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대단히 매력적이다. 특히 여름철 거제는 바다가 지닌 매혹적인 풍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여름 휴가철에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거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행지는 아무래도 해금강일 게다. 해금강은 갈곶의 끝에 있는 섬. 남해의 금강산이라고 해서 해금강이라 불리며 명승2호로 지정된 절경중의 절경이다.

해금강을 가까이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한다. 지난 4월에 첫 뱃고동 소리를 울린 최신형 크루즈유람선, 스마트호(98톤?정원 173명)에 올랐다. 장승포 선착장에서 해금강으로 출발하는 코스는 짧은 코스다. 해금강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선장의 구성진 설명을 듣다보니 어느새 눈앞에 해금강의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금강은 거제도의 갈곳리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해상에 위치한 두 개의 큰 섬인데 해발 116m이다.

항간에는 중국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초를 구하기 위해 3000명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약초가 많이 나는 섬이라 한다.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다보면 병풍바위, 십자동굴, 사자바위, 쌍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등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제 나름대로 시시각각 그 모양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금강 풍광도 풍광이지만 유람선선장이 배를 모는 테크닉도 뛰어나다. 두 개의 섬 사이에는 작은 석문이라고 하여 십자동굴로 알려진 해로의 문이 있는데 선장이 이 해로의 문을 향해 유람선을 진입 시키려는 시늉을 한다. 유람선이 해로의 문에 진입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실제 썰물 때는 작은 크기의 배가 석문을 통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눈으로는 석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섬의 상층부에는 흙 한줌 없지만 천년송 한그루가 살고 있었는데 태풍이 휩쓸고 가버린 뒤에도 암벽마다 이슬을 먹고 자란 풍란이 자라고 있다. 불로초를 구하고자 진시황이 보냈다는 서불과 300인이 남겼다는 ‘서불괴차’라는 글자는 태풍에 소실되었다고 한다.

장승포유람선 옥성호를 타고 소 매물도로 트래킹을 나선 적이 있다.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나의 첫 소 매물도 일주였던 그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열목개 구간이다. 열목개 구간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면서 푸르스름한 갯바위와 자갈이 드러내는 모습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하얀 등대의 구간은 산중 촌놈인 내게 바다의 매력을 일깨워 줬다.

벽파수도(碧波水道)란 말 그대로 파란 파도사이로 나있는 뱃길을 말한다. 파란 파도뱃길이라고 모두 벽파수도는 아니다. 경치가 아름다워야 하고 먼 수평선이 있어야 하고 섬과 갈매기 울음소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암괴석과 동백이 곁들여 지면 안성맞춤이다. 거제는 이러한 벽파수도가 아마 대/소병대도에서 매물도-홍도로 이어지는 뱃길일 것이다.

소매물도가 숨기고 있는 알짜배기 비경을 감상하기위해 옛 추억을 되살려서 오랜만에 장승포항을 다시 찾았다. 산책로길이 아니라 뱃길 따라가는 벽파수도 여행이다. 2016년 7월, 100톤급 최신형크루즈 선으로 교체하여 운항을 시작한 ‘장승포유람선협회(협회장 이영찬)’의 옥성호는 장승포항을 출발해 해금강, 장사도, 가오도, 대/소병대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중심으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절묘한해안선을 3시간 동안 둘러보게 해준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매물도 유람선은 거제를 방문한 많은 여행객들이 호기심이 가득한눈으로 갑판으로 향한다.

여행객들이 새우깡을 하늘높이 던지자 수백 마리의 갈매기 때들이 끼를~끼륵~소리를 내며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한참동안 유람선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주워 먹는 갈매기 때들을 가까이서보니 뭍에서 바라보던 갈매기와는 사뭇 다르다. 눈앞에서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가 훨씬 감동적이고 경이롭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매물도는 30여 개의 새끼 섬을 거느리며 비경을 자랑한다. 섬의 모양새가 긴 뱀의 형상을 한 장사도를 지나고 푸른 바다위에 춤을 추듯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대/소병대도를 넘어서면 섬의 형세가 큰 가오리를 닮은 가오도에 이른다.

이어 한해의 무사기원을 빌며 무병장수를 기원한다는 유래가 전해지는 거북섬, 암탉 한 마리가 바다위에 알을 품은 듯한 닭 바위. 비가 오면 귀신소리를 낸다는 귀신섬. 물이 빠지면서 솟아오르는 신비의 섬 오륙도 등 여러 형태의 아름다운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쪽빛 남해바다로 펼쳐진 끝없는 조망이 여간 아니다. 선상에서 그것만 바라봐도 잘 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속이 후련하다, 그 뿐만 아니라 보석처럼 박힌 주변의 섬들은 그 조망을 더 황홀하게 한다.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지 1시간. 마침내 도착한 소매물도의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수려한 자연풍광에 모두가 넋을 잃을 정도다.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푸른 언덕과 하얀 등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등대섬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아름답다.
오랜 항해 끝에 유람선관광의 백미인 글쌩이굴을 향해 배가 진입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촛대바위에 불을 밝히는 모양을 이룬 촛대바위, 신라시대 장수들이 섰던 투구모양의 투구바위, 다섯 손가락을 닮은 오손바위,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병풍바위 등을 스치고 지나가면 태고의 신비가 바로 이곳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한걸음 내딛고 싶지만 아쉽게도 바로 눈앞의 등대섬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 매물도는 천혜의 자연보고 그대로이다. 그 아까운 것들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길을 내고 인공화 시키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안타까움을 덜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선상여행이다.

1시간여의 뱃길을 함께한 갈매기들이 생생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여기에 더불어 사는 생물들과 해녀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소매물도 해안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는 여기가 무릉도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3~7월이면 산란철을 맞은 괭이갈매기들이 섬을 함박눈처럼 뒤덮은 ‘해금강-홍도코스’는 장승포크루즈선 선상여행의 압권이다. 남해안 제일의 풍경을 둘러보느라 눈이 즐거웠다면 이번엔 입이 호사를 누릴 때다. 예부터 장승포는 돌게 마을로 유명하다.

거제바다 비경을 구경하러간 김에 거제문화예술회관 건물에 위치한 거제아트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여름밤 바다를 벗삼아 밥도둑 거제도 돌게장인 ‘싱싱게장(055-681-5513)’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옥성관광 장승포유람선 안내
주소: 거제시 장승로 138
예약: 681-6565, NAVER 장승포 유람선.

*장승포유람선관광코스
외도보타니아-해금강 왕복 3시간 소요
해금강-홍도(갈매기섬) 왕복 3시간 소요
해금강-매물도 왕복 3시간 소요

*출항시간
정기출항시간: 09시40분, 11시10분, 12시40분, 14시10분, 이외에도 수시로 운항.
전화예약가능(보유선박 10척, 동시수용인원 1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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