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숭고한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는 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이 충돌해 넘어지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근무하던 6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는 모두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늘 그렇듯 위험한 작업현장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피해를 떠안았다. 노동절에 쉬지도 못하고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처참한 노동현실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발생시간은 오후 2시 50분경으로 127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노동절기념대회를 하고 있던 와중에 속보로 사고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사고의 피해자들은 자식을 둔 아버지 일 수 있고 가족이 있는 분들일 것이다. 더욱이 그날은 근로자의 날로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쉬어야 할 시간이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 든다. 이날 크레인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가 헛구호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작년 초 구의역에서 고장 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가 참변을 당한 19살 청년노동자의 비극적인 사고 직후 일명‘기업 살인법’을 발의 한 적이 있다. 산재의 책임을 원청에 물어 가중 처벌하는 법이다. 그러나 다 해결할 것처럼 떠들던 정치권,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근로자의 날에 6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타워크레인은 대형건물을 지을 때나 조선소 대형선박을 건조할 때나 꼭 필요한 장비이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되는 크레인 전복사고가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만 해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장 작업자들의 부주의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아주 커보인다.

조선소의 핵심시설인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은 각각 엄청난 중량의 물건을 옮기기 때문에 작업 반경이 겹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한다. 골리앗크레인이 움직이게 되면 신호수가 무전 등을 통해 타워크레인의 동작을 멈추도록 하는 식이다. 그런데도 초동수사 결과 이날 현장에서는 각 크레인 조종사와 신호수 사이에 혼선이 빚어진 걸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규정을 어긴 채 근로자 편의를 명분으로 사고위험이 상존하는 작업장 내에 휴게시설을 만들었다가 피해를 더 키웠다. 희생자들은 쉬는 시간에 이곳에 모여 있다 참변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수칙 준수를 수도 없이 강조해 왔지만 현장의 ‘대충대충 의식’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삼성중공업은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피해자지원,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안전 불감증과 후진적 업무관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당국도 빈발하는 타워크레인 사고의 원인을 명확하고 철저히 분석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OECD회원국 가운데 산재사망률 최고라는 멍에를 벗어날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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