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9월, 이 나라 남쪽 지방을 할퀸 태풍 ‘사라’는 참 무서웠습니다. 강둑이 무너졌습니다. 논도 자갈을 안고 온 흙탕물에 작살이 났습니다. 애써 지은 농작물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초가집 지붕이 순시간에 사라지곤 했습니다. 당시는 무척 궁핍(窮乏)한 시절이라 동네 사람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 혼란스러웠습니다. 당장도 문제지만 춘궁기를 버틸 일이 막연했던 세월이었습니다. 1945년 해방의 기쁨도 잠깐, 이념이 판치는 혼란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 공간에 냉철한 현실주의자 이승만(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는 40년이나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미국 시민권도 얻지 않았습니다. 이럼에도 친미 사대주의자인지. 그는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고 갈등했습니다. 반미 감정도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라고 공개된 당시 국무회의 회의록이 입증합니다. 반일 감정도 지독했답니다. 대마도를 내놓으라고도 했습니다.(1949.1.8.)

이럼에도 친일파 청산에는 소극적이었답니다. 해방직후부터 민족의 대통합을 주장했습니다.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정치적 계산에서였습니다. 그가 보기에는 민족의 절반이나 친일파인 것입니다. 단죄로 인한 혼란과 분열을 우려했던 것입니다.

그는 역사적 아픔을 현실주의에 입각(立脚)한 정치기술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합니다.(이영훈)

당시 이승만 만큼 세계정치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분도 없었습니다. 그가 1941년에 쓴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2015년/비봉출판사)’에서 이미 ‘천황전체주의의 기원과 실상’이란 부제로 미일 전쟁을 예언했습니다. 그는 6.25전쟁 때는 미국과 합심하여 이 나라를 공산권으로부터 지켜내었습니다.

이승만이 말년에 독재를 하고 정치파동을 일으키고 부정선거를 한 것은 명백히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입니다. 결과 ‘4.19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서슴 없이 하야했습니다. “국민이 원한다”면이란 한마디로. 만약에 그가 버텼다고 생각해봅시다.

세계적으로 독재자들의 마지막 발악이 어떤 문제를 가져왔습니까. 뉴스에서 익히 접한 현상을 보면 답이 있습니다. 여하간 우리는 1950년의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습니다. 극심한 가난의 질곡(秩梏)에서도 헤어나려 무척이나 애썼습니다. 궁핍에서 탈출하는 것이 국민들 염원이었습니다.

1960년 4.19는 이승만의 하야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이럼에도 걸출한 리더가 없다보니 정치권의 혼란만 극으로 치달았습니다. 국민들도 혼란스러웠습니다.이 과정 속에서 1961년 5월 ‘군사정변’이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사회변화는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박정희입니다.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새마을 노래를 수없이 부르기도 했습니다. 가난에 찌든 농촌은 마지 못해 움직이는 실태였습니다. 이 노래로 해서 잘 살 수 있다는 성취감이 은연중 퍼져나갔습니다. 새마을 운동이 그것이었습니다. 잘 살아보자는 공감이 일어난 것입니다. 궁핍에서 탈출할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 북한은 남한보다 잘살았습니다. 식민지의 유산인 재화가 북쪽에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중공업과 농상공업이 대비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70년까지 그랬다고 합니다. 그 이후 남과 북은 현격한 격차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된데는 근로자, 농상공인들의 공감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기에 박정희란 인물의 리더십이 작동되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든 나라의 대통령이든 그 리더의 역량이 어떤 것인지 박정희와 이건희를 통해 우리는 실감했습니다. 그 결과물들이 우리 눈앞에 엄연히 존재함에도 부정하려는 심리는 무엇에 연유하는 것인지. 패배자의 자괴감 과잉에서 일어나는 피해의식 충만인지.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변에 흐르는 것은 아닌지. ‘농지개혁 문제에서 보면 남한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끝나 봉건잔재가 남은 식민지 반봉건 사회다. 노골적인 식민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식민지로 보아야야 한다. 여전히 민족해방과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단계에 머물고 있다. 정통성은 오히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것이 아니냐. 그쪽은 어쨌든 독립운동, 항일투쟁을 한 사람들이 만든 나라가 아니냐. 친일청산과 농지개혁을 철저히 하지 않았느냐.’

결과는 아닙니다. 친일인사도 북한정권에 참여했고, 농지개혁은 지주가 국가로 바뀌었습니다.개인 소유는 절처히 차단되었습니다. 농민은 다 빼앗기고 집단농장에서 일하고, 소득의 40%가 세금이었다고 합니다. 일제시대에는 소작료가 50%였답니다.(주대한의 ‘시민을 위한 현대사’)

이제 이념의 골에서 벗어 났으면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이 강물처럼 일렁이면 우리네 소시민들은 멀미와 구토만합니다. 꼭 조선조의 피바람 몰고 다니던 사화(士禍)가 이 시대 하늘에 맴도는 것을 느낍니다. 무슨 적폐청산입니까. 꼭 이런 단어를 차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성주의 사드사태를 보며 이게 나라냐고 국민들이 탄식한답니다. 법 위에 군림하는 그 초법행태를 구경하는 공권력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가보지 않은 길’을 쓴 송호근 교수는 울산 현대중공업노조와 민노총을 귀족노조라고 하더군요. 세습까지 한다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 맞는지. 이뿐이 아닙니다. 지금 모든 이익단체들이 그들 스스로가 촛불혁명(이는 문대통령이 그렇게 말했지요. 혁명이라고 하니 생경스럽네요.)의 성과금을 내 놓으라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노가 폭발했던 다수의 시민들에게도 이익금(?)을 나눠줘야 할 판입니다.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 정부가 성공하기를 기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이념놀이 하는 철부지(?)도, 꿀물울 찾아 헤매는 정상모리배(政商謨利輩)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코드가 맞는 기울어진 인사의 적폐가 비일비재했던 것도 보았습니다. 이럼에도 반복되는 이 현상을 우리네 소시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하기야 지난번 촛불소요를 촛불혁명이라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하니 할말은 없네요.

결정된 것도 진행 중인 국책사업도 사전 설명 없이 엎어버리는 데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 형편에 원전을 철수하면 에너지는 어떻게 충당하며 전기세 폭등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백년대계같은 정책이 이렇게 쉽게 바뀌는 것인지. 무슨 점령군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알 수가 없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백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확정했다가 취소하는 것이 우정사업본부 본연의 자세인지. 영혼없는 행정의 표본 아닌지. 어느 신문을 보니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작년에 발행하기로 의결했다고 합니다.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을 정권이 바뀐다고 안면몰수(顔面沒收),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이참에 우리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 각자가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성찰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변에 보면 시류에 떠밀려 막무가내식 행위가 많음을 봅니다. 그 좋은 예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난 대선후보 때 국립묘지에서 차별 참배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참배하고, 이승만 박정희 두 전 대통령의 묘소를 지나치는 장면이 TV로 중계되었습니다. 문 대통령도 그후에 그것이 이념에 치우친 결과였다고 얘기한 것을 어느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이제는 끼리끼리 문화로 냄비 죽 끓듯하는 이념놀이를 이제는 그만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손바닥만한 나라안에서 죽쑤다가는 열강의 먹이사슬로 전락하는 피에로가 되고 말 것입니다. 북한의 깡패짓에도 말릴 것입니다.

이승만의 동상도 건립하고 박정희 기념 우표도 발행하는 대승의 정치를 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잘못만 부각시키지 말았으면 합니다. 세상에 회자되는 공칠과삼으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은 486세대들은 ‘해방전후사 재인식’도 일독하시기 바랍니다. 정치인들의 중용(中庸)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무 설쳐대는 것도 그렇습니다. 나에게만 정의가 있고 타인의 정의를 부정한다면 그 골은 끝이 없습니다. ‘완장찬 정의’가 아니라 ‘공동의 정의’가 강물처럼 흘렀으면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이 행복합니다. 국민행복은 나라 발전과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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