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음력 5월 5일)은 설날, 추석, 한식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명절로 꼽히는 ‘단옷날’이다.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이날은 ‘씨름의 날’이기도 하다.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그네뛰기와 씨름을 들 수 있다. 그네뛰기는 단옷날 여성들의 대표적인 놀이이다. 조선후기 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보면 한복을 차려입은 부녀자들이 치마폭을 바람에 날리며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놀이로 씨름대회가 있다. 씨름대회에서 이기는 사람에게는 관례로 황소를 상품으로 주는데, 경기방식은 요즘과 같이 토너먼트식이 아니라 도전자들을 모두 이겨 상대자가 없게 되면 우승을 하게 된다.

단오풍속도 세월과 함께 변한다. 1970~80년대 까지만 해도 동네마다 씨름판이 벌어졌고 장정들은 꽹과리와 징, 장구, 북을 치면서 마을을 돌았다. 머리에 눌러쓴 상모(象毛) 꼬리를 길게 흔들며 흥을 돋우면 뒤따르던 꼬마들이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여자들의 그네뛰기가 한창인 공터에서는 연신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오는 전통적인 놀이문화와 어우러졌고 흥이 있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단오풍속이 급속하게 퇴색한다. 젊은이들에게 씨름판과 그네뛰기는 더 이상 흥을 돋우는 놀이가 아니다. 오히려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노래방이 단오놀이로 편입됐다. 그네뛰기나 씨름판 대신 노래방으로 몰려갔다. 반주에 맞춰 흥에 겨운 노래를 몇 시간씩 돌아가면서 불렀다. 저마다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을 뽐냈다. 손자부터 할아버지까지 노래 삼매경에 빠졌다.

노래방 붐이 시들해지면서 영화관과 카페로 옮겨간다. 복합영상관이 전국곳곳으로 확산되면서 단오 기간 동안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그런가하면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대형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연휴기간을 휴양지에서 보내며 휴식을 즐기는 가족들도 급증하고 있다. 그나마 해마다 개최되는 ‘강릉 단오제’와 ‘단오 장사씨름대회’만 그 명맥을 유지할 뿐 단오 전통적인 놀이문화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문제는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는 단오놀이문화뿐 아니라 설, 추석, 한식이 함축하고 있는 전통명절의 의미까지도 퇴색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신세대들에게는 단오라는 명절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이 바뀔지도 모른다. 조상, 부모형제, 고향 등으로 압축되는 1000년의 장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단옷날이지만 시대 흐름과 문명의 발달, 개인중심의 사회구조, 가족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변화는 막을 방법이 없다.

단오를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신세대들의 변화에 맞게 풍속을 바꿔야 한다. 단오의 전통문화와 관습을 고집하고 옛것 그대로만 지키라고 하면 우리의 후대들이 언젠가는 단오라는 명절을 없앨 수도 있다. 단오 대신 21세기의 새로운 문화와 패러다임에 맞는 휴일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5월이면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한민족 최대 명절이었던 단옷날이 현대에 와서는 이름만 전해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단오의 전통을 보존하고 가족공동체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면 단옷날이 고향과 부모에 대한 의무감에 족쇄가 채워지는 날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휴식하며 서로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축제의 날로 자리 잡도록 해주는 구체적인 방안과 지혜가 필요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