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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사는 지혜를 배웁시다김한식 /거제호산나교회 담임목사

사람의 기억력에는 개인적 차이가 있다.

저도 기억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자주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좋으면 틀림없이 살아가는데 많은 유익이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떨 때는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일상생활에 더 많은 손해가 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와 사랑, 그리고 이웃들로부터 받은 여러 가지 도움 등은 잊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과거의 아픈 기억이나 실패 했던 일 혹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서운함이나 배신감 등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우리 가운데는 잊어버려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지 못해서 그것들 때문에 평생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한 번 실패한 것들 때문에 두 번 다시 모험적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런 것들을 미리 아시고 사람으로 하여금 적당히 기억하고 적당히 잊어버릴 수 있는 은혜를 주신지도 모르겠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기쁜 일들도 많았고, 기억조차 하기 싫은 일들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더 복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잊어야 할 것들은 반드시 잊어버릴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바울 사도도 우리를 향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뒤에 있는 것들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라고 권면한다. 바울 선생이 말하는 잊어버리라는 말은 과거의 기억이 자신의 관심을 빼앗아 진보를 방해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달려 나가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과거의 일을 잊어버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바울은 왜 우리를 향해서 지나간 것들을 잊어버리라고 말하는가?

우리가 잊어야 할 것을 잊지 않으면 신앙생활에 더 많은 장애를 만나기 때문이다. 젊은 한 여성도가 있었다. 그녀는 예수를 믿지만 마음에 평안이 없었다. 어느 날 목사님께 상담을 요청했고, 목사님은 혹시 마음에 누구를 용서하지 못한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학대해온 계모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모로부터 너무나 가슴 아픈 일들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교회에서 전도지를 돌릴 때도 계모에게는 한 장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미운 계모가 전도지를 받고 예수를 믿어 천국가면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목사님은 그 여성도에게 당신이 어머니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주님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 여성도는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결코 그 계모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후 그녀는 결국 교회를 떠나 세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처럼 남에게 받은 상처나 고통을 용서하고 잊어버리지 않으면 이렇게 신앙생활에 큰 장애가 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잊어야 할 것들을 잊지 않으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에 얽매이게 되고 과거 지향적인 사람이 된다. 바울은 사도로서 일하기에 너무나 부끄러운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핍박하는데 주동자 역할을 했으며, 심지어 예수 믿는 사람들을 붙잡아 감옥에 가두고 고문까지 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사도가 되었으니 다른 사도들 보기에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웠겠는가? 그러기에 바울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기의 과거를 확실하게 잊고 살아야만 했던 사람이었다. 자기의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고서는 더 이상 주님을 위해서 일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좇아간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는가?

먼저 잘 했던 일들을 잊어야 한다. 이를테면 성공적으로 살았던 일, 공로, 선행 따위를 잊어야 한다. 사람이 자기자랑이 너무 많으면 신앙생활에 많은 해를 입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다. 예수님께서도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다. 이 말은 선행을 베풀 때 은밀하게 하라는 뜻이며, 착한 일을 하고 나서는 얼른 잊어버리라는 말이다. 자기 공적이나 성공을 자꾸 기억하고 있으면 어떤 대가나 대접받기에 집착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은 항상 불평과 불만 속에서 살게 된다.

둘째는 과거의 실수와 실패 그리고 원한이나 미움마저도 잊어야 한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기에 내용과 크기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실수나 실패를 모르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인 노아는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고 자다가 자기 아이까지 저주하는 실수를 저질렀으며,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는 마음으로 화를 내어 지팡이로 반석을 연거푸 내리치다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고, 다윗은 남의 아내를 빼앗기 위해 그 남편까지도 죽게 한 사람이었다. 선지자 엘리야, 솔로몬, 요나, 삼손, 베드로, 바울, 그리고 다른 주님의 제자들, 역사상 많은 위인들은 다 어떠했는가? 모두 다 실수와 실패를 맛보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들은 과거의 부끄러운 일들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앞으로 달려갔기에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영국 격언에 쏟아진 우유에 대해서는 슬퍼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바울처럼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밝은 마음으로 다가오는 새 해를 맞이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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