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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말복을 넘기면서 시원한 장대비가 몰아치고 있던 며칠 전, 누구보다도 자연의 소중함에 흠뻑 빠져 전원생활의 꿈을 야무지게 설계하며 살아가고 있는 동부면 연담마을 김양운(55), 조민서(50) 부부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고현시내에서 건설장비업을 경영하고 있던 김 씨는 동부면 연담 고향마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는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공들여 해오던 사업을 포기하고 고향 연담마을에 황토 집을 지어 자연으로 돌아왔다. 시청 소재지인 고현에서 삼거리, 구천댐을 지나 학동 가는 길을 가다 구천댐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약 700m쯤 가면 연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가 연담마을이다.
행정구역은 경남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 시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아직도 도시내음을 맡기 어려운 전형적인 시골 농촌마을이다. 연담마을은 계곡마다 천길 절벽의 바위산인 ‘석심산’의 절묘한 바위가 형형색색의 조각상으로 벼랑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도심 근교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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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마을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 길은 정말 아름다워서 처음 이곳을 찾는 도시인들은 절로 탄성을 지르곤 한다. 김 씨 부부는 잘나가던 사업을 정리하고 도심이 너무 소란스러워 도망치듯 고향 연담마을로 건너 왔다. 어릴 적 봄날 노랑나비를 쫓아 들판을 뛰어다니던 추억을 간직한 김 씨 부부는 어디 풀내음 상큼한 밭둑 풀섶에 한나절쯤 푹 파묻혀 봤으면 하는 소망을 늘 간직했다.
보리밭 두렁에서 연담연가(지은이 김영수) 노래를 자장가 삼아 거나한 봄 낮잠을 즐겨보는 일은 꿈으로나 가능한 것일까. 필자가 방문했던 지난 14일 오후. 연담의 들녘 황토색으로 물들은 논두렁길에서 꿈에 그리던 초가을날의 서정을 만끽하고 있었다.
김양운, 조민서 부부의 집은 ‘꼼지락 솜씨공방찻집’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집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는 2만여 평의 야산에서 원목표고버섯 재배와 토종꿀, 고로쇠수액, 산나물을 채취하고 토종닭과 흑염소도 키우면서 올해로 20년째 유배지와 다름없는 귀농의 삶을 살고 있다.
찻집의 출입문을 열면 한 50년쯤 거슬러 올라간 과거를 느끼게 한다. 바닥에는 자연석을 깔아 치장하고 탁자며 벽의 사방엔 잡동사니 민속품이 진열되어 있다. 실내인테리어는 특별히 꾸미지 않고 그의 손때가 묻은 소품을 갖다 놓아 자연스레 형성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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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흐르는 구룡천을 끼고 있는 ‘꼼지락 솜씨공방찻집(010-2686-6288)’에 앉아 안주인 조민서 씨가 손수 빚은 전통 떡이며 떡케잌, 쌀베이킹, 커피콩 빵, 오미자차, 유자쌍화차, 국화차를 맛보면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아왔던 풍경이 생각나서 콧날이 매워진다. 문명에 중독돼 살아가는 것이 싫어 자연 속으로 탈출의 꿈을 이뤄냈던 그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 부럽기만 하다.
‘KBS 6시 내고향’에도 소개될 만큼 명소로 자리 잡은 ‘꼼지락솜씨 공방찻집’은 인근 산에서 채취한 고로쇠를 원료로 한 ‘고로쇠 막걸리’와 뒷마당에서 나오는 청정약수를 먹고 자란 표고버섯을 원료로 내놓는 ‘표고맘빵’이 별미인데다 찻집에서 노자산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직접 고은 대추차와 청솔잎을 갈아 만든 송엽차 맛은 고향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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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전통음식으로 가장 한국적인 맛을 전수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연담삼거리 학동재 올라가는 길 한편에 있는 ‘꼼지락 솜씨공방찻집’은 구수한 떡고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게 한다. 단 호박 쌀을 함께 쪄서 맛을 낸 ‘단호박 찰떡’, 모듬백설기, 표고버섯 가루를 섞어 만든 ‘표고버섯빵’, 떡 피자, 떡 케잌. 임업후계자인 조민서 대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먹음직한 떡을 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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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쁜 농장 일에도 틈을 내어 공방찻집을 열수 있었던 것은 전통 떡의 대가인 시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맛의 비결을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손맛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인 전통 떡 연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며 유명한 전통 떡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전통 떡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2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지난 4월 특허청으로부터 표고버섯 디자인부분 특허 출원 통지를 받고 드디어 떡 공방체험교실과 찻집을 열었다. 그는 “요령을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우리 맛을 연구하다 보면 더욱 좋은 우리 전통의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떡 장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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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지락 솜씨공방찻집에서는 떡 장인 조민서 씨의 오랜 전통의 맛에 현대기술이 만나 탄생한 도토리떡, 모듬백설기 떡 외에 찹쌀, 밀누룩, 산약초로 빚은 전통 막걸리인 가양주와 고로쇠 막걸리, 농장에서 나는 무공해 표고버섯, 곤달피 잎 가루를 원료로 한 호트밀, 월병, 찰끝빵, 찹쌀붕어빵 등도 선보이고 있다. 돌잔치 예약주문과 떡 공방 수강신청도 가능하다.
예약문의 010-2686-6288
글․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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