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carnival), 페스티벌(festival)이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이 말들은 모두 축제를 뜻하는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달력에 세계의 축제를 표시한다면 지구촌은 매일 축제로 붐빌 것이다. 그 정도로 세계 곳곳은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는 이름 있는 축제가 많다.

축제는 단순한 놀잇거리 이상으로 그 지역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는 의미를 알아보고 직접 축제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하여 단순한 놀이문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축제는 그 자체로서 인류에게 중요한 문화유산이 된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축제 중 운 좋게 참여했던 '망통(Menton)' 레몬 축제를 잊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빅토리아 여왕과 유명 시인들이 자주 찾았던 프랑스의 '망통(Menton)'. 이곳은 프랑스의 유일한 레몬 산지로 유명하다. 전원적이고 조용한 분위기와 함께 지중해 모나코와 니스 주변에 위치해 있어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고 있다. 1년 중 316일 이상 햇볕이 내리쬐어 레몬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서는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남 프랑스의 대표 축제 중 하나로 '망통 레몬 축제'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망통'은 아름다운 풍경과 온난한 기후로 인근에 위치한 도시 니스(Nice)와 함께 대표적인 유럽의 휴양지이다. 1934년에 시작된 '망통 레몬 축제'는 역사가 길지 않지만 '니스 카니발'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는데 시내가 싱그러운 노란 빛깔로 물드는 풍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의 관람객이 몰려든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망통을 떠나게 되면 적막해지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카니발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해마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매 해 새로운 주제로 진행하다보니 망통만의 색을 입으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몇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의 솔직한 표현은 그냥 지천으로 널려있는 레몬으로 대형 고래, 건물, 탑 등을 꾸며 놓은 것과 곳곳에 펼쳐지는 여러 가지 행사 외는 별다른 흥미로움이 없는 이 축제가 올해로 84회를 맞이한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황금 과일 퍼레이드(Golden Fruit Parade)'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행사인데 과일 수레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이 참여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망통 레몬 축제‘에 사용된 어마어마한 양의 과일은 축제가 끝난 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할 수 있다고 하니 축제가 지역의 산업까지 연계하여 마무리까지 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했다. 아마 이 축제가 이토록 오랜 세월을 지켜온 것은 바로 이 축제를 지켜온 지역민들의 노력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이 축제의 참가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보다도 그 지역의 모든 주민이 함께 하여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프랑스 정부에서는 휴가를 외국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자기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축제에 참여 하자는 바람이일고 있다고 한다. 내수를 올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망통’ 레몬축제 외 다양한 곳에서 이와 같은 축제에 국민들이 참여하여 올해 시골 경제의 GNP가 0.7%정도 상승시켰다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거제에도 다양한 축제가 있다. 신년 해맞이, 국제펭귄대회, 고로쇠 약수 축제, 대금산진달래축제, 산방산철쭉제, 숭어축제, 대구축제, 옥포대첩기념축제, 해양스포츠 바다로 세계로, 섬꽃축제 등. 거제도에서 실시되는 축제만 해도 대충 열서너 개가 더 된다. 이 축제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그 지역의 역사성, 그 지역의 특산물, 그리고 그 지역의 자연환경 등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축제를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의미를 두고 시작한 축제들이 열리는 곳을 가보면 아쉬움이 가득한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축제가 열리는 상황을 보면 분명 시간과 경제적 투자와 노력이 눈에 띌 만큼 섬세하다. 하지만 정작 그 곳을 찾는 관객들을 보면 아쉬움을 넘어 걱정이 된다. 앞으로 세계의 축제는 그 나라와 그 지역의 문화유산이 된다고 했다. 그런 문화유산은 그냥 어떤 축제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는 지켜가기 어렵다.

프랑스의 '망통 레몬 축제' 가 필자의 눈에는 그냥 레몬으로 치장해 놓고 몇 가지 행사 외는 별다른 꿀 팁이 없었다고 느낀 그 축제가 84년의 세월을 지켜온 것은 내가 보지 못한 또 다른 모습과 보이지 않는 그 축제만의 매력이 사람들을 그 곳으로 불러 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망톤 지역의 모든 주민이 그 축제기간만은 모든 것 제쳐놓고 축제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무엇보다도 함께 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 거제예술문화회관 노천 무대에서 ‘블루시티거제페스티벌’이 실시되었다. 일주일 동안 실시되는 그 축제에 3년 째 참가하게 되었다. 거제전역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축제여서 관객이 없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기우였다. 직장 동아리 예술인들의 박진감 넘치는 공연, 방과후 학습동아리의 애교 넘치는 공연, 나름대로 이름을 과시하는 여러 공연단들의 열띤 공연에 박수를 보내고 함께 춤추며 여름밤을 수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와현 앞바다를 수놓은 ‘해변시낭송페스티벌’ 또한 소문나지 않은 멋진 축제였다. 별들이 내려앉은 밤바다에 색소폰 연주가, 아름다운 시 한 수가 수채화 한 폭을 그리며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이 작은 축제들이 함께 한 사람들의 가슴에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체감되는 더위 뒤로 물씬 가을의 느낌이 스며들고 있다. 가을을 따라 우리 거제를 알릴 여러 가지 축제가 남아있다. 거제도 사람 모두가 이 축제에 행복한 참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여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주고, 이 참여가 우리 지역의 축제가 문화유산이 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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