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이 잠자는 나무를 깨운다는 춘분(春分)이다. 계절이 바뀌는 때엔 언제나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차가운 공기가 식어가고 온천지에 향긋한 꽃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자연의 변화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환절기일수록 자연의 섭리 속에서 생명의 삶의 의미를 찾아보면 건강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 일의 출발은 들과 산으로 가보는 일이다. 이 무렵 거제시 일운면 양화마을 야산에 오르면 해풍을 쐬며 자란 어성초와 오가피 재배단지를 반갑게 만날 수 있다.

외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양화오가피건강농장`을 경영하는 안규신(76)씨의 약초 사랑은 남다르다.

"누가 알아주거나 돌보지 않는 산속 귀퉁이에서 묵묵히 자기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모습은 예전에 선조들이 칭송해 마지않던 군자의 모습이나 다름없습니다."

어성초와 오가피의 소중함을 그냥 스쳐가듯이 내뱉는 안규신씨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지금은 거제도 동남쪽 해안변인 아늑한 양화 항을 바라보며 비상하는 기세로 그 웅장함을 들어 내놓는 학동해수욕장 가는 길목에 3천여 평 규모의 농장을 손수 개간하여 어성초와 오가피， 구지뽕， 헛개를 심어 울창한 약초 숲을 일구어 내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는 숱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집념의 농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세월동안 타향살이 하다 45년 전 가족을 데리고 고향인 거제시 일운면 양화마을로 돌아왔을 때 주위 친척들과 마을주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그렇다 치고 노모와 어린자식들을 부양하며 살아 갈 길이 참으로 막막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도박과 투기를 싫어했다. 더구나 일을 하지 않고 앉아서 돈을 벌려는 투전판 같은 부동산 투기는 경멸했다.
　
"고향으로 돌아 왔을 때 어머니께서 무척 아프셨어요. 어린 시절 제가 너무 약해서 저를 업고 50리길을 걸어 병원에 걸어 다니셨던 탓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관절염이 생겨 하체를 쓰지 못할 정도로 고생을 하셨는데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 오가피를 달여서 드시게 했더니 예전에는 걷지도 못해 거의 기어 다니시던 어머니께서 멀쩡히 걷게 되신 겁니다. 그래서 오가피의 약효적인 기능을 확신하게 된 거예요."
　
비록 그에게 땅 한 평 물려주지 않은 고향이지만 인심 좋고 물 좋은 고향 거제에 자리 잡기로 했다. 그는 청정해역에서 불어오는 자연해풍과 적절한 일조량의 자연조건을 두루 갖춘 고향 거제 섬이 오가피와 어성초를 키우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하고 즉시 실행에 옮겼다.
　
5촌 이모에게 땅을 빌리고 오두막집을 지었다. 매일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내와 함께 산을 개간하고 진입로를 개설했다. 고향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으면서도 그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미태풍 때도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거제도 곳곳을 누비며 좋은 나무들을 옮겨 심으며 불굴의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1986년 집을 지을 때 아예 2층 창고까지 생각하여 집을 짓고 준비를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양화오가피농장이 서서히 알려지게 된 것도 그때였다.
　

때마침 불어 닥친 웰빙 바람을 타고 안 씨의 농장에서 생산된 무공해식품이 국립농산물품질 관리원이 인정하는 친환경 무농약농산물이자 거제시의 우수 농산물로 선정될 만큼 거제특산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그는 성공한 사람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마을주민들을 위해 피와 땀의 결과물로 마련한 소중한 그의 땅을 마을해안도로 진입로부지로 흔쾌히 기부하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가피 사랑(?)에 빠진 안 씨에게 양화오가피만의 특징을 묻자 "오가피 종류만 해도 10종류는 되는 것으로 압니다. 가시오가피를 비롯하여 여러 오가피가 있는데요. 거제 양화오가피는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이곳에서만 재배가 가능합니다. 양화오가피는 다른 오가피에 비해 색이 강하면서 해풍을 견디며 자랐기 때문에 그 만큼의 특징과 효능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거제는 동해에 있고 특히 양화마을은 바다와 인접한 곳이라 가장 먼저 해가 뜬다고 한다. 게다가 태평양에서 부는 바람인 남동풍이 직접 불어오기 때문에 따뜻한 바다 바람과 햇빛을 받고 자라는 양화오가피가 다른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저도 지금 제가 재배하는 오가피가 원래부터 이곳에서 자생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태어나기 전부터 큰 집에 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거제에서만 재배가 가능한걸 보면 아마도 거제라는 자연환경이 선물로 준 식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며 활짝 웃는다.
　
안 씨는 제품포장박스에 `눈을 크게 뜨고 속지말자`는 문구를 넣을 만큼 일반소비자들이 중국산오가피에 피해 입을 것을 염려한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우수한 국내산 오가피까지 믿지 못하게 만들기에 양화 오가피의 우수성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는 이곳 양화오가피는 안사장의 노력덕분인지 전국방방곡곡에서 유명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이 찾아오고 주문이 들어올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양화오가피농장/건강농원
http://www.yhogapy.co.kr
거제시 일운면 양화리 1길2
농장 055-681-1095 /팩스 055-638-1722
대표전화 010-9887-1095
글ㆍ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