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청씨름단 선수들과 함께 한 필자

5월 31일, 충북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는 ‘IBK기업은행 2017 보은장사씨름대회’에 참석하기위해 감독, 선수들과 함께 거제시청씨름단 전용 봉고차에 올랐다. 신정호 경남씨름협회장은 대회 당일날 참석하기로 했다. 출전 신고식이 끝난 오전 11시, 거제시청 광장에서 출발한 선수단차량은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법주사IC를 빠져나와 오후 3시 즈음, ‘속리산 산채나물거리’에 위치한 그린파크호텔에 닿았다.

필자는 선수단이 3박 4일간 머무를 예정인 그린파크호텔에 짐을 풀고 법주사에 들렀다. 법주사는 팔상전을 비롯해 여러 국보와 보물과 문화재로 이름이 높다. 미륵신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신라가 기울기 시작하는 770년대 고쳐 지었는데 이때 여기에 미륵신앙이 자리 잡았다. 미래불인 미륵을 으뜸으로 치는 것은 수도권 왕족이 아닌 비수도권 호족이었고 평민․노비도 이를 따랐다. 현실은 왕족 너희 것이지만 미래는 우리 것이라는 그런 심정으로.

미륵은 법주사와 청원을 잇는 징검다리다. 청원 백월산에서 노힐부득․달달박박 두 사람이 성불(成佛)해 제각각 미륵불과 아미타불로 현신(顯身)했다는 얘기가 ‘삼국유사’에 나온다. 인도산 수입부처가 아닌 우리나라 국산부처의 탄생이다. 어떤 이는 허망하다 하지만 경덕왕은 이를 기려 백월산 기슭에 ‘남사(南寺)’를 짓게 했고 출토된 기와조각에는 이 절간 이름이 새겨져 있다. 경덕왕은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도 창건한 인물이다. 그러니 억지로 지어낸 허튼 수작은 아니며 오히려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백월산에서 있었음을 사실로 여겨야하겠다.

보은군 문화관광해설사 최숙희 선생님과 법주사 나무그늘 너럭바위에 앉아 이런 인연에 대해 짧게 얘기하고는 경내에 들어서 군데군데 드문드문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설명은 설명일 뿐이고 법주사를 법주사답게 만드는 보배는 따로 있다. 팔상전과 잣나무와 보리수다. 우리나라 하나뿐인 목탑(5층)인 팔상전은 팔상전의 드높은 위상을 두말 없이 상징한다. 천왕문 앞 잣나무는 자칫 늘어지기 쉬운 절간 분위기를 푸름과 우뚝함으로 일신한다.

대웅보전 앞 보리수 두 그루 그 우람한 자태를 마주하면 옛적 석가모니 해탈 당시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느낌이 온다. 잣나무와 더불어 시원하게 공중을 가르는 보리수의 이런 모습, 다른 절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보배가 있으니 바로 법주사 오가는 오리숲길이다. 2km 안팎이라 ‘오리(五里)’인데 여느 절간 다른 숲은 대부분소나무가 주종이지만 이 숲은 솔뿐 아니라 잎 넓은 나무도 퍽 많다. 솔만으로 이뤄진 숲은 아래가 메마른 편이지만 활엽수가 많이 섞인 숲은 은근히 촉촉하다. 물기가 많으면 그 은덕으로 살아가는 생명도 많은 법. 이날 숲길에 처음만난 청솔모를 볼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었지 싶다. 게다가 이런 물가는 증발하면서 더위까지 한풀 누그러지게 한다. 법주사는 여러모로 풍성한 오리숲길이 어우러져 보람찼다.

6월 1일 오후 2시, 경기장 가는 길목에 우뚝 서있는 세조가 내린 벼슬, ‘정이품송’에 들렀다. 법주사의 관문 역할을 하는 정이품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무가 아닐까. 나무가 벼슬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세조가 지금의 장관급인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에 행차할 때 이 나무를 지나는데 세조가 타고 가던 가마가 나뭇가지에 걸릴 것을 염려해서 한 신하가 “가마가 나뭇가지에 걸린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나무가 가지를 스스로 들려 올렸다는 것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한 세조는 즉시 가마를 세워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오후 5시, 우리선수들이 계체량을 전원 통과하여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를 무렵, 거제시 체육과 서점호 과장, 홍승철 계장, 제상우 주무관, 시 체육회 황요병 사무국장, 박성근 체육지도자가 보은국민체육센터씨름경기장을 찾아와 “속리산 버섯요리 맛집에서 즐거운 먹거리 추억을 만들어 보자”며 우리선수단을 속리산 향토음식거리에 있는 신토불이 약초식당(043-543-0433)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약초산채음식으로 특허까지 획득한 곳으로 오랫동안 손맛이 이어오고 있는 곳이니만큼 방송 3사를 비롯한 여러 방송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약초산채버섯정식인데 반찬가지수가 50개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삼십여 년 속리산에서 향토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황광자 사장은 “충북 보은은 산채정식으로 유명합니다. 표고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느타리버섯, 꽃버섯, 먹버섯, 능이버섯, 더덕, 취나물 등 20여 가지의 자연산채로 만든 무공해음식들을 내놓고 있지요~ 조리법도 옛 선조들의 음식기법을 그대로 살려 건강에 이로운 음식들입니다”라며 보은산채음식 자랑이다. 밤늦도록 북적이는 가게를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발길. 거제 관계자와 함께한 한 끼 식사와 인심 좋은 식당주인이 전해주는 매실원액 한 병이 짧은 속리산 여정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여기에다 대회 첫날인 2일에는 여자씨름 절대강자 ‘구례군청’과 ‘콜핑’을 뒤집은 조아현, 정지원 선수가 나란히 4강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황요병 사무국장이 선수들에게 “한턱 내겠다”며 보은옥천영동축협직영점인 ‘조랑우랑 한우이야기(043-543-5656)’ 식당으로 안내했다.

‘조랑우랑’이라는 이름은 보은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대추(棗)와 한우(牛)를 뜻한다. 우리 일행은 속리산 토종송아지 고급육 ‘조랑우랑’구이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향했다. 이번 나들이에서 앞서 들른 법주사는 여러모로 오리숲길이 어우러져 그럴 듯 했고 뒤이어 찾은 정이품송을 둘러본 발길은 덤이었으며 속리산 산채음식을 비롯한 보은향토음식의 맛과 향기를 느껴본 것이 보람찼다.

글: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거제시청씨름단 부단장

윤경호 감독과 선수들이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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