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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서항마을 벚꽃숲에선 무슨 일이…?막무가내 상춘객에 몸살…사유지 무단출입 해놓고 치료비 요구…입구 막자 샛길 뚫어

거제시 하청면 유계리 서항마을 바닷가에 있는 벚꽃숲이 지난 2주간 몸살을 앓았다. 여기는 사유지임에도 만개한 벚꽃을 찾아 수많은 상춘객들이 막무가내로 드나들어서다.

SNS에 올라온 서항마을 벚꽃숲의 모습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이 숲은 십여 미터의 우람한 벚나무들이 4월 초 일제히 만개해 하늘마저 연분홍으로 물드는 장관을 이룬다. 바다로 길게 튀어나온 ‘곶’ 형태인데 입구에서 곶머리까지 이어진 넓은 숲길 덕에 마치 유원지 분위기가 난다.

서항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할머니에 따르면 이 벚숲은 약 29년 전에 조성됐다. 당시 할머니의 부친이 이 숲을 팔았고, 그 뒤 벚나무가 심어졌다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딱히 이 숲을 가리키는 지명(地名)이 없었는데, 지금은 벚꽃이 많이 핀다고 해 ‘벚꽃장’이라 부른다.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웠지만, 사람 발길이 눈에 띄게 잦아진 것은 불과 3~4년 전이라고 한다. 거제의 외진 곳이고, 주변 수목에 가려져 밖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는 비밀의 화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유지인 이 숲은 작년부터 입구를 철문으로 막았다. 산 관리인에 따르면 벚꽃 시즌에만 사람들이 찾을 뿐 평소엔 외진 숲이기 때문에 건설폐기물을 몰래 버리고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매년 봄 이 숲을 찾는 상춘객이 늘고 있지만, 산을 지키기 위해선 차량이 다니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런데 철문을 막자 그 옆 비탈면에 샛길이 하나 생겼다. 벚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철문 옆으로 드나들어서다. 철문에는 이곳이 사유지이고,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도 있다. 하지만 산주 측에선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까지 일일이 막지 않았다.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벚꽃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사람들이 입구를 막아놓은 철문을 돌아 샛길을 이용하고 있다.

숲 안에 버려진 건축 폐자재들

일은 휴일인 지난 2일 터졌다. 이날은 전에 없던 광경이 마을에 펼쳐졌다. 바야흐로 절정을 맞이한 벚꽃숲을 보러 온 차량들이 마을 일대 도로와 임도를 가득 메웠다. 현장 상황은 지역 인터넷 카페나 SNS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도로변에 어지럽게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시내버스 한 대도 지나기 어려울 정도였고, 하청면 공무원들과 경찰들도 출동해 교통정리에 나섰다. 한 공무원이 기억하기로 400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마을에 인파가 몰리자 이런 활기를 반기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시간, 거제면 자택에서 외출을 준비하던 산 관리인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숲 입구에서 철문 옆 샛길을 이용하다 다쳤으니 치료비를 물어내라는 것. 사유지를 무단 침입해 발생한 사고를 책임지라니 관리인에게는 매우 황당한 일이었다.

관리인이 사유지 무단침입으로 맞고소하겠다고 대응하자 사건은 쉬이 무마됐다. 그런데 얼마 후 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파출소였다. 관광객들이 출입구 샛길을 이용하다 다칠 수 있으니 개방을 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봉쇄해 안전 조치하라는 것.

숲을 가득 메울 정도의 인파가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샛길을 이용하니 파출소의 걱정도 당연해 보인다. 더구나 임부와 노인,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를 나르는 가족단위도 적지 않았다.

관리인은 앞서 실랑이에 이어 경찰에서도 연락이 오자 곧장 하청면으로 넘어가 꽃구경하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대나무를 잘라 철문 옆 샛길까지 막았다. 항의도 있었지만 자초지종을 알려주자 대부분 십분 이해하고 통제에 잘 따라줬다고 한다. 반대로, 땅 가졌다고 유세떤다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이 일은 지역 인터넷 카페와 SNS 등 커뮤니티에 화두로 떠올랐다. 앞으로 이 숲에 출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탄식과 함께 시민의식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입장료도 안 받는데 오히려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보상타령이라니’ 내용의 게시글에는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벚꽃이 다 져가는 지금까지도 벚숲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자는 지난 한 주간 두 번 현장을 찾았다. 샛길을 막아놓은 대나무는 짓밟혀 한쪽으로 치워졌고, 사람들은 태연하게 샛길을 이용했다. 철문에서 삐져나온 녹슨 철조망과 날카롭게 잘린 쇠파이프가 아슬아슬하게 옷자락을 스쳤다.

관리인은 지난 주말에도 숲을 찾아온 사람들을 직접 내보냈다고 한다. 목소리에는 피로가 잔뜩 묻어났다. 철문에 연락처가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출입을 허락받기 위해 직접 전화를 하기도 했단다. 처음에는 쓰레기만 버리지 말아달라고 친절하게 당부했는데, 이런 전화도 계속되니 응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제 벚숲은 내년까지 휴식을 보낸다.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면 그늘진 분위기로 바뀐다. 파출소는 이곳에서 살인이 일어나도 산주에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출입 단속을 철저하게 해달라고 했단다. 산주 측은 앞으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저지른 단 하루의 일탈이 선의를 베푼 사람에게는 도리어 큰 짐이 돼버린 셈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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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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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관심 2017-04-17 17:31:13

    살인이나면 산주가 책임을진다는 경찰
    개인 사유지에서 살인이나면 토지주가 책임을 집니까?
    국유지에서 살인이 나면 국가가 책임지구요?
    책임 안질려면 24시간 경비서야 되는 겁니까?
    대체 뭔소리랍니까? 경찰 제정신이요?
    저런말한 경찰이 누군지 좀 밝혀주십시오?

    산주분은 정말 마음씨가 좋으십니다.   삭제

    • 거제관심 2017-04-17 17:22:47

      철문으로까지 막아놓은 사유지를 무단침입한 사람들도 개념없고, 그러고도 다쳤다고 항의 전화하는 사람은 정신병자고, 개방하던지 확실하게 막든지 하라고 하는 경찰도 개념이 없네요.
      사유지로 무단침입하는 사람들을 침입못하게 막아주는게 경찰아닙니까
      땅가졌다고 유세한다고요? 입 뚫려 있다고, 함부로 내뱉은 당신 입이 유세하네요.
      아니 당신 주둥이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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