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동에 사는 P씨는 어느 날 화분을 옮기려고 일어서다가 허리에서 갑자기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일어설 수도 없고, 누워서도 몸을 뒤척이기가 힘들 정도의 통증에 당황했다. 다음날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병원에서 MRI 검사를 했더니 허리디스크라는 진단과 함께, 신경 압박 정도가 꽤 심하므로 수술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번에는 검사 결과를 들고 다른 병원을 찾았다. 여기서는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물리치료와 약물복용을 하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수술 방법이 예전보다 간단해졌다지만 여전히 수술은 두렵기만 하다. 한편, 수술 없이 치료하자니 병이 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과연 가장 좋은 치료법은 무엇일까.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질환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쿠션 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이 외상이나 지속적인 압박에 의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디스크 속에 들어 있는 수핵이라는 물질이 디스크를 감싼 막을 뚫고 튀어나오는데, 이 수핵이 주변의 신경에 압박을 가하면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허리디스크는 신경이 눌리는 부위와 그 정도에 따라 허리만 아픈 경우, 다리만 아픈 경우와 허리와 다리 모두 아픈 경우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러하듯이 허리 디스크병 역시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잘 치료되는 편이다. 치료법은 크게 수술적인 요법과 비수술적인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방광과 괄약근에 마비가 나타나서 대소변 조절을 못하는 경우, 다리에 힘이 빠져서 발목이 위로 젖혀지지 않는 경우, 3개월 이상 비수술적 치료를 받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고 오히려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없다면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20%로 극히 일부일 뿐이다.

진료실에서 흔히 받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수술이 아닌 다른 방식의 치료를 할 경우에도 신경을 누르고 있는 디스크가 없어지느냐는 것이다. 제 위치에 있지 않고 튀어 나온 디스크는 즉각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몸 속의 반응에 의해 서서히 분해, 흡수된다. 그런데 다른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디스크가 나와 있지만 통증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논문에 따르면, 통증이 없는 사람의 52%가 적어도 한 부위의 디스크 팽륜이 있다는 연구도 있고, 1/3이 디스크의 이상이 있다는 연구, 60대 미만의 20%가 디스크 손상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흔히 디스크 튀어나온 양이 많을수록, 여러 디스크에서 탈출증이 있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Saal이라는 학자는 MRI상 영상과 치료 예후의 관계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손상된 디스크로 인해 신경이 눌리는 것은 맞긴 하지만, 실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다른 요소들도 복합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수술로써 디스크를 직접 제거하는 것 외에도 다른 치료법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방에서 하는 비수술적인 요법에는 한약, 침, 뜸과 함께, 봉약침을 중심으로 한 약침 요법, 매선 요법, 추나 요법, 원리침도요법 등과 같은 치료법을 사용한다. 한약은 병증 및 체질을 고려해 어혈 제거, 통증 완화, 근육 및 뼈를 튼튼하게 하며, 기혈을 보하고 순환을 돕는 약제 등으로 구성된다. 급성기에는 보통 신경의 염증을 제거하고 통증을 줄이는 작용을 위주로 한 처방을 사용하며, 심한 통증이 줄어들고 만성화되면 통증 제거보다는 근육이나 뼈를 보강하고 기혈 순환을 돕는 처방을 주로 사용한다.

침 치료는 허리 주변의 경혈에 침을 놓아 통증을 감소시키고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는 근위 취혈법과 허리에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손발의 경혈 및 특효혈에 침을 놓는 원위 취혈법이 있다. 뜸 치료는 경락을 따뜻하게 하며, 찬 기운을 없애 통증을 감소시킨다. 주로 허리 주변 경혈에 시술한다. 봉약침 치료는 진통, 항염증효과가 뛰어나 디스크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매선요법은 몸 속에서 서서히 흡수되는 약실을 약해진 근육의 결을 따라 심어 두는 치료법이다. 근막과 인대조직의 수축 이완을 조정해 통증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추나 요법은 비뚤어진 척추를 바르게 해 디스크에 증가된 압력을 떨어뜨려 신경압박을 감소시키고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통증을 줄이는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허리디스크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런 만큼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게 요구된다. 평소에 조금만 신경 써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복부 비만을 주의하며, 걷기 운동을 생활화한다면 허리디스크 질환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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