생님의 축하메세지도 넣어 국기 게양대 밑에 묻어주었다.

그렇게 타임캡슐을 묻어놓고 제자들과 담임선생님도 15년의 긴 세월을 순식간에 건너왔다. 우연히 거리에서 그 때 학부모들을 만났는데 아들이 15년 후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어 그 때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있는 제자들이 고맙기만 했다.

졸업생들은 생각 밖으로 많이 모이지 않았다. 함께 한 졸업생들과 담임선생님이 힘을 모아 국기게양대 밑에 묻어두었던 곳을 가늠하며 타임캡슐을 찾아내려갔다. 꽁꽁 언 땅을 제법 파 들어갔는데도 타임캡슐은 나타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 자리가 아니고 다른 곳이 아닌지 모른다는 졸업생들의 속삭임이 있었지만 끝까지 그 자리를 파기 시작했다.

드디어 항아리의 정수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종삽과 호미로 살살 파 들어가자 제68회 졸업생 타임캡슐이라는 인쇄 된 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졸업생들의 환호성을 뒤로 타임캡술슐을 들어 올렸다.

커다란 항아리 속에서 비닐주머니가 보였고 그 속에 학생들이 넣은 6권의 책자가 나왔다. 참으로 신기했다. 타임캡슐 속에 든 편지는 한 부분도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정작 단단할 것이라 믿었던 제본용 스테플러 철 자국은 부식되어 책자를 여는 순간 제본된 책자가 터지고 말았다. 타임캡슐 속에는 책자 외에 운동회, 체험활동, 학예회 등을 촬영한 CD도 함께 나오자 졸업생들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학생들은 제일 먼저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장래의 꿈도 읽어가며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서 있는 이 자리와 자신이 쓴 15년 후의 꿈을 비교하며 웃었다. 그 자리에 오지 못한 친구들의 편지도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송해 주었고, 함께 자리를 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편지를 읽고 담임과의 통화도 했다.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을 위하여 내가 쓴 시를 낭송하며 CD의 영상도 감상했다. 열세 살 어린 나이로 헤어진 이들이 15년을 보내며 의젓한 신사로, 숙녀로 돌아온 그들에게 담임선생님들은 일어서서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타임캡슐은 다시 정리하여 본교의 역사관에 정리해 두고 점심을 함께 했다.

이날 참석한 졸업생들은 모두 취업을 한 사람들이었다. 간호사, 회계사, 교사 등 모두들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안정된 직장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졸업생들만 참석한 것이다.. 특히 이 중엔 15년 후 자신에게 쓴 편지대로 교사가 된 졸업생이 3명이나 되어 담임교사와 같은 교육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어 너무나 행복하였다. 그런데 이날 정말 참석하고 싶은데 아직도 취준생으로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임선생님께 보이기 싫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그들의 소곤거림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대학생 실업률이 고졸 실업률 보다 높아졌다는 어제 저녁 뉴스가 생각났다.

“애들아/ 선생님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아/ 이제 너희를 더 넓은 세상으 로 보낸다/ 그 길을 가는 동안/ 가끔씩 비바람을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 에 휘말리기도 할거야/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는 뿌리가 튼튼하니 쉽게 흔들리지 않을거야 (내가 쓴 축하 시 중에서)

이 자리에 오지 못한 28 청년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애들아! 너희들 이제 스물여덟이야. 아직도 긴 세월이 남아있단다. 뿌리가 튼튼한 너희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테니 목표를 향해 쉬엄쉬엄 달려가렴, 사랑하는 제자들아!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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